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로 숨진 이아무개 공군 부사관의 추모소가 마련된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6일 오전 한 부사관이 조문한 뒤 군모를 움켜쥐고 있다. 연합뉴스
‘어제는 꿈을 꾸었어, 하늘을 날아가다가 떨어진 그 곳에서…’
6일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이아무개 공군 중사의 추모소에는 고인이 평소 즐겨듣던 ‘브로콜리너마저’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고통을 겪다 지난달 22일 이 중사가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된 지 2주가 넘었지만, 유족들은 그를 차마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다. 주검이 안치된 영안실에 놓아두었던 영정사진을 옮겨와 지난 4일 밤 임시 분향소만 마련했다. 장례는 억울함이 풀리고 나서 치른다는 계획이다. 하얀 국화와 고양이 인형,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추모 화환 등이 이 중사의 영정사진 근처에 놓였다. 고양이 인형은 고인이 평소 좋아하던 반려묘 대신 놓인 것이다.
이 중사의 고모부는 이날 <한겨레>와 만나 “사건이 일어나고 여기저기 도움을 청해도 제대로 도움을 받지 못했는데, 언론 보도가 나온 뒤에야 눈도장 찍기 식으로 조처가 나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추모소를 찾고 엄중한 수사를 약속한 데 대해 “열심히 하겠다니 기대는 하고 있지만, 1년 전 (다른)성추행 등 사건이 일어난 직후 (군 내에서)제대로 대처가 되지 않았던 것 등을 고려하면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성추행 피해로 숨진 이아무개 공군 부사관의 추모소가 마련된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6일 오전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중사의 동갑내기 친척 ㄱ씨는 “밝고 배려심이 깊은, 제게 너무나도 소중한 친구였다. 제게 제일 친한 친구, 친형제 같은 친구였다”고 고인을 기억했다. ㄱ씨는 “(이 중사가 생전)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생신을 축하드린다는 손편지를 쓰고, 월급을 받아 이모와 이모부에게 선물을 사서 드리는 등 가족을 잘 챙겼다. 누군가에게 피해 가는 행동 한 번 한 적 없는 좋은 친구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 중사가 평소)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고 힘들다는 얘기 한 번 없었는데, 소식을 듣고 세상이 무너진 것 같았다”며 고개를 떨궜다.
성추행 피해로 숨진 이아무개 공군 부사관의 추모소가 마련된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6일 오전 한 부사관이 조문하며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이 중사와 같이 근무했던 군인들도 이날 빈소를 찾았다. 이 중사와 제20전투비행단에서 함께 근무하다 지난해 병장으로 전역한 이도형(29)씨는 “본인 일을 잘 하지 않고 남에게 떠넘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제가 근무했을 당시 이 중사님은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라며 “근무할 때 성실하게 잘하셨던 분이고, 가해자나 윗사람들의 일까지 도맡아 하셨던 분이다. 그런데도 (이 중사가) 다른 부대로 전출을 간 뒤 관심 부사관 취급을 받으셨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웠다”라고 말했다. 역시 같은 부대에서 함께 근무하다 지난해 병장으로 전역한 이주호(24)씨도 “(고인이) 어떻게 지내는지 보면서 어떤 사람이고 어떤 개인사를 갖고 있는지 대략 알고 있는데 많이 안타깝다. 이런 일이 생겨 마음이 아파서 왔다”고 말했다.
일반 시민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서울 은평구에서 온 박정훈(47)씨는 “고인과 전혀 몰랐던 사이지만 소식을 듣고 너무 안타까워서 찾아왔다”며 “인사를 드리고 국화를 놔두는 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한 시민은 방명록에 “일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중사의 죽음에 대해 정말 가슴이 아파서 찾아왔다”고 적었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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