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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네이버 직원, ‘업무 스트레스’ 호소 메모 남기고 숨져

등록 2021-05-28 17:35수정 2021-05-29 02:37

잦은 야근과 업무 채근으로 압박감 호소
“임원 폭언 심각해” 직원들 제보 이어져
노조 “명백한 업무상 재해…재발방지 요구할 것”
네이버 본사.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네이버 본사.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네이버의 한 직원이 격무에 따른 괴로움을 호소하는 메모를 남긴 채 숨졌다. 네이버 노동조합은 “고인의 죽임은 명백한 업무상 재해”라며 회사에 사과와 대책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네이버 리더급 직원 ㄱ씨는 지난 25일 자택 근처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한 내용이 담긴 ㄱ씨의 메모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타살이나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ㄱ씨의 부고가 네이버 인트라넷(내부망)에 올라온 뒤, 사내에서는 그가 평소 ㄴ씨 등 임원들로부터 심한 업무 압박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네이버 노조인 ‘공동성명’에는 ㄱ씨가 ㄴ씨 등으로부터 잦은 업무 채근을 받았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그룹 윗선이 무리한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일정을 요구하면서 야근이 이어지고, ㄱ씨를 비롯한 부서원들이 심한 압박감을 느꼈다는 내용이다. 네이버의 한 직원은 “무리해서 앱을 배포하면 미비점이 많아 이용자들의 평점이 떨어지고, 그렇게 되면 업무 압박은 더욱 강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고 회사 분위기를 전했다.

ㄱ씨가 ㄴ씨로부터 폭언에 시달렸다는 증언도 나왔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등에는 “ㄱ씨의 부서에서는 욕설 섞인 지시가 비일비재했다”, “ㄱ씨를 비롯한 리더들이 임원을 찾아가 ㄴ씨의 문제를 알렸지만, 이들 중 일부가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는 등의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공동성명은 ㄴ씨가 과거에도 직원들에게 폭언 등을 해 퇴사한 뒤 최근 재입사한 사실을 파악했다. 공동성명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조합원들의 제보 내용으로 미루어 욕설과 폭언이 가해진 상황이 실제로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동료들의 증언과 증거를 추가로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성명은 이르면 이달 중으로 회사에 사과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낼 계획이다. 공동성명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고인이 생전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와 위계에 의한 괴롭힘을 겪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런 내용들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는 명백한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했다. 이어 “회사 내 인사 제도상 결함으로 고인이 힘든 상황을 토로하지 못하고 안타까운 선택을 한 부분이 있다면, 제도 개선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요구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등 임원진은 지난 26일 ㄱ씨의 장례식을 찾아 조문했으나 사내에서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 대표이사는 28일 본사 직원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사외이사진이 외부기관에 의뢰해 이번 사건을 엄중히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폭언 등의 가해자로 지목된 ㄴ씨는 ㄱ씨가 사망한 이튿날인 26일부터 28일까지 휴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는 ㄴ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ㄴ씨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네이버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신뢰성 있는 외부기관을 통해 이번에 제기된 문제들의 사실 여부 등 진상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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