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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단독] “가려움·통증, 생리대 탓일 수 있다”… 정부 조사결과 6개월 전 나왔다

등록 2021-11-11 04:59수정 2021-11-11 09:39

생리대 유해성 4년 조사 결과
질병과 직접 연관 못 밝혔지만
“가려움 등 영향 미쳐” 4월 확인
식약처·질병청 논의 참여해놓고
“주관적 평가, 신뢰 어렵다” 딴지
여성환경연대가 2017년 8월24일 기자회견을 열어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 규명과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여성환경연대가 2017년 8월24일 기자회견을 열어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 규명과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17년 생리대 파동 뒤 이뤄진 정부 조사 끝에 생리대 사용에 따른 이상 증상 발생 가능성이 6개월 전 확인되었는데도 그 결과가 공개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4년간 진행한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결론이 지난 4월 도출되었으나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 등으로 관계부처가 반년간 틀어쥐고 있는 탓이다.

<한겨레> 취재 결과, 2018∼21년 진행된 ‘1·2차 생리대 건강영향조사’에서 일회용 생리대 사용이 외음부의 가려움증·통증 등 생리 관련 증상 발생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생리대 사용량과 일부 유해물(휘발성 유기화합물) 노출량 등이 생리 관련 증상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는 요지의 결론은 1·2차 조사결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일회용 생리대 사용과 질병 발생 간의 연관성은 발견하지 못했다.

생리대 건강영향조사는 지난 2017년 생리대 파동 이후 일회용 생리대 함유 물질로 인한 여성들의 건강피해 규명에 대한 청원 제기로 이뤄졌다.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진행한 1차 조사(단면조사)에서는 전국 만 15∼45살 여성 1만6천여명을 대상으로 생리용품 사용실태 파악 및 관련 증상·질환을 설문조사했다. 2019년 12월~2021년 4월 이뤄진 2차조사(패널연구)에서는 패널 2600여명이 10개월간 작성한 생리일지로 생리용품 사용과 여성건강(불편 증상 등) 간 관련성을 평가했다.

1·2차 조사에 앞서 환경부는 2018년 4~8월 예비조사도 거쳤다. 피해 호소 여성 5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생리통, 생리량 변화, 외음부 증상 등이 일회용 생리대 사용과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고 추가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관계부처인 환경부·식약처·질병청이 1·2차 본조사를 진행했고, 올 4월 종합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결과는 계획대로 나왔으나, 발표는 6개월째 미뤄지고 있다. 식약처와 질병청이 방법론에 문제를 제기하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인 탓으로 전해진다. 설문조사와 패널조사로 진행된 본조사가 개별 여성들의 주관적 평가를 바탕으로 하기에 연구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단 논리다. 그러나 조사 방법은 이미 2018년 예비조사 뒤 해당부처가 민관협의회와 논의해 함께 구체화한 사안이다. 이제와 방법론을 문제삼는 것이 결국 기대와 다른 조사결과 때문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식약처는 2017년 생리대 내 함유된 유해물질이 인체에 흡수되는 노출량을 계산하고 국외에서 제시된 독성 참고치와 비교한 위해성 평가를 실시, 인체에 유해한 수준은 아니라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과학적 조사 설계 및 진행 과정에서의 협력을 위해 구성된 민·관공동협의회 회의 또한 별다른 설명없이 지난해 11월18일을 마지막으로 1년 가까이 열리지 않고 있다. 지난 2017년 12월 구성된 민관협의회는 정부 소속 위원 4인, 민간위원 17인(역학조사·노출 및 위해성·여성질환 평가·국민소통 등 각 분야 전문가)으로 이루어져 있다. 1·2차 최종 연구결과는 환경부·식약처·질병청 협의 뒤 민관협의회 회의에서 처음 발표될 예정이었다. 민간위원들은 지난 4월부터 현재까지 3∼4차례 걸쳐 회의 개최를 요청했지만 일정 협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민간위원은 “부처 간 합의가 이뤄져야 발표할 수 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연구결과가 이미 나왔고 발표만 하면 되는데 무슨 합의가 필요하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연구결과가 문제가 있다고 나왔으면 발표한 뒤 공정이나 함유 물질을 바꾸도록 해 관리하면 될 일이다. 이걸 왜 6개월 넘게 미루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주관 부처인 환경부는 “부처 간 협의중”이란 입장이다. 고나단 환경부 피해구제과 사무관은 “식약처와 질병청이 우려하는 부분은 (생리대 건강영향평가 결과가) 전국민적 관심 사안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오해가 없도록 하는 차원이라고 본다. 조속히 협의를 마치고 발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식약처 대변인실은 “환경부·식약처·질병청이 함께 정부 차원의 입장을 정리해가는 과정 중”이라고 밝혔다. 질병청 국립보건연구원 관계자는 “내부 검토 중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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