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열린 강제징용 노동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1심 선고에서 각하 판결을 받은 유족 임철호(왼쪽)씨와 대일민간청구권 소송단 장덕환 대표가 공판이 끝난 뒤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임씨의 아버지인 임정규 씨는 일제 치하 당시 일본 나가사키로 강제 노역을 갔다 돌아오지 못했다. 연합뉴스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 16곳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피해자들이 일본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낼 권한이 없다는 게 1심 법원의 판단이다. 피해자들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재판장 김양호)는 7일 강제노역 피해자 송아무개씨와 유족 등 85명이 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전범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의 소를 모두 각하한다”고 판결했다. 각하란 소송이 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법원이 원고의 주장을 판단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것이다. 원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패소 판결과 사실상 다르지 않은 결과다.
재판부는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이나 일본 국민을 상대로 한 개인청구권은 한·일청구권 협정에 의해 소멸하거나 포기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소송으로 이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고 각하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한·일 청구권 협정과 그에 관한 양해문서 등 문언, 협정 체결 경위나 체결 당시 추단되는 당사자 의사, 청구권 협정 체결에 따른 후속 조치 등을 고려해보면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청구권 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당초 재판부는 오는 10일 이 사건 선고를 내릴 예정이었지만, 이날로 기일을 앞당겨 판결했다.
강제노역 피해자들은 재판부의 판결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비통해했다. 피해자들을 대리한 강길 변호사는 “1심 판결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정반대로 배치돼 매우 부당하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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