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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사내 성폭력 피해 강민주 PD 대법 승소…“이 판례, 사회적 자산”

등록 2023-02-24 06:00수정 2023-02-24 09:26

강 피디 “판례를 사회적 자산으로 남기고 싶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명쾌한 판결을 해 주신 대법관들께 감사합니다. 많은 회사와 조직에서 건강한 노동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이 판결문을 참고하고 ‘기준’으로 삼길 바랍니다.”

〈전남시비에스〉(전남CBS)에서 일하던 중 직장 내 성폭력과 2차 가해를 당한 강민주 〈강원시비에스〉(강원CBS)피디가 지난 2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이날 대법원은 강 피디가 회사에서 당한 ‘교육 배제’와 ‘해고’를 2차 가해로 인정했다. 전남CBS 관계자 3명이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했다며 강 피디가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가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한 것이다. 피고들이 제기한 상고는 모두 기각됐다.

사건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5월19일 전남CBS에 입사한 강 피디는 직속 상사들의 지속적인 성희롱 발언에 항의했다. 이후 수습기간(5개월)에 받아야 할 본사 교육에서 배제됐다. 당시 이아무개 본부장과 성희롱 발언 당사자 중 한 명인 윤아무개 보도제작국장이 강 피디를 교육에 참여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 피디는 수습 기간이 끝난 같은 해 10월19일 해고 통보를 받았다. CBS에서 전례 없는 일이었다.

강 피디는 2017년 4월 전남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라는 판정을 받아 복직했으나, 2017년 11월23일 또다시 해고 통보를 받았다. 두번째 해고였다. 당시 강 피디는 관례적으로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며 고용을 이어가는 사실상 ‘정규직’이었으나, 전남CBS쪽은 “계약기간 만료에 따라 근로관계를 종료했다”고 해명했다. 유아무개씨가 후임 본부장이던 때였다. 강 피디는 “강 피디 의사를 적극 감안해 전남CBS외 근무지로 전보조치하고, CBS는 구체적이고 실효성있는 성희롱·2차 피해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해 시행하라”며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한 지 4개월 뒤에야 강원CBS로 복직할 수 있었다. 두번째로 해고된 지 16개월만인 2019년 3월이었다.

그리고 강 피디는 2019년 6월, 자신을 교육에서 배제하고 2차례 부당해고한 가해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강 피디가 성희롱에 대해 문제제기한 뒤 겪은 교육배제와 첫번째 해고만 2차 피해로 인정했고, 이후 항소심 재판부는 두번째 해고까지 모두 2차 피해로 인정했다. 강 피디는 “항소심에서 모두 인정돼 승소했지만, 판결문에는 법리적으로 판단하고 적시해야 할 부분이 빠져 ‘누구나 깔끔하게 인용할 수 있는 온전한 판결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달랐다. 대법원은 △이 본부장과 윤 보도제작국장이 수습사원이던 강 피디를 본사에서 실시되는 교육훈련에 참여시키지 않고 수습 만료 후 정식 채용을 거부한 조처(1차 부당해고) △후임 본부장인 유씨가 강 피디와의 근로관계를 종료시킨 조처(2차 부당해고)는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불법행위”라고 적시했다. 재판부는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한 경우에는 (당시)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2항(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해 피해를 입은 근로자 등에게 해고나 그밖의 불리한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2018년 4월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 중인 강민주 피디.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2018년 4월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 중인 강민주 피디.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강 피디는 “대법원 판결문을 읽고서야 비로소 이 판결문의 사회적 가치가 와 닿았고 ‘통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번에 대법원에서 ‘해고’와 ‘교육배제’ 등이 모두 성희롱 문제제기에 의한 불이익 조치라고 명확하게 적시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다양한 층위의 불이익 조치들이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강 피디는 “수많은 도움을 받으며 여기까지 왔기에, 이 사건을 개인적 차원이 아닌 ‘사회적 자산’으로 남기고 싶었다”며 “많은 여성과 사내 성희롱에 대한 고충을 호소하고 고민을 나눠왔지만 너무 길고 힘든 싸움이라 단 한 번도 싸워보란 말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젠 확신을 갖고 ‘우리 사회와 법원도 많이 변해왔으니 주저 말고 목소리를 높여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강 피디를 교육에서 배제하고 두 차례 부당해고한 가해자들은 2021년 6월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강 피디는 “대법원에서 민사 판결이 나와서 형사 재판에도 속도가 붙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2차 피해를 우려해 댓글을 닫습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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