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본사·계열사 소속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에게만 이틀의 백신 휴가를 주고, 일부 손자회사에는 하루만 주기로 해 직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계열사나 직무에 따라 백신 휴가 기간을 다르게 주는 기업들이 잇따르면서 백신 휴가 차별 논란도 커지고 있다.
10일 <한겨레> 취재 결과, 지난 9일 네이버는 백신을 접종한 본사 직원들에게 이틀의 유급휴가를 주는 방침을 인트라넷(내부망)에 안내했다. 백신을 맞은 당일에 휴가를 쓰고, 접종일로부터 7일 이내에 하루 더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라인 등 관계사들도 같은 기간의 휴가를 보장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컴파트너스, 인컴즈, 그린웹 등 네이버의 손자회사 3곳은 접종 다음날 하루만 쉴 수 있게 했다. 백신 접종 초기 이들 회사 내부 시스템엔 본사처럼 ‘이틀 휴가’를 안내하는 공지가 올라왔으나, 곧 ‘접종 다음날 휴가’로 수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컴파트너스는 네이버의 자회사인 네이버아이앤에스(I&S)의 자회사로 네이버쇼핑·페이 등의 불편사항을 접수하는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인컴즈 역시 사용자의 검색 기능 등과 관련된 문의사항을 받는 손자회사다.
네이버 손자회사의 한 직원은 “백신을 접종한 지인 중 발열 등 후유증이 심했다는 이야기를 자주 접했는데 하루만 쉬고 제대로 출근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며 “손자회사 직원들이라고 해서 후유증 가능성이 없는 게 아닌데 백신 휴가에 차등을 둘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은 “백신 휴가로까지 직원을 차별하지 말자”며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공동성명은 10일 손자회사 3곳의 모든 임직원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굳이 (백신 휴가를) 차별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정보기술(IT)업계 대부분의 회사가 2일의 백신 휴가를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한 시민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네이버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에서도 백신 휴가 차별 논란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13개 계열사 노동자에게 이틀의 백신 휴가를 주기로 했지만, 기업 구내식당 운영 등의 업무를 맡은 현대그린푸드 노동자에겐 하루만 주기로 했다. 현대그린푸드 노조는 ‘백신 휴가 이틀 보장’을 주장하며 회사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급식소 근무) 조리원들이 많은 인력 구조상 인력 대체가 쉽지 않아 (다른 곳보다 적은) 하루의 백신 휴가를 주게 됐다”고 설명했다. 금호타이어 역시 이달 초 백신 휴가 기간을 정하는 노사 협상 과정에서 “회사가 생산직에만 이틀의 백신 휴가를 주고 사무직에는 하루를 주려 한다”는 주장이 내부에서 제기되며 반발이 일었다. 회사 쪽은 직무와 관계없이 이틀을 보장하기로 하며 논란을 진화했다.
기업들이 차별적인 백신 휴가 기간을 설정하는 것은 강제력 있는 지침이나 유인책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4월부터 경찰, 보건교사 등 사회 필수인력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 당일과 다음날을 휴가로 정했지만, 민간 기업에 대해서는 백신 휴가 부여를 ‘권고’만 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통상적인 이상 반응 회복 기간인 접종 후 2~3일 동안이라도 휴가를 보장해야 사람들이 안심하고 백신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젊은층들에서 이상 반응 빈도가 비교적 잦은데, 이들이 본격적으로 접종하는 다음 달부터는 기업들이 (규모 등에 관계없이) 일정 기간의 백신 휴가를 도입하게끔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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