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고용평등법 일부 개정안 시행을 맞이해 ‘성희롱 방치, 성차별 신고하세요’ 캠페인이 지난 5월19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들머리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이 직장 내 성희롱과 성차별 사례를 적은 풍선을 터뜨리는 행위극을 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직장 내 성희롱이 노동자 수가 30인 이상인 사업장보다 그 미만인 사업장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소규모 사업장의 성희롱 예방교육과 피해자 지원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18일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펴낸 ‘서울시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환경 실태분석-직장 내 성희롱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보면, 응답자의 30.7%가 최근 3년(2019년 4월∼2022년 4월)동안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직접 경험했다고 밝혔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3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여성 비율은 7.9%였다. 30인 미만 사업장 피해 경험비율이 30인 이상 사업장보다 3.8배 높았다. 재단 연구진은 올해 5월 서울 지역 30인 미만 사업장(1인 운영 사업자 제외)에서 일하는 15∼64살 여성 노동자 16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를 분석했다.
성희롱 간접 피해 경험 비율도 사업장 규모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보고서를 보면, 성희롱 간접 피해(성희롱 피해 경험을 전해 듣거나 목격함) 경험 비율은 35.5%로 나타났다. 여가부 성희롱 실태조사에서 확인된 성희롱 간접 피해 경험률(7.1%)보다 5배 높다.
노동자 성비로 나눠보면, 여성 노동자 비율이 31∼50%인 사업장에서 성희롱 직·간접 경험 비율이 가장 높았다. 여성 노동자가 31~50%를 차지하는 사업장에서 성희롱 직접 피해 경험률은 36.2%, 간접 피해 경험률은 44.5%였다.
재단 연구진은 성희롱의 구조적 원인에 대한 여성 노동자의 인식 정도도 살폈다. 성희롱과 관련한 구조적 인식은 ‘직장 내 성희롱은 성평등하지 않은 사업장에서 발생한다’ ‘가해자가 상사나 사장일 경우 피해자가 거절의사를 표현하기 어렵다’와 같은 명제에 얼마나 동의하는지를 4점 척도(전혀 그렇지 않다 1점∼매우 그렇다 4점) 방식을 이용해 조사했다. 업종별로 봤을 때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하는 구조에 대한 인식이 가장 낮은 업종은 숙박·음식점업(2.61점)이었고, 그다음은 도·소매업(2.65점)이었다. 연구진은 “두 업종 모두 성희롱 예방교육 실시율이 최하위인 업종들”이라고 설명했다.
응답자가 성희롱 피해를 직접 경험한 사건에서 가해자가 남성인 비율은 79.8%였고, 간접적인 피해 경험에서 남성이 가해자인 비율은 82.1%에 달했다. 연령별로는 50대 가해자가 가장 많았고, 40대 가해자가 그다음이었다.
재단 연구진은 소규모 사업장에서의 성희롱 예방교육과 피해자 지원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소규모 사업장 대상 성희롱 예방교육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10인 미만 사업장은 성희롱 예방교육을 교육자료 또는 홍보물 게시·배포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남녀고용평등법 시행령상의) 예외조항을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진은 “성희롱으로 인한 퇴사는 자발적 퇴사라기보다는 사측 요인에 의한 비자발적 퇴사의 측면이 크다”며 “‘직장 내 성희롱 및 괴롭힘으로 인한 퇴사’를 실업급여 수급 요건으로 추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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