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단체협의회와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연 ‘여성가족부 폐지 그 대안은?’ 토론회에서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한국 여성 인권이 불평등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사진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우리나라가 유엔에서 보고하는 성차별 지수(성불평등지수·Gender Inequality Index)에서 아시아 중 1등 국가인데, 지금처럼 여성인권만 높여달라고 주장해서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이냐. 저는 여성이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문제의식이 있습니다.”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그 대안은?’이라는 주제로 토론회에서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가 한 발언이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와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동주최한 이 날 행사에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이수정 교수,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지낸 차인순 국회의정연수원 겸임교수, 하나 베커 독일대사관 1등 서기관 등이 참여했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이 교수는 ‘성평등정책 추진의 틀, 어떻게’라는 제목의 자료를 띄우고 14분 동안 발표를 이어갔다. 이 교수는 지금 시급한 문제는 여성인권보다 자살률이라고 강조하며 “성차별이 심하다고 하는데 세계경제포럼(WEF)의 ‘성 격차지수’(Gender Gap Index·GGI)는 156개국 중에 102위다. 하위권이긴 한데, 자살률은 20년 동안 1위다. 유엔이 발표한 ‘성불평등지수(GII·Gender inequality index)’는 전세계 11등이다. 우리나라 여성인권이 꼭 ‘인이퀄’(Inequal·불평등)하지는 않다”고 했다. 이 교수는 발표 말미 한 차례 더 “우리나라 성불평등지수가 (낮은 순으로) 아시아 1등인데, 계속 그것(여성인권)만 주장해서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이냐”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성불평등 정도가 알려진 것처럼 심각하지 않다는 점을 발표 전·후반에 걸쳐 반복해 강조한 것이다.
이 교수가 이날 인용한 ‘성불평등지수’는 유엔개발계획(UNDP)이 각 나라의 △모성사망률 △청소년 출생률 △여성의원 비율 △중등 이상 교육 비율 △경제활동 참가율 등 5개 지표를 토대로 산출한다.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 우리나라의 종합 점수는 0.064로, 세계 11위, 아시아 1위다. 결과만 보면 순위가 결코 낮지 않다.
그러나 모성사망률, 청소년 출생률 지표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순위를 기록한 점이 이런 결과에 기여한 맥락을 눈여겨봐야 한다. 우리나라 청소년 출생률(15∼19살 여성 1000명 중 출산한 인원)은 1.4명으로, 조사대상 189개국 가운데 가장 낮다. 모성사망률(여성 10만명 중 출산으로 사망한 인원) 역시 11명으로 적은 편이다.
반면 남성과 여성의 정치·교육·노동 분야의 ‘성 격차’를 보여주는 지표는 구조적 성차별의 현재를 보여준다. 우리나라 여성의원 비율은 16.7%다. 같은 16%대 나라는 저개발국이 포진해 있다. 아제르바이잔(16.8%), 파라과이(16.8%), 리비아(16.0%), 우즈베키스탄(16.4%), 마다가스카르(16.9%), 토고(16.5%)가 있다. 추이도 봐야 한다. 모성사망률·청소년 출생률은 2018∼2020년도 유지·개선됐으나, 같은 기간 여성의원 비율(17%→17%→16.7%), 중등 이상 교육받은 여성 비율(89.8%→89.8%→80.4%)은 외려 지표가 악화했다. 다만 경제활동참가율은 52.2%→52.8%→52.9%로 소폭 개선됐다. 이런 맥락을 보지 않고 결과만 언급하면 우리나라가 성평등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선도 국가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결론을 도출할 수밖에 없다. 실제 4개(경제·교육·건강·정치) 부문에서 남녀 ‘격차’를 파악해 순위를 도출하는 ‘성 격차지수’(Gender Gap Index, GGI, 세계경제포럼)를 보면, 한국은 전체 156개국 중 102위(2021년 기준)다.
이수정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제가 다 뒤져보니까 여성가족부처럼 완전히 별개의 부처(Ministry)로 독립된 곳은 독일 등 기껏해야 10개 나라밖에 없다. 위원회 형태 등 다양한 부처가 존재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인수위에서 논의되는 ‘위원회 안’(가족·청소년 업무는 다른 부처로 이관하고 성평등 업무는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직속 위원회에 맡기는 안)이 “아주 근거가 없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유엔위민(UN WOMEN)이 지난해 3월 발표한 ‘각 나라의 성평등 추진체계(Directory of National Mechanisms for Gender Equality)’를 보면, 총 194개국 가운데 160개국이 성평등을 위한 별도 독립부처(부·청)를 두고 있다. 추이를 봐도 독립부처 형태는 늘어나고, 위원회 형태는 감소하고 있다. 독립부처 형태는 2008년 107개국→2013년 137개국→2020년 160개국으로 증가한 반면, 위원회 형태는 20→20→17로 감소했다.
이 교수는 이날 각종 통계를 근거로 들어 여성가족부 대신 인구정책·자살·아동학대를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하루 (평균) 40명이 자살하는 나라에서 왜 이토록 이 문제에 무감한가… 특히 코로나 겪으면서 2030 여성 자살률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늘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2030 여성의 높은 자살률의 원인으로 꼽히는 △젠더폭력 △채용 성차별 △성별 임금격차 등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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