[토요판] 커버스토리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인터뷰
국가학업성취도 평가 곧 내놓을 계획
코로나19 탓 학습결손 ‘세계적 과제’
교과학습과 함께 정서·심리 문제 커
5~10년 뒤 국가경쟁력 영향 끼칠 것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인터뷰
국가학업성취도 평가 곧 내놓을 계획
코로나19 탓 학습결손 ‘세계적 과제’
교과학습과 함께 정서·심리 문제 커
5~10년 뒤 국가경쟁력 영향 끼칠 것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들머리에서 코로나19 이후 학교생활을 경험하지 못해 발생하는 사회적·정서적 결핍 문제와 학생들 사이에 발생하는 지역별·계층별 학력 격차 문제 해소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 뻗지 않은 곳이 없다. 학교현장도 예외가 아니다. 코로나 이후 지난 17개월간 교실의 기능은 온전히 가동되지 못했다. 부작용이 학력격차와 아이들의 사회성 결핍으로 스멀스멀 드러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맞게 된 위기를 낡은 패러다임을 바꿀 ‘교육 대전환’의 디딤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코로나 시대에 교실은, 아이들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게 진단과 해법을 물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마스크를 쓴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다가올 교육 대전환의 시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 부총리는 “교육 대전환 시대에 맞는 인재를 키우려면 학교와 교육과정이 달라져야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 시기에 우리 모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해 9월 서울 관악구 은천초등학교를 방문해 코로나19에 따른 원격수업 중인 학생을 지켜보고 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전례없는 코로나 상황에서 격차나 차별 없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게 전세계 교육계의 과제”라고 당부했다. 교육부 제공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 전국 전면도입
초등·중학교도 교육과정 개선할 계획 ‘학교’ 중심에서 ‘학생 성장’ 중심으로 코로나19 위기 대응이 워낙 절박하지만, 교육현장에는 팬데믹 영향으로 잠시 밀려난 중요한 현안이 많다. 당장 한국 사회 최대 관심사의 하나인 대학입시 체제의 근간을 뒤흔들 ‘큰일’들이 진행 중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2022 개정 교육과정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부터 전국 고교에서 학생들이 대학처럼 수업을 골라 듣고 학점을 따는 ‘고교학점제’ 시행이 뼈대다. 학생들은 더 좋은 과목이 열린 다른 학교로 수업을 들으러 갈 수 있게 된다. 수강생이 넘쳐나는 인기 수업은 온라인플랫폼을 이용해 학점을 딸 수도 있다. ‘대학도 아니고 고등학교에서 그게 될까?’ 싶지만 4년 뒤 현실이 된다. 학생들이 달라지면, 대입제도와 대학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볼 때, 논·서술형 문제 도입도 점쳐지고 있다. 대학 가는 방법도 이전과 크게 달라질 요소들이 담겼다. ―7년 만의 교육과정 개편이다. 어떤 그림이 그려지고 있나? “코로나19 위기를 지나면 교육 쪽에서도 대전환의 시기가 올 것이다. 2025년부터 전국 모든 고등학교에 고교학점제가 도입된다. 앞으로 고교생들도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수업, 듣고 싶은 수업을 골라 들을 수 있게 되는 거다. 대학생들이 좋아하는 강의를 찾아 듣는 것과 비슷하게 생각하면 된다. 학생들이 학교에 원하는 수업을 만들어달라고 말할 수 있고, 학교는 아이들의 개별성과 다양성을 지원하도록 수업 운영 방식을 바꾸게 될 거다. 아이들이 자기 삶의 역량을 스스로 키워가도록 정말 맞춤식으로 한명 한명의 개별학습을 소중하게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고등학교 수업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학교뿐 아니라 아이들의 학교생활도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어떤 변화가 생길까. “큰 틀에서는 여러 교육제도가 ‘학교’ 중심에서 ‘학생 성장’ 중심으로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학습내용뿐 아니라, 문화와 학교 공간 사용하는 방법도 전혀 달라져야 한다. 특히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이전에 틀에 찍어 놓은 것 같은 ‘우리 교실’이라는 학급 중심 수업에서 아이들이 선택해서 이동형 수업을 하기 때문에 극소수 학급이나 다수 학급이 있을 수 있다. 또 토론식 프로젝트 수업, 그룹수업 등 다양한 수업모델이 가능한 교실 공간 활용 면에서도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대입 체제 변화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들이 대입 시험을 치르는 2028학년도부터 ‘미래형 대입제도’를 적용하는 걸로 알려졌다.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면 학생들이 배우는 내용과 태도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이들을 선발하는 대학 입장에서도 지금 같은 대입제도로 그대로 갈 수는 없다고 본다. 2028년 입시부터 미래형 대입제도가 적용될 텐데, 2024년까지 구체적인 대입개편안을 발표해야 한다. 저희가 이미 수능과 대입 개편과 관련된 여러 정책 연구도 들어갔다. 서·논술형 수능시험 체제와 관련해서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뿐 아니라 교원단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연구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에서 일부 정책 연구가 완료됐고, 일부는 진행 중이다. 고교학점제 도입 취지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교육과정도 체계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대학들도 바뀔 것으로 내다본다. 대입 관련해서 너무 앞선 얘기가 오히려 현장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어 큰 방향에서만 말씀드린다.” ―최근 교육부의 수능 위주 정시전형 확대 방침이 고교학점제와 배치된다는 지적도 있다. “대입에서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공정성이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취지가 학교 수업과 생활을 열심히 하면 자기가 원하는 분야에서 대학 진학이 가능하게 하려던 제도였는데, 실제로는 스펙 쌓기 경쟁이 됐고 계층 격차를 훨씬 더 크게 만드는 요소가 있었다. 결국 일부 학교에서 불공정 입시 원인의 하나로 지목되지 않았나? 학종이 10여년 정도 운영됐는데, 매우 불공정한 부분이 있다는 국민적 인식이 있었다. 그래서 학종의 공정성을 회복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였다. 조사해보니 16개 대학에서 특히 학종 쏠림이 너무 컸다. 국민들이 불신하고,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문제에 대해서 조금 더 공정하고 균형감을 갖도록 제도를 보완한 것이다.” ―대입 공정성과 관련해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 논란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다른 입시비리 사건의 경우, 합리적 판단 근거가 있으면 교육부가 학교 쪽에 적극적으로 조사를 요청하는데 선제적으로 그렇게 하지 않은 게 정치적 이유로 대입 공정성에 흠결을 낸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저희가 입시 관련 문제를 접수하면 대개는 먼저 대학에 조사를 요청한다. 조사가 미진하거나 의혹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교육부가 사안 조사나 감사를 나가는 방식이다. 필요하면 수사의뢰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는, 교육부가 학교에 조사를 요청하기 전에 언론에 기사화되고, 사건이 불거진 뒤 일주일 새 검찰이 압수수색을 시작했기 때문에 교육부가 학교에 조사를 요청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검찰 수사와 함께 법적 다툼이 진행되는 사회적으로 첨예한 사안이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지난해 12월 1심 판결이 나왔다. 부산대가 대법원의 최종판결을 보고 그에 따라 징계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지만, 저희가 1심 판결 이후 법률 검토를 거쳐 (1심 판결이 난 데 따른) 학교 쪽 조처 계획을 보고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앞으로도 대학입시와 관련된 부정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예외없이 처리할 것이란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리겠다.” ‘유치원 3법’ 통과로 회계 제도 보완
개인 만든 유치원도 학교로서 정체성
대학 ‘벚꽃 엔딩’ 지역균형발전 고려 유치원 공공성 강화…대학은 ‘벚꽃 엔딩’ 화두 공교육의 출발점인 유치원 교육은 2018~2019년 이른바 ‘한유총(한국유치원총연합회) 사태’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일부 사립유치원들이 정부 지원금을 쌈짓돈처럼 써온 비리를 개혁하라는 요구에 한유총이라는 거대 이익집단과 정치권 로비 등을 방패 삼아 저항했다. 하지만 학부모를 중심으로 한 거대한 사회적 분노, 여야 가리지 않은 정치권과 정부의 압박으로 한유총이 백기를 들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당시 정부가 모든 사립유치원에 국가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을 도입했지만,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핵심 사안이던 사립유치원 법인화는 아직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한유총 사태 이후 사립유치원의 투명성과 공공성 강화 요구가 높았다. “당시 정부가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대처에 나섰고, 이른바 ‘유치원 3법’이 통과되면서 지금은 모든 사립유치원이 에듀파인을 쓰고 있다. 회계 비리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가 어느 정도 보완된 것이다. 또 국공립유치원에 대한 학부모들의 기대를 반영해서 한유총 사태 이후 올해까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사립유치원을 매입해 국공립으로 전환하는 매입형 국공립유치원 48곳, 법인으로 전환한 사립유치원을 행정·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공영형 9곳 등 유치원 60여곳을 공공형으로 확충했다. 학부모들이 사회적 협동조합을 결성해 운영하는 부모협동형 유치원도 3곳 생겼다. 그밖에도 학급을 새로 만들거나 늘려서 전체 유아 대비 국공립 입학 가능 정원을 2018년 32%에서 지난해 말 39%까지 끌어올렸다.” ―사립유치원 법인화는 진전이 더디다. “유치원은 법적으로 초·중등학교와 같은 ‘학교’이다. 그런데 복잡한 이유로 국내에선 전체 유치원의 43%가 사립이고, 이 가운데 86%는 개인이 세운 사인(私人)유치원이다. 이들도 학교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기 위해 학교법인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이들을 법인화하는 데는 상당한 규모의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필요한 만큼 중장기 과제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 우리랑 상황이 비슷했던 일본도 1970년대부터 사립유치원 법인화를 시작해서 2017년 현재 법인유치원 비중을 90%대까지 끌어올렸다. 50년이란 시간이 걸린 셈이다. 우리 정부도 사립유치원 법인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한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하고 있다.”
유치원 교육은 2018~2019년 사립유치원 비리로 촉발된 ‘한유총 사태’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2019년 2월 전국유치원학부모비상대책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사립유치원의 투명한 회계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코로나19는 교육현장에도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곳곳에 침투했다. 지난 3월 한 대학생이 서울 종로구 대학로 ‘공공그라운드’에서 열린 코로나 대학생 피해사례 증언대회에서 다른 참가자의 피해사례를 듣다 눈물을 훔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한국 교육도 패러다임 바뀔 수밖에
대전환 시대에 맞는 인재 키우려면
학교·교육과정 대전환 반드시 필요 현 정부와 임기 마치면 역대 최장 교육부장관 유 부총리는 2018년 10월 김상곤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 취임했다.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해 재선(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시 병)에 성공한 정치인이기도 하다. 국회 교육분야 상임위원으로 7년여간 활동하다 2018년 10월 첫 여성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 취임했다. 재임 기간 한유총 회계 비리와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문재인 정부 4년여간 급증한 사교육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조국 전 장관의 자녀 입시 문제에 대한 조처는 다른 사례와 견줘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4월 총선 출마 가능성을 점쳤지만, 그는 “문재인 정부의 첫번째 여성 사회부총리이자 교육부장관으로서 제 쓰임이 다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와 함께 임기를 마치면, 재임기간 3년7개월(1316일)로 역대 최장수 교육부장관(전체 59명)으로 남게 된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을 책임진 장관이 됐다. “개인적으로는 영광스러운 자리이지만, 굉장히 무거운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위기까지 겹치면서 도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남은 임기 동안 미래 교육을 한걸음 앞당기는 교육 패러다임 전환의 토대를 만드는 일까지는 꼭 마치려고 한다.” ―추가 개각이 없다면, 남은 임기가 꼭 1년이다. 이후 ‘정치인 유은혜’의 향후 행보는 어떻게 계획하고 있나. 최근 개각 과정에서 총리 후보설이 나왔고, 내년 경기도지사 출마설도 들린다. “정치인으로서 삶이란 게 계획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 사실 지난 총선에 불출마한다는 것도 예상했던 건 아니다. 지금은 장관으로서 미래 교육 비전을 조금이라도 더 진전시켜 나가는 문제가 제일 중요하다. 그 결과가 이후에 (정치인으로서) 평가받는 토대가 될 수는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회부총리이자 교육부장관으로서 지금 가진 권한과 경험으로 국민 삶을 나아지게 하고, 아이들이 조금 더 행복한 미래를 누리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 1시간30여분 진행된 인터뷰에서 유 부총리는 여러차례 마스크를 고쳐썼다. 코로나19는 학교에 어떤 후유증을 남기게 될까? 한번도 가본 적 없는 길 위에서 학생, 학부모, 교사와 교육당국까지도 다음 나아갈 방향을 구분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유 부총리는 “코로나19라는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가운데 학교에서 뒤처지는 이들이 없도록 촘촘한 교육안전망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코로나19와 싸우는 지금이 한편으로 교육 시스템과 패러다임을 바꿀 기회라고 봤다. 팬데믹 이후 세계가 더는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유지될 수 없고, 교육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학교는 어떤 구실을 할까? 그는 ‘미래 교육’을 언급하는 대목마다 몇번이고 목소리에 힘을 넣었다. “코로나19 이후 대한민국의 대전환, 한국판 뉴딜이 불가피하다는 건 모두 알고 있지 않나? 교육분야도 대전환의 시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더는 과거와 같은 산업구조나 노동시장이 유지될 수 없고 인구도 굉장히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인재를 양성할 것인가? 어떤 능력을 갖춘 사람이 미래 사회를 주도하는 인재가 될 것인가? 대전환 시대에 맞는 인재를 키우려면 학교와 교육과정이 달라져야 하는 게 당연하다. 똑같은 사교육 문제나 대입 문제를 얘기하더라도 이제는 대전환의 시기에 맞는 교육 시스템과 패러다임을 이야기할, 바로 그런 시기에 우리 모두 놓여 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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