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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남도학숙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의 끝나지 않은 소송 굴레

등록 2023-02-10 07:00수정 2023-02-10 08:27

게티이미지 뱅크
게티이미지 뱅크

기숙시설인 남도학숙에서 일하던 중 직장내 성희롱 등의 피해를 입은 ㄱ씨는 8년째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대법원에서 성희롱 피해는 인정받았지만, 2차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것에 대해 학숙 공동 운영 주체인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가 소송 비용을 청구하면서다. ㄱ씨는 “곧 있으면 소송한 시간만 10년이 된다. 삶이 너무 파괴됐다”고 말했다.

사건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ㄱ씨는 그해 남도학숙에 경력직으로 입사한 뒤, 상사인 ㄴ씨에게 수차례 성희롱을 당했다. ㄱ씨는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에 이에 대한 진정을 넣었고, 이듬해 인권위는 ㄱ씨가 입은 피해를 인정하고 ㄴ씨에게 특별인권교육을 수강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는 동안 ㄱ씨는 유리로 된 독방에서 혼자 근무를 하고, 학숙쪽으로부터 ‘자작극’ ‘인생이 불량한 여자’ 같은 폭언을 듣기도 했다.

ㄱ씨는 “직장내 성희롱과 2차 가해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2016년 6월 ㄴ씨와 남도학숙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다. 이듬해엔 근로복지공단에서 ‘직장내 성희롱과 괴롭힘’으로 산업재해 요양 결정을 받기도 했다. 서울 동작구에 있는 남도학숙은 수도권으로 대학을 온 광주광역시, 전라남도 출신의 대학생의 생활을 지원하는 기숙시설로 재단법인 남도장학회 소속이다.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ㄱ씨는 1심에서 패소했으나, 2심에서 직장내 성희롱 피해를 인정받았다. 다만, 2차 피해 등에 대해서는 인정받지 못했다. 지난해 8월 대법원도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이에 ㄴ씨와 남도학숙쪽은 ㄱ씨에게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게 됐다. 판결 이후 남도학숙은 누리집에 ㄱ씨에 대한 공식사과문을 올렸다.

이렇게 마무리될 줄 알았던 ‘소송전’은 대법원 판결 10일 만에 다시 이어졌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2차 피해가 기각된 부분과 관련해 ㄱ씨를 상대로 소송비용 확정신청을 냈기 때문이다. 소송에서 패소한 사람은 승소한 사람이 쓴 소송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민사소송 원칙인데, 이때 소송비용이 얼마나 들었는지 법원에 신청해 결정을 받는 것이 소송비용 확정신청이다. 남도학숙쪽이 신청한 금액은 380만원으로, ㄱ씨가 성희롱 피해 위자료로 받은 300만원보다 많다. ㄱ씨는 “복직 후 업무상 질병이 악화돼 산재 재요양 중이었는데, 소송비용 확정 신청서를 우편으로 받고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산재 재요양 기간이 끝나 현재 병가 중이다.

광주시와 전남도가 소송비용 확정신청을 낸 사실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도 지적됐다. 당시 강기정 광주시장은 “직장 성희롱은 엄격히 처벌하고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며 “공익소송의 경우 억울함이 없도록 조례를 활용해서 (소송비용 회수에 예외를 두는 것이) 가능한지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주시와 전남도는 넉달이 지나도록 소송비용 확정신청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당장 소송비용을 청구하는 게 아니라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자는 것”이라며 “피해자를 압박할 의도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남도학숙이 소송 비용 회수에 들어간 것을 두고 ‘보복성 조치’라고 지적했다. 광주여성민우회 등 ‘남도학숙 피해자’를 지지하는 시민사회단체 240여 곳은 9일 성명을 내어 “직장 내 성희롱은 단순히 개인들 간의 문제가 아니며, 성평등 한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데 실패한 결과로 해당 직장에 큰 책임이 있다”며 “공익소송에 대한 소송비용 확정신청은 공익제보자의 입을 막고,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했다.

ㄱ씨를 돕는 최정규 변호사도 “현행 민사소송법상 소송비용 확정 절차에서 공익소송 여부가 반영될 여지가 없어 국민권익위원회가 각 지방정부에 권고한 것인데 이를 광주시와 전남도가 반영하지 않고 있다. 이들 지방정부가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21년 10월 “공익소송 패소자에 대한 일방적 소송비용 전가는 이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공익추구‧사회적약자 보호 및 악습 개선을 위한 문제제기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감면을 요구한 바 있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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