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거나, 여성가족부가 역사적 소명을 다 했다고 주장하기에는 (근거가) 적절하지도, 충분하지도 않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9일 이임사를 통해 여가부 폐지를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지난 기간 동안 여가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족하거나 잘못 대응한 일도 있었지만 기회가 되는대로 바로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며 “지난 20년간 유지되어 온 정부 부처의 폐지를 주장하려면 그 이유나 문제점, 한계, 대안이라도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장관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두고서도 “인수위원회 기간 내내 여가부 업무에 대한 보고나 의견을 제시할 기회는 극도로 제한적”이었다며 “새 정부 국정운영원칙과 110개 국정과제에 따르면, 여가부가 단독 주관부처인 과제는 하나도 없다. 성평등 정책 총괄부서로서의 업무는 실종되고, 여성권익업무는 법무부가 주관부처로, 여성고용 관련 업무는 노동부가, 청소년 업무는 요보호청소년 업무만 부분적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상식과 모두가 행복한’이라는 새 정부 국정원칙 속에도 그동안 여가부가 대상으로 삼아왔던 국민들은 고려되지 못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여가부가 ‘젠더 갈등’을 유발하고 확대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정 장관은 “많은 청년들이 제기하는 주거·일자리의 문제, 징병제 및 군대 내의 처우과 관련된 문제들은 젠더 이슈로 수렴될 수도, 해결될 수도 없다. 같은 세대의 개인들이 갖는 계층, 학력, 지역적 다양성은 성별에 따라 수렴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또한 “여성과 남성은 싸워야 할 적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선진 대한민국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할 공동운명체”라며 “(정부는) 잘못된 현실 인식과 엉뚱한 가상의 적에 대응하느라 실재하는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올바른 방향으로 길을 제시해 줘야 한다. 어떤 문제도 다른 한쪽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새정부에서 여가부의 역할과 권한 확대를 주문했다. 그는 “최근 여가부 존폐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관심과 우려를 불식시키고, 국제적 기준과 대한민국의 국격에 맞는 확대된 예산과 조직, 권한을 통해 보다 실행력을 갖춘 여가부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편 김현숙 여가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자료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여가부 폐지’ 공약에 동의한다”며 “새로운 사회환경에 맞게 부처의 역할과 기능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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