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지방의원 4명 중 1명 이상은 성희롱 등 괴롭힘을 당해 정치활동을 중단할지 고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의정이 지난 17일 공개한 ‘지방의회 성평등 운영실태 조사 및 제도개선방안 연구’ 용역 보고서를 보면, 여성 광역·기초의원 27%는 ‘임기 중 일터에서 갑질이나 성희롱 등의 괴롭힘 때문에 정치를 그만두겠다고 생각한 적 있다’고 답했다. ‘매우 있다’고 답한 사람은 7%, ‘다소 있다’고 답한 사람은 20%였다. 연구를 맡은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2018년 당선된 민선 8기 여성 광역·기초의원을 대상으로 지난해 4~6월 온라인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특히 성희롱·성차별 같은 ‘성적 괴롭힘’은 여성 의원 다수가 겪는 일이었다. 여성 의원 10명 중 6명(64%)은 공식·비공식적으로 ‘성적 괴롭힘’을 당했다고 답했다. 여성 의원들이 겪은 성적 괴롭힘(중복응답)으로는 조례를 발의하거나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회의에서 배제당하는 등의 의정활동 방해(37%)를 받거나, 성별 고정관념에 기초한 모욕적 발언 등의 언어적 성희롱(32%)이 있었다. 또 여성 의원이 남성 의원보다 부족하다는 자격·자질 비하 발언(22.6%)도 있었다.
괴롭힘을 겪었을 때 ‘가해자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시정을 요구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44%로 가장 높았으나,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는 답도 22%로 그다음을 차지했다. 이유는 ‘대응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75%, 중복 응답)를 가장 많이 꼽았다. 자신이 속한 의회에서 괴롭힘이나 성적 괴롭힘이 발생했을 때 공식 절차에 따라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답한 비율은 각각 60%, 52%로 절반을 조금 넘었다.
상황이 이렇지만 성평등 의회를 위한 의회 사무처의 역할은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처에 성평등 정책 전문가가 있는지를 물어본 결과,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96%, ‘잘 모르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3.6%였다.
보고서는 “의회 내 (성적) 괴롭힘에 대한 조례나 강령을 만들어 사건이 발생했을 때 상담과 처벌 등이 공적 절차를 통해 처리될 수 있도록 하고, (성적) 괴롭힘에 대해 주기적인 실태조사를 벌이며 교육 등을 통해 사무처 직원들의 성평등 전문성을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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