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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코로나19 학습결손, 정말 심각하게 보고 있다”

등록 2021-05-08 09:08수정 2021-05-10 16:46

[토요판] 커버스토리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인터뷰

국가학업성취도 평가 곧 내놓을 계획
코로나19 탓 학습결손 ‘세계적 과제’
교과학습과 함께 정서·심리 문제 커
5~10년 뒤 국가경쟁력 영향 끼칠 것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들머리에서 코로나19 이후 학교생활을 경험하지 못해 발생하는 사회적·정서적 결핍 문제와 학생들 사이에 발생하는 지역별·계층별 학력 격차 문제 해소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들머리에서 코로나19 이후 학교생활을 경험하지 못해 발생하는 사회적·정서적 결핍 문제와 학생들 사이에 발생하는 지역별·계층별 학력 격차 문제 해소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 뻗지 않은 곳이 없다. 학교현장도 예외가 아니다. 코로나 이후 지난 17개월간 교실의 기능은 온전히 가동되지 못했다. 부작용이 학력격차와 아이들의 사회성 결핍으로 스멀스멀 드러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맞게 된 위기를 낡은 패러다임을 바꿀 ‘교육 대전환’의 디딤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코로나 시대에 교실은, 아이들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게 진단과 해법을 물었다.

“초등학교에서는 수업종이 울리면 자리에 앉고, 쉬는 시간 종이 울리면 화장실에 가는 것, 함께 단체생활을 할 때 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같은 아주 기초적인 사회 규칙을 배웁니다. 중학교에 가고, 고등학교에 가면 또 그 레벨에 따른 사회화의 기초를 습득합니다. 코로나19 시대의 아이들에게는 그 기회가 사라진 것입니다.”

하지현 건국대 교수(정신건강의학)는 책 <포스트 코로나, 아이들 마음부터 챙깁니다>에서 코로나19 한복판에 놓인 학교와 아이들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교사나 친구들한테 받는 긍정적 기대가 아이들의 학습과 성장에 촉매로 작용하는 ‘피그말리온 효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상상해서 헤아려보는 공감능력처럼 학교를 통해 배워야 하는 것들이 있다. 비대면 수업이 1년 넘게 지속되면서 아이들 면면에 이런 사회적 결핍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 교수는 “타인의 얼굴 표정이나 감정을 읽고 표현하는 능력이 어느 수준일지, 왜곡된 발달을 하지는 않을지, 나중에 열심히 쫓아가서 온전한 회복이 가능할지 예측은 못한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이후 아이들의 학습결손이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건 일찌감치 예견된 바다. 걱정은 바이러스 확산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현실이 되고 있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지 16개월 남짓 만에 교육격차와 학력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졌다는 조사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지난달 발표한 ‘2020년 코로나19 학력격차 실태’를 보면, 비대면 수업이 전면적으로 실시되면서 지난해 조사대상 중학교의 75.9%(646곳), 고등학교의 66.1%(270곳)에서 수학과목 중위권 학생 수가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교육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공교육이 정상적으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자 중위권 학생들이 상·하위권 양쪽으로 이탈하는 현상도 가속화하고 있다. 학업성취도 분포가 허리가 가늘어진 호리병 모양으로 변하면서 잘하는 아이들은 더 잘하고, 못하는 아이들은 더 못하는 학력 양극화가 뚜렷해진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서울교육정책연구소의 ‘코로나19 전후, 중학교 학업성취 등급 분포를 통해 살펴본 학교 내 학력격차 실태 분석’에서도, 서울시내 중학교 382곳에서 코로나19 이후 국·영·수 과목의 중위권 학생 비중이 줄고 하위권은 늘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성장의 디딤돌이기도 한 친구와 선생님 만날 기회를 1년 이상 잃은 아이들도 많다. 아이들의 내적 성장이 지연됐을 때, 그 흔적은 코로나19 종식과 함께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게 아니다. 바이러스에게 교육받을 기회를 뺏긴 아이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치명적 내상을 입은 건 아닐까? 교육당국은 어떤 대안을 마련하고 있을까? 유은혜(59)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지난 3일 서울 종로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범정부 차원, 대책 마련해야”

―코로나19 이후 학력 양극화가 심화한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심각성을 어느 정도로 파악하나?

“지난해 학습격차 문제와 관련해 교사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2학기 조사에서 ‘학습격차가 커졌다’고 응답한 비율이 68% 정도다. 앞서 1학기 때는 거의 등교를 못했기 때문에 상황이 더 심각했다. 이 수치가 거의 80% 가깝다. 학습결손의 문제는 정말 심각하게 보고 있다. 교과학습뿐 아니라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정서적·심리적 결손의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이 크다. 학생과 학부모 쪽에서 우려하는 의견들이 교육부로 많이 전달되고 있다. 교육부 최우선 과제의 하나지만, 범정부 차원에서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하면서 해결할 문제라고 본다.”

―학업성취도 분포에서 중위권이 급격히 줄고, 하위권으로 내려앉고 있다는 조사도 있다.

“교육부가 조만간 국가학업성취도 평가를 내놓을 거다. 안타깝지만 현재로선 코로나19 여파로 예년에 비해 학업성취도가 많이 떨어지고, 중위권이 줄어들 거라는 예상을 벗어나기 어려울 걸로 보고 있다. 중간층 학생들이 많이 줄어서 학력격차가 더 커지는 현상이다. 학력분포를 상중하 3단계로 나눈다고 치면, 다른 곳보다 하위권 학생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일부 과목, 지역에서는 상위권 학생들이 오히려 증가하면서 중간층이 얇아진 경우도 있다. 가장 위와 가장 아래의 격차가 더 커지는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상당히 심각하고, 굉장히 중요한 과제다.”

―이른바 ‘부자 동네’에서는 상위권 학생이 오히려 늘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사교육비를 넉넉히 지출할 수 있는 계층에서 ‘원격수업이 지속돼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은 잘 안다. 이건 사교육 심화와도 연결된 문제다. 코로나19 이후 특정 계층이나 지역에서 사교육할 시간이 늘어나면서 그렇지 못한 학생과 학습격차가 벌어지는 문제를 깊이 우려하고 있다. 팬데믹 상황이 아니어도 기초학력 미달, 학력 양극화, 지역간 학습격차는 계속 제기됐던 문제 아닌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사교육으로 보충할 수 없는 학생들의 교육격차가 커지고, 여기에 대한 국가 책임이 커진 것이다. 예산과 인력이 투입돼야 하는 문제인데, 교육부가 17곳 시·도 교육감님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이런 학생들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책과 개선 방안을 찾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마스크를 쓴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다가올 교육 대전환의 시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 부총리는 “교육 대전환 시대에 맞는 인재를 키우려면 학교와 교육과정이 달라져야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 시기에 우리 모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마스크를 쓴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다가올 교육 대전환의 시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 부총리는 “교육 대전환 시대에 맞는 인재를 키우려면 학교와 교육과정이 달라져야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 시기에 우리 모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위기 아닌 곳이 없지만, 초등학교 입학 직전 코로나19를 맞은 현재 초등 2학년생들의 상황은 꽤 심각해 보인다. 현행 교육과정을 보면, 초등 1학년은 입학 뒤 2년간 적어도 45차시 이상 한글교육을 받아야 한다. 수학의 경우, 생애 첫 정규학습부터 흥미와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국제기준까지 고려해 교육과정을 맞춰 놓았다. 초1 때 화장실 ‘뒤처리’ 같은 생활습관을 학교에서 처음 배우는 아이도 있다. 친구·어른(교사)과 사회적 관계를 맺는 공부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지난해 내내 아이들이 일주일의 절반도 등교하지 못한 경우가 많고, 코로나19 초기에는 비대면 수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경우가 흔했다. 지난해 각급학교 신입생이었던 중1, 고1, 대학교 1학년생들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사회적 관계를 배울 기회는 절대적으로 줄었다. 교육부 교육통계서비스를 보면, 지난해 초1, 중1, 고1 학생들만 134만7085명(전체 초중고 학생의 25.2%)에 이른다.

―여전히 아이들이 매일 등교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회적으로 어른들이 도와줘야 한다. 지난해 코로나19 감염경로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다른 집단시설에 비해 학교는 감염비율이 매우 낮아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이었다. 어른들이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 감염자를 줄여야만 아이들의 전면등교가 가능해진다. 지난해는 전례없는 팬데믹 상황에서 아이들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게 최우선이었다. 아이들이 학교 가서 감염되면 가족과 지역사회로 감염이 번질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등교를 무작정 연기할 수 없고, 아이들의 배움은 지속돼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거다. 올해는 등교수업을 확대하고, 전면등교를 하는 게 일차적으로 가장 필요하다. 그런데 또 코로나19 4차 유행 기로에 서 있다.”

―특히 비대면 교육조차 자리잡지 못했던 지난해 각급학교 1학년이던 학생들은 더 우려된다.

“지금 초등 2학년 아이들은 지난해 첫 학교에 입학했지만 한글배움, 학교생활, 친구문화 같은 걸 익히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게 사실이다. 지난해 중학교, 고등학교에 입학해 학교급이 달라진 학생들도 상황이 비슷하다. 교사, 또래 친구들과 관계 속에서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며 성장할 기회를 1년 이상 제대로 갖지 못한 거다. 어린 학생들뿐만이 아니다. 대학 쪽에서도 특히 전문대 같은 경우, 지난해 신입생들이 거의 학교를 못 가다가 올해 졸업반이 된 처지도 있다. 대학생들도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는 법을 배우고, 대학 단위의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신의 진로나 삶의 주도성을 배우고 익혀야 하는데 그런 게 단절된 거다. 학교급이 달라진 학생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을지 교육부 차원에서 연구·진단하고 특별한 지원책을 마련할 생각이다.”

지난해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은 코로나19로 전세계 아동 1억6800만명 이상에 학습결손이 생겨 ‘재앙적 교육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로 상황을 좁히면,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최근 코로나19 학습결손에 따른 한국 국내총생산(GDP) 손실이 2100년까지 1677조원에 이를 것이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치를 인용해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여러 사회적 재난이 있었지만, 교육체계 전반을 뒤흔든 경우는 코로나19가 처음인 것 같다. 우리만의 문제는 아닐 듯한데.

“코로나19로 인한 학습격차는 전세계적인 고민거리다.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하지 못하면서 생기는 정서적·심리적 결손 문제 역시 다른 나라들에서도 정말 심각한 문제로 진단하고 있다. 이게 참,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고, 아이들한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이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코로나19 학습결손 문제가 국가경쟁력 이슈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어느 나라가 얼마나 빠르게 교육격차를 회복하느냐에 따라 5년, 10년 뒤 국가경쟁력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교육부장관 화상회의에서도 가장 큰 이슈 가운데 하나가 코로나19 이후 학력격차 문제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 보고서나 각국 교육이슈 분석자료를 봐도, 팬데믹 상황에서 빚어진 교육분야에서의 학습결손을 큰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의 ‘학습 회복력’을 굉장히 중요한 교육 의제로 삼고 있다. 우리 교육정책도 회복력을 최대한 빠르게 높일 방안을 집중적으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해 9월 서울 관악구 은천초등학교를 방문해 코로나19에 따른 원격수업 중인 학생을 지켜보고 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전례없는 코로나 상황에서 격차나 차별 없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게 전세계 교육계의 과제”라고 당부했다. 교육부 제공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해 9월 서울 관악구 은천초등학교를 방문해 코로나19에 따른 원격수업 중인 학생을 지켜보고 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전례없는 코로나 상황에서 격차나 차별 없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게 전세계 교육계의 과제”라고 당부했다. 교육부 제공
7년 만의 교육과정 개편 ‘대전환 시기’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 전국 전면도입
초등·중학교도 교육과정 개선할 계획

‘학교’ 중심에서 ‘학생 성장’ 중심으로

코로나19 위기 대응이 워낙 절박하지만, 교육현장에는 팬데믹 영향으로 잠시 밀려난 중요한 현안이 많다. 당장 한국 사회 최대 관심사의 하나인 대학입시 체제의 근간을 뒤흔들 ‘큰일’들이 진행 중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2022 개정 교육과정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부터 전국 고교에서 학생들이 대학처럼 수업을 골라 듣고 학점을 따는 ‘고교학점제’ 시행이 뼈대다. 학생들은 더 좋은 과목이 열린 다른 학교로 수업을 들으러 갈 수 있게 된다. 수강생이 넘쳐나는 인기 수업은 온라인플랫폼을 이용해 학점을 딸 수도 있다. ‘대학도 아니고 고등학교에서 그게 될까?’ 싶지만 4년 뒤 현실이 된다. 학생들이 달라지면, 대입제도와 대학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볼 때, 논·서술형 문제 도입도 점쳐지고 있다. 대학 가는 방법도 이전과 크게 달라질 요소들이 담겼다.

―7년 만의 교육과정 개편이다. 어떤 그림이 그려지고 있나?

“코로나19 위기를 지나면 교육 쪽에서도 대전환의 시기가 올 것이다. 2025년부터 전국 모든 고등학교에 고교학점제가 도입된다. 앞으로 고교생들도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수업, 듣고 싶은 수업을 골라 들을 수 있게 되는 거다. 대학생들이 좋아하는 강의를 찾아 듣는 것과 비슷하게 생각하면 된다. 학생들이 학교에 원하는 수업을 만들어달라고 말할 수 있고, 학교는 아이들의 개별성과 다양성을 지원하도록 수업 운영 방식을 바꾸게 될 거다. 아이들이 자기 삶의 역량을 스스로 키워가도록 정말 맞춤식으로 한명 한명의 개별학습을 소중하게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고등학교 수업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학교뿐 아니라 아이들의 학교생활도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어떤 변화가 생길까.

“큰 틀에서는 여러 교육제도가 ‘학교’ 중심에서 ‘학생 성장’ 중심으로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학습내용뿐 아니라, 문화와 학교 공간 사용하는 방법도 전혀 달라져야 한다. 특히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이전에 틀에 찍어 놓은 것 같은 ‘우리 교실’이라는 학급 중심 수업에서 아이들이 선택해서 이동형 수업을 하기 때문에 극소수 학급이나 다수 학급이 있을 수 있다. 또 토론식 프로젝트 수업, 그룹수업 등 다양한 수업모델이 가능한 교실 공간 활용 면에서도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대입 체제 변화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들이 대입 시험을 치르는 2028학년도부터 ‘미래형 대입제도’를 적용하는 걸로 알려졌다.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면 학생들이 배우는 내용과 태도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이들을 선발하는 대학 입장에서도 지금 같은 대입제도로 그대로 갈 수는 없다고 본다. 2028년 입시부터 미래형 대입제도가 적용될 텐데, 2024년까지 구체적인 대입개편안을 발표해야 한다. 저희가 이미 수능과 대입 개편과 관련된 여러 정책 연구도 들어갔다. 서·논술형 수능시험 체제와 관련해서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뿐 아니라 교원단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연구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에서 일부 정책 연구가 완료됐고, 일부는 진행 중이다. 고교학점제 도입 취지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교육과정도 체계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대학들도 바뀔 것으로 내다본다. 대입 관련해서 너무 앞선 얘기가 오히려 현장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어 큰 방향에서만 말씀드린다.”

―최근 교육부의 수능 위주 정시전형 확대 방침이 고교학점제와 배치된다는 지적도 있다.

“대입에서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공정성이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취지가 학교 수업과 생활을 열심히 하면 자기가 원하는 분야에서 대학 진학이 가능하게 하려던 제도였는데, 실제로는 스펙 쌓기 경쟁이 됐고 계층 격차를 훨씬 더 크게 만드는 요소가 있었다. 결국 일부 학교에서 불공정 입시 원인의 하나로 지목되지 않았나? 학종이 10여년 정도 운영됐는데, 매우 불공정한 부분이 있다는 국민적 인식이 있었다. 그래서 학종의 공정성을 회복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였다. 조사해보니 16개 대학에서 특히 학종 쏠림이 너무 컸다. 국민들이 불신하고,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문제에 대해서 조금 더 공정하고 균형감을 갖도록 제도를 보완한 것이다.”

―대입 공정성과 관련해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 논란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다른 입시비리 사건의 경우, 합리적 판단 근거가 있으면 교육부가 학교 쪽에 적극적으로 조사를 요청하는데 선제적으로 그렇게 하지 않은 게 정치적 이유로 대입 공정성에 흠결을 낸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저희가 입시 관련 문제를 접수하면 대개는 먼저 대학에 조사를 요청한다. 조사가 미진하거나 의혹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교육부가 사안 조사나 감사를 나가는 방식이다. 필요하면 수사의뢰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는, 교육부가 학교에 조사를 요청하기 전에 언론에 기사화되고, 사건이 불거진 뒤 일주일 새 검찰이 압수수색을 시작했기 때문에 교육부가 학교에 조사를 요청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검찰 수사와 함께 법적 다툼이 진행되는 사회적으로 첨예한 사안이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지난해 12월 1심 판결이 나왔다. 부산대가 대법원의 최종판결을 보고 그에 따라 징계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지만, 저희가 1심 판결 이후 법률 검토를 거쳐 (1심 판결이 난 데 따른) 학교 쪽 조처 계획을 보고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앞으로도 대학입시와 관련된 부정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예외없이 처리할 것이란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리겠다.”

‘유치원 3법’ 통과로 회계 제도 보완
개인 만든 유치원도 학교로서 정체성
대학 ‘벚꽃 엔딩’ 지역균형발전 고려

유치원 공공성 강화…대학은 ‘벚꽃 엔딩’ 화두

공교육의 출발점인 유치원 교육은 2018~2019년 이른바 ‘한유총(한국유치원총연합회) 사태’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일부 사립유치원들이 정부 지원금을 쌈짓돈처럼 써온 비리를 개혁하라는 요구에 한유총이라는 거대 이익집단과 정치권 로비 등을 방패 삼아 저항했다. 하지만 학부모를 중심으로 한 거대한 사회적 분노, 여야 가리지 않은 정치권과 정부의 압박으로 한유총이 백기를 들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당시 정부가 모든 사립유치원에 국가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을 도입했지만,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핵심 사안이던 사립유치원 법인화는 아직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한유총 사태 이후 사립유치원의 투명성과 공공성 강화 요구가 높았다.

“당시 정부가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대처에 나섰고, 이른바 ‘유치원 3법’이 통과되면서 지금은 모든 사립유치원이 에듀파인을 쓰고 있다. 회계 비리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가 어느 정도 보완된 것이다. 또 국공립유치원에 대한 학부모들의 기대를 반영해서 한유총 사태 이후 올해까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사립유치원을 매입해 국공립으로 전환하는 매입형 국공립유치원 48곳, 법인으로 전환한 사립유치원을 행정·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공영형 9곳 등 유치원 60여곳을 공공형으로 확충했다. 학부모들이 사회적 협동조합을 결성해 운영하는 부모협동형 유치원도 3곳 생겼다. 그밖에도 학급을 새로 만들거나 늘려서 전체 유아 대비 국공립 입학 가능 정원을 2018년 32%에서 지난해 말 39%까지 끌어올렸다.”

―사립유치원 법인화는 진전이 더디다.

“유치원은 법적으로 초·중등학교와 같은 ‘학교’이다. 그런데 복잡한 이유로 국내에선 전체 유치원의 43%가 사립이고, 이 가운데 86%는 개인이 세운 사인(私人)유치원이다. 이들도 학교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기 위해 학교법인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이들을 법인화하는 데는 상당한 규모의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필요한 만큼 중장기 과제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 우리랑 상황이 비슷했던 일본도 1970년대부터 사립유치원 법인화를 시작해서 2017년 현재 법인유치원 비중을 90%대까지 끌어올렸다. 50년이란 시간이 걸린 셈이다. 우리 정부도 사립유치원 법인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한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하고 있다.”

유치원 교육은 2018~2019년 사립유치원 비리로 촉발된 ‘한유총 사태’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2019년 2월 전국유치원학부모비상대책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사립유치원의 투명한 회계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유치원 교육은 2018~2019년 사립유치원 비리로 촉발된 ‘한유총 사태’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2019년 2월 전국유치원학부모비상대책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사립유치원의 투명한 회계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대학 쪽 상황도 녹록지 않다. 특히 지방대학들은 수년째 ‘벚꽃 엔딩’ 시즌을 맞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 확대가 맞물리면서 신입생을 구하지 못한 지방대학들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도미노처럼 무너질 것이란 뜻이다. 화사한 꽃말이 들어갔지만, 실상은 대학의 참혹한 현실을 빗댄 것이다. 대학 분야 민간싱크탱크인 대학교육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2024년 대입 가능 인원이 38만명까지 줄어드는 등 상당수 대학들이 수년 안에 심각한 정원 미달 사태를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방대 위기가 심상치 않다.

“올해 대학 미충원 신입생 수가 약 4만명으로 지난해 대비 3배나 늘었다. 2024년에는 이 숫자가 10만명까지 늘어날 것이란 추산도 나온다. 상황을 꽤 심각하게 보고 있다. 단순히 대학의 경쟁력 문제로만 생각할 수 없고, 수도권-지방대의 동반성장과 지역균형발전 문제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현재 수도권과 지방대의 학부-대학원 정원을 모두 망라해 권역별 적정 정원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대학에 입학할 학생 수 자체가 감소하는데, 정원 구조조정만이 능사가 아니고 대학 스스로 평생교육이나 연구중심 대학 등으로 체질개선을 해야 한다. 교육부도 이달 중 지원 방안을 발표하겠다.”

―대학가에선 코로나19 등록금 반환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 주장에 충분히 공감한다. 다만 대학 등록금 문제는 교육부가 직접 관여할 수 없고, 전적으로 학교 쪽에 권한이 있다. 그래서 학교가 학생들과 합의안을 만들어 코로나19 관련 등록금을 일정액 지원(반환)하면, 교육부는 대학 혁신 지원사업비나 원격수업 설치를 돕는 방식으로 우회지원을 하고 있다. 또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가 비대면 수업이 부실한 데 대한 불만에서 시작된 만큼, 교육부는 조금이라도 더 양질의 수업이 이뤄지도록 필요한 시스템과 인력을 지원하는 데 애쓰고 있다. 아울러 대학에 학생대표들이 참여하는 원격수업관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구성하도록 해서 학생들의 어려움을 최대한 해소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코로나19는 교육현장에도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곳곳에 침투했다. 지난 3월 한 대학생이 서울 종로구 대학로 ‘공공그라운드’에서 열린 코로나 대학생 피해사례 증언대회에서 다른 참가자의 피해사례를 듣다 눈물을 훔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코로나19는 교육현장에도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곳곳에 침투했다. 지난 3월 한 대학생이 서울 종로구 대학로 ‘공공그라운드’에서 열린 코로나 대학생 피해사례 증언대회에서 다른 참가자의 피해사례를 듣다 눈물을 훔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코로나 뒤 ‘한국판 뉴딜’ 불가피
한국 교육도 패러다임 바뀔 수밖에
대전환 시대에 맞는 인재 키우려면
학교·교육과정 대전환 반드시 필요

현 정부와 임기 마치면 역대 최장 교육부장관

유 부총리는 2018년 10월 김상곤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 취임했다.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해 재선(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시 병)에 성공한 정치인이기도 하다. 국회 교육분야 상임위원으로 7년여간 활동하다 2018년 10월 첫 여성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 취임했다. 재임 기간 한유총 회계 비리와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문재인 정부 4년여간 급증한 사교육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조국 전 장관의 자녀 입시 문제에 대한 조처는 다른 사례와 견줘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4월 총선 출마 가능성을 점쳤지만, 그는 “문재인 정부의 첫번째 여성 사회부총리이자 교육부장관으로서 제 쓰임이 다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와 함께 임기를 마치면, 재임기간 3년7개월(1316일)로 역대 최장수 교육부장관(전체 59명)으로 남게 된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을 책임진 장관이 됐다.

“개인적으로는 영광스러운 자리이지만, 굉장히 무거운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위기까지 겹치면서 도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남은 임기 동안 미래 교육을 한걸음 앞당기는 교육 패러다임 전환의 토대를 만드는 일까지는 꼭 마치려고 한다.”

―추가 개각이 없다면, 남은 임기가 꼭 1년이다. 이후 ‘정치인 유은혜’의 향후 행보는 어떻게 계획하고 있나. 최근 개각 과정에서 총리 후보설이 나왔고, 내년 경기도지사 출마설도 들린다.

“정치인으로서 삶이란 게 계획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 사실 지난 총선에 불출마한다는 것도 예상했던 건 아니다. 지금은 장관으로서 미래 교육 비전을 조금이라도 더 진전시켜 나가는 문제가 제일 중요하다. 그 결과가 이후에 (정치인으로서) 평가받는 토대가 될 수는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회부총리이자 교육부장관으로서 지금 가진 권한과 경험으로 국민 삶을 나아지게 하고, 아이들이 조금 더 행복한 미래를 누리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

1시간30여분 진행된 인터뷰에서 유 부총리는 여러차례 마스크를 고쳐썼다. 코로나19는 학교에 어떤 후유증을 남기게 될까? 한번도 가본 적 없는 길 위에서 학생, 학부모, 교사와 교육당국까지도 다음 나아갈 방향을 구분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유 부총리는 “코로나19라는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가운데 학교에서 뒤처지는 이들이 없도록 촘촘한 교육안전망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코로나19와 싸우는 지금이 한편으로 교육 시스템과 패러다임을 바꿀 기회라고 봤다. 팬데믹 이후 세계가 더는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유지될 수 없고, 교육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학교는 어떤 구실을 할까? 그는 ‘미래 교육’을 언급하는 대목마다 몇번이고 목소리에 힘을 넣었다.

“코로나19 이후 대한민국의 대전환, 한국판 뉴딜이 불가피하다는 건 모두 알고 있지 않나? 교육분야도 대전환의 시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더는 과거와 같은 산업구조나 노동시장이 유지될 수 없고 인구도 굉장히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인재를 양성할 것인가? 어떤 능력을 갖춘 사람이 미래 사회를 주도하는 인재가 될 것인가? 대전환 시대에 맞는 인재를 키우려면 학교와 교육과정이 달라져야 하는 게 당연하다. 똑같은 사교육 문제나 대입 문제를 얘기하더라도 이제는 대전환의 시기에 맞는 교육 시스템과 패러다임을 이야기할, 바로 그런 시기에 우리 모두 놓여 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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