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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단독] ‘어차피 폐지’ 답 정해놓고…여가부, 밀실서 ‘의견수렴’ 간담회

등록 2022-10-14 11:00수정 2022-10-14 17:07

여가부 전략추진단 간담회, 부처 폐지 전제로 진행
참석자 “어떤 말 해도 반영 안 될 거란 생각 들어”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여성가족부 폐지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 개편방안 설명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여성가족부 폐지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 개편방안 설명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여성가족부 폐지’를 담은 정부조직 개편안이 마련되기에 앞서,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며 외부 전문가 간담회를 진행한 여가부가 간담회 참석자 절반 이상을 공무원과 국책 연구원·정부 산하기관 소속 인사들로 채운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참석자들은 간담회에서 여가부 폐지 부작용을 우려했지만, 여가부는 “여가부 폐지 찬반 논의는 의미 없다”는 기조로 부처 폐지 이후 대응 방안 마련에 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가부에서 제출받은 ‘여가부 전략추진단 간담회 참석자 명단 및 회의 내용’을 보면, 전문가 간담회는 지난 6월21일부터 9월16일 사이 7차례 진행됐고, 전문가 42명(참석자 이름 가운데 성만 공개해 중복이 있을 수 있음)이 참석했다. 이들 가운데 52%가 국책 연구원(14명)·정부부처 산하기관(5명)·정부부처 공무원(3명)이었다.

또한 지방정부 공무원 2명과 지방정부 산하 여성재단 관계자 2명도 포함됐다. 이들을 포함하면 참석자 60% 이상이 중앙·지방정부 공무원과 관련 기관 소속 인사들로 채워진 셈이다. 나머지 참석자가 교수 12명, 변호사 2명, 전직 언론인 1명, 기업 관계자 1명이었다.

여가부는 간담회 참석자의 선정기준을 뚜렷하게 밝히지 않았다. 여가부 전략추진단 관계자는 “선정기준을 구체적으로 말할 순 없다. 소관 부서와 관련 연구원 등으로부터 추천받은 전문가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참석자 명단을 보면, 청소년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에 국제무역학 교수가, 여성폭력 관련 회의에 파이데이아학(기독교 가치관을 기반으로 한 인문학) 교수가 참여하기도 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으며 윤석열 대통령의 여가부 폐지 공약을 지지했던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과)도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간담회 참석자 일부는 “여가부가 부처 폐지를 전제로 간담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한 참석자는 “의견수렴을 하는 기회가 마련되면 한마디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고 참여했는데, 내가 어떤 말을 해도 반영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무력함을 느꼈다”고 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 여가부 폐지 논란으로 젠더폭력 피해자나 지원단체 등이 불안해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며 “여가부 폐지란 기조 자체가 정해져 있는 상태여서, 전문가들은 주로 폐지 이후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의견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가부 전략추진단 관계자는 “여가부 폐지는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추진이 진행될 것이었기 때문에 간담회에서 찬반 논의를 하는 건 의미 없다고 보고, 개편 이후 사업이 잘 운영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초점을 뒀다”고 했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지난 6월16일 취임 한 달 기자간담회에서 전략추진단 운영 계획을 밝히면서 “여가부 폐지 구체안에 대해 논의가 진행된 것은 없다.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라고 했다. 그러나 전략추진단 관계자 말대로라면, 간담회는 여가부 기능·형태를 열어놓고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이기보다는, 폐지 뒤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던 셈이다.

앞서 여가부 전략추진단이 진행한 간담회를 두고, ‘밀실회의’ ‘졸속 운영’ 등의 지적이 있었다. 부처 폐지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중요한 회의인데도 회의록을 남기지 않아서다. 회의에서 어떤 의견이 오갔는지 외부에선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가부가 홍정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여가부는 9월에 열린 2차례 간담회를 제외하곤 주요 내용을 한 줄 정도로 정리했다. 여가부는 “참석자의 자유로운 발언을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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