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며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15시간 넘게 진행됐지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은 무산됐다. 김 후보자의 부실한 자료제출과 구체성 없는 답변으로 야당 의원들이 ‘여가부 장관으로서의 자질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반대했기 때문이다.
11일 오전 10시에 시작된 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15시간20분 만인 12일 새벽 1시20분에 종료됐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청문회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여가부 폐지 공약에 찬성한다는 입장과 함께 “새로운 시대에 맞춰 새로운 프레임워크로 새로운 부처 안에서 (젠더갈등을) 바라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정작 김 후보자가 그리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부처의 새로운 기능과 역할에 대해 그동안 고민한 것을 말해보라”는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도 “조금 더 낮은 자세로 많은 분 의견을 들어서 조화롭게 만들겠다”며 알맹이 빠진 답변을 내놓았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새로운 패러다임이니 뭐니 하지만 핵심 빠진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12일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입장문을 내어 “김 후보자는 여성가족부를 왜 폐지해야 하는지 이유를 묻는 말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며 “청문회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한 논리적 근거도, 비전도 없음이 또다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자는 새로운 시대를 수차례 강조했지만, 정작 낡은 인식을 내비치기도 했다. “가족 정책에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이 무엇이냐”는 권인숙 의원의 질의에 김 후보자는 “한부모 가족 등 다양한 가족에 대해 맞춤형 지원을 하겠다”면서도 자녀가 아버시 성씨를 우선해서 따르도록 한 ‘부성 우선주의’에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여가부는 법무부와 협의해 “부성 우선주의 원칙은 한부모 가족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야기하기에, 부모 협의 원칙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발표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에 담은 바 있다. 김 후보자는 부성 우선주의에 대한 견해를 묻는 권 의원의 질의에 “일반적인 관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권 의원이 법무부가 부성 우선주의 원칙 폐기 방침을 백지화한 데 대한 의견을 다시 묻자 “실제로 사회적으로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니, 관계부처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미 부처 협의를 거쳐 계획안에 담은 내용에 대해 또다시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낸 것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성상납 의혹에 대한 당 차원의 징계가 미뤄진다는 내용의 보도와 관련한 질의도 나왔다. 김 후보자는 이에 대한 견해를 묻는 말에 “제가 답하기엔 적절치 않다. 내용을 알지 못해서 말을 못하겠다”고 했다가, 질문이 이어지자 “(징계를) 미루지 말고 신속하게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상금을 “밀린 화대”라고 표현한 김성회 대통령비서실 종교다문화비서관이 국정 운영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대통령에게 건의할 생각이 있느냐는 물음에도 “검토하겠다” “진위를 파악해 보겠다” “(김 비서관이 이미) 사과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즉답을 피하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을 마무리했다.
15시간 넘게 이어진 청문회에도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김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은 무산됐다. 보고서 채택 기한은 13일까지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로는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오늘(12일) 채택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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