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국회 본청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의 주최로 전·현직 의원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이주빈 기자
“(국회)원 구성이 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올해 안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이뤄주십시오. 촉구합니다!”
천천히 말을 이어가던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의원이 발언 막바지 ‘차별금지법 제정’이라는 대목에서 목소리에 힘을 줬다. 21대 국회의원 임기 2년째가 시작되는 31일, 국회 본청 앞에 역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던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주최한 ‘평등의 약속, 차별금지법 바로 지금’ 기자회견에 참석한 17·18·19대 의원들은 “차별금지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8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대표발의한 권 전 의원은 고 변희수 하사의 안식을 빌며 “차별금지법이 있었더라면 변 하사가 죽음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죽음에 대해 국회는 그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차별공화국이다. 민주공화국이 되기 위해서는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에서 평등 사회가 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17대 국회에서 고 노회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차별금지법에 동참했던 최순영 전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번 기자회견 발언을 요청받으며 참담했다. 모든 게 발전하고 변하는데 몇 대 국회가 지나도록 정치권은 바뀌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때 민주노동당은 소수정당이었지만, 지금 더불어민주당은 과반수 정당이다. 그런데도 이번 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지 못한다면 국민이 나서서 평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19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한 김재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17대 때부터 발의됐던 법이 21대에서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다면 무능하다 못해 국민을 배신하는 정치”라고 21대 국회를 비판했다.
이들의 목소리에 기자회견에 참여한 권인숙·이상민 민주당 의원,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응답했다. 장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했고 권 의원은 공동발의로 이름을 올렸다. 이 의원은 차별금지법과 유사한 ‘평등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권 의원은 “15년 동안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단 말이 반복되고 있지만,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미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인권위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88.5%였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조사에서도 87.7%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했다.
장 의원은 “국회가 차별금지법을 외면한 이유는 300명 의원 대부분이 양심을 저버렸기 때문이다. 차별에 고통받는 시민의 삶보다 자기가 속한 진영의 정치적 이익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동참을 독려하는 게 녹록지 않다. 조금 더 분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4일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 피해자
가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린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청원은 이날 낮 5만6000명을 돌파했다. 국민동의청원은 30일 이내 10만명 이상 동의할 경우 관련 청원이 국회 상임위원회에 회부된다.
글·사진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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