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범죄 10건 중 7건은 성폭력, 폭행 등 폭력 범죄가 동반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형사연구원)은 17일 서울시 서초구 형사연구원에서 ‘2023년도 형사정책연구 성과발표회’를 열어 이렇게 발표했다. 형사연구원은 지난해 6월 기준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가해자가 징역형을 선고받아 수감 중인 스토킹 사건 112건을 분석한 결과, 67%(75건)가 폭행, 상해, 성폭행, 협박, 감금 등 다양한 폭력 범죄를 동반했다고 밝혔다.
전체 스토킹 사건 중 가해자가 친밀한 관계에 있는 경우는 10건 중 8건에 이르렀다. 가해자가 전 배우자·연인인 경우가 61.6%로 가장 많았고, 친구·직장동료 등 ‘잘 아는 사람’도 17%였다. 정치인·연예인 등 유명인을 상대로 한 스토킹은 2.7%(3건)였다. 평균 스토킹 지속 기간은 8.63개월로, 1년 넘게 지속한 스토킹 사건은 15.2%나 됐다.
전체 스토킹 사건 가운데 73.2%(82건)는 가해자가 수사·사법 기관으로부터 서면 경고, 피해자 접근금지, 유치장·구치소 유치 같은 보호조치(긴급응급·응급·잠정 조치) 명령을 한가지 이상 받았다. 이 중 보호조치 명령을 위반한 사례는 65.8%(54건)에 달했다.
연구원은 현행 스토킹처벌법이 스토킹의 정의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접근하거나 따라다니는 행위로 규정한 점을 지적하며, 이를 ‘상대방의 동의 없이’로 변경할 것을 제안했다. 윤정숙 선임연구위원은 “스토킹 범죄의 특성상 상대의 의사표시가 어떠했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양쬭 당사자가 인식하는 바가 다를 수 있으므로 상대방의 동의 여부를 판별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스토킹 피해자의 개념을 ‘직접적인 피해를 본 사람’이 아닌, 피해의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가족·직장동료 등 ‘상대방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피해자 보호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