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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여성이라서’ 3명 중 1명 폭력 피해…가해자 절반은 연인·배우자

등록 2022-08-28 17:02수정 2022-08-28 21:12

여가부 ‘2021 여성폭력 실태조사’ 공개
친밀한 관계·교제 폭력, 스토킹 첫 정부단위 조사
여성폭력 경험자 46%, 친밀한 관계 ‘가해자’ 지목
정부가 처음으로 실시한 친밀한 관계의 여성폭력 실태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처음으로 실시한 친밀한 관계의 여성폭력 실태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여성폭력 가해자 가운데 절반가량이 과거 또는 현재의 연인·배우자라는 정부 차원의 첫 실태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정부는 이런 실태를 파악하고도 그 결과를 당초 예정보다 5개월 늦게 공개하고, 보도자료 배포나 결과 설명 브리핑 등을 하지 않았다.

28일 여성가족부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연구용역 의뢰를 해 진행한 ‘2021 여성폭력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성인 여성 7000명 가운데 과거 또는 현재의 배우자, 연인 등 친밀한 관계의 파트너로부터 신체적·성적·정서적·경제적 폭력 및 통제 피해를 평생에 하나라도 경험한 비율은 16.1%(1124명)였다.

이번 조사는 2019년 12월 시행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근거한 법정실태조사다. 기존의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성희롱 실태조사에서 누락된 여성폭력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진행됐다.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친밀한 관계 폭력과 교제(데이트) 폭력, 스토킹 피해 실태를 확인한 정부 단위 첫 조사다. 전국 19살 이상 여성 7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9월22일부터 10월22일까지 조사가 이뤄졌다.

여성폭력 피해를 평생에 하나라도 경험한 비율은 전체의 34.9%(2446명)였다. 우리나라 성인 여성 3명 중 1명은 살면서 한 번 이상의 여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셈이다. 여기서 가해자가 과거 또는 현재의 배우자, 연인인 경우(1124명)를 따로 가려내면, 여성폭력을 경험한 피해자의 46.0%는 친밀한 관계에 있는 가해자로부터 폭력 피해를 입었다. 친밀한 관계에서의 여성폭력 피해 유형(복수 응답) 가운데 정서적 폭력 비율이 61.9%로 가장 높았고 신체적 폭력이 52.5%, 성적 폭력이 27.9%로 그 뒤를 이었다.

교제폭력 피해 실태를 보면, 평생 여성폭력 피해를 한 번 이상 경험한 여성(2446명) 가운데 당시 사귀고 있던 사람이거나 과거 사귀었지만 헤어진 사람으로부터 폭력 피해를 당한 비율은 14.3%(350명)로 확인됐다. 교제폭력 가해자가 가장 많이 일삼은 폭력(복수 응답)은 성적 폭력(43.2%)이었고, 신체적 폭력(37.8%)과 정서적 폭력(36.4%)도 상당했다.

스토킹 가해자는 ‘모르는 사람인 경우’가 많았다. 남성 비율이 92.0%인 스토킹 가해자를 유형별(복수 응답)로 살펴봤더니 피해자가 ‘전혀 모르는 사람이 가해자’라는 응답이 34.9%로 가장 많았다. 스토킹 피해 경험을 한 응답자의 37.5%는 ‘주거, 직장, 학교 등의 장소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가 가장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여성에 대한 신체적·성적·정서적·경제적 폭력 및 통제 가운데 가해자가 남성인 비율이 94.7%로 가장 높았던 폭력 유형은 ‘성적 폭력’이었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특정 신체부위를 자꾸 쳐다보는 행위(25.1%)와 피해자 외모에 대한 성적인 평가나 비유를 하는 행위(19.3%), 피해자 신체를 강제로 만지는 행위(18.5%)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부가조사를 실시해 지난해 11월8일부터 같은 달 30일까지 14∼18살 여성 청소년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그루밍 피해 실태를 알아봤다. 온라인에서 낯선 성인과 1대 1로 대화한 경험이 있는 347명 가운데 28.8%(100명)가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에서 대화 상대로부터 성적인 요구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폭력 실태조사 결과, 온라인에서 낯선 성인과 1대 1로 대화한 경험이 있는 347명 가운데 28.8%(100명)가 대화 상대로부터 성적인 요구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여성폭력 실태조사 결과, 온라인에서 낯선 성인과 1대 1로 대화한 경험이 있는 347명 가운데 28.8%(100명)가 대화 상대로부터 성적인 요구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연구진은 “온라인 그루밍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피해 청소년 스스로가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거나 고통을 느낄 때도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아 암수율(드러나지 않은 범죄 비율)이 높다는 점”이라며 “학교 밖 여러 기관을 통해 모든 아동·청소년이 관련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는 지난 3월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수차례 미뤄져 5개월 늦게 공개됐다. 여가부는 <한겨레> 등이 실태조사 결과 발표일을 묻자 “6월 중 공개하겠다” “7월 중 공개하겠다”고 답했으나 8월 말에야 공개했다. 또, 정부 차원에서 친밀한 관계의 여성폭력 실태를 처음으로 파악하고도 그 결과를 온라인에만 공개했다. 실태조사 결과를 보도자료로 배포하거나, 결과 설명을 위한 자리도 마련하지 않았다.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를 정책연구관리시스템 누리집과 여가부 누리집 정책자료 게시판에 올렸을 뿐이다. 여가부는 여성폭력 실태조사 보고서가 온라인에 게시된 사실도 언론에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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