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화물차 기사인 장창우(52)씨가 컨테이너 내부에서 쏟아진 파지 뭉치에 깔려서 응급차로 이송된 뒤 사고 현장 모습. 사진 화물연대 제공
세종시의 화장지 생산업체에서 화물을 내리다 300㎏ 파지 더미에 깔려 화물노동자가 숨진 지 7일 만에 회사가 사고 책임을 인정하고 유가족에게 사과하기로 했다.
3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는 지난 2일 오후 5시40분께 쌍용씨앤비(쌍용C&B)와 장창우(52)씨의 산업재해 사망 사고와 관련한 합의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합의 내용은 △유가족에 대한 사과와 보상 △사쪽의 책임인정 △재발방지대책 강구 △산재처리 협조 △화물연대 활동 보장 등이다.
우선 쌍용씨앤비는 이번 사고의 책임을 인정했다. 사고 원인이 됐던 하차 도크(깊게 판 구조물)의 경사면을 없애는 개선 작업을 하고, 하차 작업 시 안전장치를 설치해 파지가 쏟아지지 않도록 하기로 했다. 또 운전 외 업무를 화물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을 금지하고, 하차 작업을 위한 별도인력을 충원하기로 했다.
쌍용씨앤비는 유가족에 대해서도 사과와 보상을 하기로 약속했다. 박세훈 쌍용씨앤비 대표이사가 직접 유가족을 만나 사과할 계획이다. 장씨의 둘째 딸 장아무개(21)씨는 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 2일 세종시 조치원 쌍용씨앤비 공장에 방문했을 때 공장 관계자가 사과문을 전달했지만 아직 쌍용씨앤비 본사에서 연락을 주거나 빈소에 찾아온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장씨의 고향인 전남 순천시에서 정식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화물연대는 이날 전국에서 쌍용씨앤비 규탄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지만, 모두 취소했다. 그러나 오는 18일 안전운임제(화물차 노동자의 적정 운임을 보장해줘 노동 여건을 개선하고 과로, 과적, 과속 등을 방지하는 제도) 정상화 등을 요구하는 경고 파업은 진행할 예정이다.
화물연대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안전운임제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었다면 이번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 최근 10개월 동안 다섯 분의 화물노동자가 안전운임제에서 금지한 운송 외 업무 강요로 돌아가셨다”며 “비통함을 금할 수 없음과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기에 운송 외 업무 강요 금지, 화물차 안전운임제 정상화 등을 촉구하는 노력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씨는 지난달 26일 오전 9시15분께 화물 운송지인 세종시 조치원읍의 쌍용씨앤비 공장 안 도크에 차를 세운 뒤 컨테이너 문을 열었다가 300㎏ 무게의 파지 뭉치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그 밑에 깔렸다. 장씨는 곧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튿날인 27일 숨을 거뒀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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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줄 알았지만…300㎏ 파지가 그에게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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