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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애 엄마는 어디 가고?” 주변 시선에, 자책감에 우울한 한부모

등록 2023-01-13 17:08수정 2023-01-14 00:33

‘한부모 가족 건강과 자기돌봄 제약 요인 탐색 연구’ 보고서
한부모들 정상가족 프레임 탓에 사회적 낙인 시달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싱글대디 ㄱ(44)씨는 아이와 마트에 갔다가 마음 아픈 일을 겪었다. ㄱ씨는 “한 어르신이 아이에게 ‘엄마는 어디 가고 아빠랑 왔니’라고 묻더라. 아이가 귀여워서 말 한번 붙여 본 건 알겠는데, ‘딸 마음은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홀로 자녀를 양육하는 한부모들이 사회의 ‘정상 가족’ 프레임 탓에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가 나왔다. 사회건강연구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한부모 가족 건강과 자기돌봄 제약 요인 탐색 연구’ 보고서엔, 한부모 가정을 꾸린 이들이 ‘결함 있는’ 가족으로 낙인찍혔던 경험이 담겼다. 이 보고서는 한부모 8명(여성4명·남성4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다.

특히 일상생활 전반에서 경험하는 차별과 낙인은 한부모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았다. 남매를 키우는 한부모 여성 ㄴ(48)씨는 한 직장에서 8년 동안 일하면서 본인이 싱글맘이라는 것을 직장 동료에게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한부모의 자녀 양육에 대해서 주변 사람들의 간섭이나 원치 않는 조언을 끊임없이 들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한부모 여성들은 스트레스, 화, 우울감 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부모 남성의 경우엔 일상에서 차별받은 경험은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홀로 자녀를 키우는 남성 ㄷ(52)씨는 동네 사람들이 아이를 귀여워하며 자녀 돌봄에 도움을 주겠다는 말을 들었다. ㄷ씨는 “(동네에서) 남자가 애를 데리고 왔다 갔다 하는 게 눈에 많이 띄다 보니, 주변 사람들과 친하게 됐다”고 했다. ㄹ(46)씨도 “특별히 ‘혼자 애 키운다’ 같은 소리를 들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자녀돌봄이 아빠에게 우선되는 몫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양육하고 있다는 사실이 책임을 다하는 모습으로 간주되면서 호감과 응원의 대상이 된다”고 분석했다.

한부모 남성은 일상에서 차별을 경험하는 경우는 적지만, ‘정상 가족’을 만들지 못했다는 자책감은 더 많이 갖고 있었다. 한부모 남성 ㄱ씨는 “아이에게 ‘정상가족’을 만들어주지 못해, 아이가 사회의 편견에 놓일 때 마다 죄인이 된 심정이 된다“고 토로했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소위 정상적 생애규범대로 살지 못한 자신에 대한 책임추궁”이라고 설명했다.

한부모 여성과 남성의 차이는 수급 경험에서도 나타났다. 한부모 여성은 한부모 남성보다 사회적 지원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한부모 여성 ㅁ(22)씨는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가족이 모두 감염되어 절박한 상황일 때 주민센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거냐’”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수급 경험이 있는 한부모 남성들은 제도로부터 차별을 받거나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경험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한부모 남성들은 제도로부터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는다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아이를 시설에 잠깐 맡겼을 때, 면회가 되지 않아 시설 운영자쪽과 갈등이 있었다는 ㄷ씨는 “시설운영자와 해당 구청에도 이를 따지고 물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한부모 남성은) 제도의 혜택을 받는다기보다는 ‘이용한다’는 의식에 가까웠고, 민간영역이든 공적 영역이든 제도의 미비점을 지적하고 문제제기하는 발언권을 행사했다”며 “이는 사회에서 주류로서의 경험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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