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창업한 회사 ‘위키트리’가 블록체인 기반 소셜미디어 서비스 ‘스팀잇’의 코인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위키트리 기사 어뷰징(조회수 조작)을 통해 가상자산(암호화폐) 수익을 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스팀잇과 코인을 거래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부인한 바 있어, 위증 논란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가 9일 스팀잇에 등록된 위키트리의 암호화폐 지갑을 확인해보니, 1만 5737.6스팀(Steem), 251.280스팀달러 등 코인 잔고가 남아 있었다. 위키트리는 또 스팀이 ‘하드포크’(기존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별도의 암호화폐로 분리)된 또다른 암호화폐인 ‘하이브’(HIVE)도 1만5484.066하이브나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위키트리가 보유한 스팀·하이브 등 암호화폐의 현재 추정 가치는 1251만원 수준이다. 2021년 4월께 스팀 가격이 폭락하며 현재 최저 가격(가장자산 거래소 ‘업비트’ 9일 기준 스팀 당 245원) 수준까지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가격 등락폭이 큰 암호화폐 특성을 고려해, 현재 위키트리가 보유한 스팀·하이브 등의 개수를 업비트 상장 이후 최고가(스팀은 2018년 1월, 하이브는 2021년 11월 가격 기준)로 환산해보면, 금액은 2억6331만원까지 늘어난다.
김행 후보자가 창업하고 부회장을 맡고 있는 인터넷 매체 ‘위키트리’의 ‘스팀잇’(steemit) 등 암호화폐 지갑에서 확인할 수 있는 암호화폐 현황. 스팀잇 갈무리
위키트리는 2018년 2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스팀잇 블로그에 위키트리가 생산한 기사 746건을 게시물로 올려 보상으로 스팀 등의 코인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위키트리가 스팀잇의 코인을 받기 위해 올린 기사들은 대부분 연예·스포츠·사회관계망서비스 소식 등을 다룬 것으로, ‘여성 혐오’를 부추기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있는 것들이 주를 이뤘다. 실제로 스팀잇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위키트리의 기사들을 보면 ‘여자친구와 첫 경험 직후 남친이 동기 단톡방에 한 말’, ‘경구 피임약 복용한 여성들 뇌에 일어난 변화’, ‘임신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살이 찐 ○○(여성 연예인)의 생활 습관’ 등의 기사들이 포함됐다.
이런 사실은 지난 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스팀잇의 코인을 가진 적이 없다’고 한 김 후보자의 답변과는 달라, 향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당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위키트리가 생성한 기사를 스팀잇이라는 곳에 넣고 스팀잇으로부터 어마어마하게 스팀달러를 받았다”, “위키트리가 더 많은 코인을 받기 위해 어뷰징까지 했고, 막대한 코인을 축적했을 것으로 의심된다”고 의혹을 제기하자 “나는 코인쟁이가 아니다”라며 위키트리의 스팀잇 코인 보유 사실을 강력하게 부인한 바 있다. 그는 “스팀잇 코인이 없어서 공개할 자료도 없다”고도 했다.
한 암호화폐 업계 전문가는 이와 관련 “스팀잇 지갑은 계정 아이디나 주소만 알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데, 김 후보자가 (코인이) ‘없다’고 잡아뗀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김 후보자가 언론이나 사람들이 지갑을 찾아볼 줄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거짓 답변’ 논란과 관련 “스팀잇 코인이 있는 줄 몰랐다”며 고의가 아니었다는 식으로 해명했다. 그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전 대표이사가 아무런 인수인계도 해주지 않고 회사를 떠나 스팀잇 코인이 있는 줄 몰랐다”며 “현재 위키트리 임직원들에게 물어봤지만, ‘모른다’,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