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가 안 가는 게 조반장은 솔직히 좀 약간 어느 정도 된 좀 오래된 사람을 뽑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여자들이 더 오래된 사람이 많거든요. 그런데 절대로 여자들은 안 뽑아요. 여자를 배제하고 남자 우선으로 뽑아버리니까….”
“자동 장비 있잖아요. 이런 거는 거의 남자들이 봤어요. 왜냐면 여자들은 할 줄 모른다 이래서 아예 배제를 시켰어. 시켜보지도 않고. …나이도 많고 아줌마들 저거 하라고 여자는 아예 새 장비에는 배제해. 아예 가르쳐주지도 않아요.”
지난달 31일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이 ‘금속노조 여성 노동자의 작업장 경험 : 자동차업종 사례’라는 제목의 이슈페이퍼를 발간했다. 엄재연 연구원이 지난해 자동차업계(완성사·부품사) 기업 14곳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 47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담았다. 연구에 참여한 여성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승진·직무 교육 등 다양한 상황에서 ‘배제’를 겪었다고 말했다. 노동조합조차 여성이 일터에서 겪는 각종 성차별 이슈를 정책 우선순위로 다루지 않았다고 했다.
“제가 제 시점에서 봤을 때는 너무 불합리한 거예요. 왜 여성들만 배제하고 특별채용을 하는지….” (여성 노동자 ㄱ씨)
ㄴ사업장은 지난 2017년 2심 법원으로부터 “모든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다. 사내하청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ㄴ사는 사내하청 근로자 1500여명을 우대·특별채용 형식으로 정규직 전환했다. 이 가운데 여성 노동자는 단 한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 회사 사내하청 근로자 가운데 여성 비율은 20%였다. ㄱ씨는 언론·국가인권위원회를 통해 문제제기했고, ㄴ사는 이후 일부 여성 노동자를 정규직 전환했다. ㄷ사업장에서 일하는 ㄹ씨도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이와 유사한 배제를 겪었다.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배제의 빌미가 됐다.
“미투 사건이 있고부터는 저희는… 저희는 비정규직에서 직영으로 왔잖아요. 너무 남성들이 이제 나를(에게) 말을 안 할라 하니까….”
조장·반장 같은 관리자를 맡는 여성 노동자는 매우 드물었다. 연구자는 “‘관리자=남성’이라는 인식이 관행처럼 굳어진 기업문화, 유리천장이 존재한다”고 했다. 경력이 많은 여성 노동자가 있어도, 저연차 남성 노동자가 현장 관리자를 맡는 일도 있었다.
“그냥 조장을 시켜주는 케이스니까 남자라는 이유로. 그러니까 그것도 어떻게 보면 옛날 생각이잖아요. 남자가 뭔가를 해야 된다 이런 거. 여자들이 뭐를 하노. 이런 거.” (여성 노동자 ㅁ씨)
자동차업계 여성 노동자들은 특정 직무에 여성 진입을 막는 ‘유리벽’도 겪어야 했다. 여성 노동자 ㅂ씨는 “(도장 스프레이) 건을 잡았던 한 여성 노동자가 나의 추천으로 경력사원으로 입사했는데, 반장이 절대로 여성은 뺑끼(도장 스프레이건을 뜻하는 은어)을 칠 수가 없다며 일을 주지 않았다. 결국 퇴사했다”고 전했다.
자동차업계의 굵직한 변화도 여성 친화적이지 않았다. 연구자는 주력 자동차 모델이 전기자동차로 바뀌면서 내연기관 부서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사업장 내 전환배치를 겪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여성 노동자는 받지 않겠다”는 노골적인 선언도 있었다고 전했다. 또 공정 자동화 과정에서 여성 노동자들은 “나이 많은 아줌마들이라 기계설비를 다루는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편견 때문에 자동 장비 담당 업무에서 배제되는 일도 있다고 지적했다.
성희롱은 일상이었다. 여성 노동자 ㅅ씨는 “남성들이 여성노동자들을 ‘왕가슴’‘리본’‘엉덩이’ 이렇게 별명을 지어 부른다는 사실을 알고 정말 충격받았다”며 “우리는 그걸 알면서도 뭐라고 말을 못했다”고 했다. ㅇ씨는 생리휴가를 쓸 때마다 “남자들이 ‘저 나이 많은 언니들은 생리 안 하는데 생리휴가 주면 안 된다’고 농담 식으로 말하는 것을 엄청 많이 듣는다”고 토로했다. 이밖에 조사한 전체 14개 사업장 가운데 9곳에서 조부모상과 외조부모상 휴가 일수·경조금에 차등을 두는 등 차별적 복지제도 문제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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