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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아빠 성 따르는 ‘부성 주의’ 폐지한다더니…1년 만에 뒤집혔다

등록 2022-05-10 14:11수정 2022-05-11 02:30

아빠 성 ‘기본’, 대표적 가부장제 잔재
정부 “폐지” 계획에도 1년 넘게 제자리
법무부 “추진 중단…국민 합의 때 재추진”
국민 73.1% “부모 합의로 자녀 성 정해야”
2021년 11월9일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 앞에서 열린 ‘성·본 변경청구’ 허가 환영 기자회견.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2021년 11월9일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 앞에서 열린 ‘성·본 변경청구’ 허가 환영 기자회견.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정부가 ‘부성 우선주의 원칙’을 폐기하려는 계획을 사실상 백지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녀가 아버지 성씨를 우선해서 따르도록 한 부성 우선주의는 가부장제의 잔재로 꼽혀왔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4월 부성 우선주의 원칙을 폐기하기 위해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부성 우선주의 원칙을 명시한 민법 781조1항을 개정하려던 계획을 사실상 중단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부성 우선주의 원칙의)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여서 법 개정 작업이 (2025년 이후로) 늦춰질 수 있다. 지난해 (건강가정기본계획) 발표 이후 이 사안과 관련해 공청회나 토론회를 한 적이 없고, 올해 안에도 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면 (법 개정 작업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민법 781조1항은 “자녀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른다”라고 규정한다. 다만, “부모가 혼인신고를 할 때 모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한 경우”에는 아이에게 엄마 성을 물려줄 수 있다. 혼인신고서를 제출할 때 ‘자녀의 성·본을 모의 성·본으로 하는 협의를 했는가?’라는 조항에 ‘예’라고 기재하지 않으면, 엄마 성을 물려주기 위해 상당히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아빠 성을 따른 뒤 법원에 성·본 변경 허가를 청구하거나, 서류상 이혼한 뒤 다시 혼인신고를 하면서 해당 조항에 동의하는 식이다. 아이의 성과 본을 규정한 조항이 아빠 성을 따르도록 기본 설정돼 있고,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성을 출생신고가 아니라 혼인신고를 할 때 결정하도록 명시돼 있어,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4월27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1~2025년)을 통해 부성 우선주의 원칙을 폐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여성가족부가 각 부처 장관과 협의해 5년마다 발표하는 정부 차원의 종합 가족 정책 계획이다. 당시 여성가족부는 법무부와 협의해 “현행 부성 우선주의 원칙이 미혼모 자녀 등 다양한 가족 자녀에게 차별과 불편을 야기할 수 있어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아버지 성을 우선적으로 따르게 하는 현행 방식이 아니라, 자녀 출생신고 시 부모가 협의하여 부 또는 모의 성을 따를 수 있도록 하는 ‘부모협의 원칙’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1년 만에 이런 계획이 뒤집힌 것이다.

법무부는 법 개정을 위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부성 우선주의와 관련한 여론은 이미 수차례 확인됐다. 여성가족부의 2020년 ‘국민다양성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73.1%는 ‘부성 우선주의가 아닌 부모 간 협의로 자녀 성을 정하는 데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 조사결과는 지난해 발표된 건강가정기본계획에 담겼다. 지난해 12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성인 2천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8.5%가 ‘(자녀의 성은) 부모가 협의해 누구의 성을 따를지 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문항에 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처 간 합의도 이뤄진 상태다. 부성 우선주의 폐기 방침은 2020년 12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도 담겼다. 이에 앞서 그해 5월 법무부 산하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도 부성 우선주의 원칙 폐기를 권고한 바 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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