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국방부 장관이 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안실에서 공군 이아무개 중사를 추도하고 있다.
2013년과 2017년, 그리고 2021년까지 군 상관에 의한 성폭력 피해로 세 명의 여성 군인이 세상을 떠났지만 바뀐 것은 없었다.
남성 직속상관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하였던 성소수자 여군 장교 사건에 대응하는 공동대책위원회는(공대위) 3일 유명무실한 국방부의 성폭력 근절 대책을 비판하며 군내 성폭력 피해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시스템 작동을 요구했다.
이날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성명을 내고 “(공군 부사관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즉시 신고했음에도 군 내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은 현실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부대관리훈령>에는 △성폭력 피해자 보호와 비밀유지 의무 △가해자와 피해자 우선 분리 △피해자의 신고 등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행위 금지 등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도 매뉴얼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성폭력 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국방부가 새로운 대책을 발표했지만,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2013년 육군 직속상관에게 성추행을 당한 여군 대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2017년에는 해군 장교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한 여군이 세상을 등졌다. 공대위는 “언제까지 이런 현실이 되풀이되어야만 하는가. 국방부는 이번 (공군 피해자 사망)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진상을 규명하고, 기존의 성폭력 피해자 보호 제도를 전면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9년 국방부의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음을 인지하고 신고한 비율은 32.7%에 그쳤다. 보고하지 않은 피해자들의 44%가 ‘아무 조처도 취해질 것 같지 않았다’고 답했다. 공대위는 “이런 피해자들의 우려가 이번 사건에서도 실제로 나타났다”며 “군대 내 성폭력이 은폐되고,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 어떤 피해자가 자신의 경험을 알리고 해결을 요구할 수 있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대위는 △국방부의 ‘성폭력 근절 종합 대책’ 전면 재검토 △여군 부사관 지위 정상화 △외부 지원이 가능한 인권침해 상담 핫라인 개설 △양성평등 담당 기구 활동 보장 및 예산·인력 확충 등을 대안으로 요구했다.
공대위는 2017년 11월, 성소수자 여군을 성폭행한 직속상관과 함장 2명에 대해서도 대법원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 피해자는 사건 당시 해군 상관에게 성폭행 당한 사실을 직속상관에게 보고했지만, 즉시 보호 및 분리 조처를 하지 않았다. 직속 상관은 오히려 추가 성폭력을 가한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1심에서 징역 10년(직속상관), 8년(함장)을 선고받았지만 2018년 11월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현재까지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고 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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