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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워커스 컬렉티브’를 아시나요?

등록 2007-05-01 17:54

한살림 회원들로 이뤄진 바느질 모임 ‘목화송이’ 구성원들이 자신들이 만든 친환경 장바구니와 수저집, 대안생리대 등을 들고 서 있다.
한살림 회원들로 이뤄진 바느질 모임 ‘목화송이’ 구성원들이 자신들이 만든 친환경 장바구니와 수저집, 대안생리대 등을 들고 서 있다.
한살림 바느질조합 ‘목화송이’
(‘워커스 컬렉티브’ = 모두가 주인인 대안일터)

서울 강북구 미아8동 주민자치센터 지하에 자리잡은 재활용작업장. 쓰다 남은 헝겊 조각 따위가 여기저기에 널려 있는 허름한 공간이지만, 이곳에선 대안적이고 친환경적인 일터의 꿈이 영글어간다. 유기농 도농직거래 운동단체인 한살림 여성 회원 4명이 그 꿈의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한살림 서울 북부지부의 친환경 바느질 제품 만들기 모임 ‘목화송이’의 ‘사장님’들이자 일꾼들이다. 물건을 만들어 파는 생산자단체를 지향하지만, 따로 대표를 두지는 않는다. ‘대외용’ 대표 직함은 네 명이 3개월씩 번갈아 맡는다. 30대 초반부터 40대 후반까지 다양한 나이의 여성들이 친구처럼 어울려 즐겁게 물건을 만든다.

‘목화송이’는 한살림 서울 회원들이 꾸린 ‘워커스 컬렉티브’(Worker’s Collective) 가운데 하나다. ‘일하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모임’을 뜻하는 워커스 컬렉티브는 ‘고용하고 고용되는’ 관계를 넘어, 구성원들이 대등한 입장에서 사업에 참여하고 일을 하는 대안적인 노동 방식이다. 생산자협동조합 또는 협동조합기업으로도 번역되는데, 한살림에서는 회원자주관리사업이라고 부른다. 주로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여성이 중심이 되어 꾸려지고 있다. 현재 한살림 서울 회원들이 만든 워커스 컬렉티브로는 바느질 모임인 ‘목화송이’와 ‘고운매’가 운영되고 있고, 곧 한살림 매장 한 곳을 맡아 운영하는 매장 워커스 모임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각 구성원이 사장님이자 일꾼
대등하게 사업참여하고 운영
헝겊 재활용 친환경제품 생산

‘목화송이’는 2005년 12월 대안생리대 만들기 모임으로 출발했다. 한살림을 통해 몸에도 좋고 친환경적인 대안생리대를 널리 보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당시 한살림 서울 도봉지부 운영위원 한경아(46)씨와 회원 이선희(48)씨가 뜻을 모아 바느질 워커스를 만들었다. 마침 한씨는 일본의 워커스 컬렉티브 운동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고, 이씨는 대안생리대 운동을 활발하게 벌여 온 ‘피자매 연대’에서 대안생리대 만드는 방법을 배웠던 터여서 바느질 워커스를 꾸리자는 데 선뜻 공감대가 이뤄졌다.

지난해 10월께에는 이들의 작업 공간인 주민자치센터에 재봉틀 강사로 드나들던 박현진(39)씨와 생태미술을 지도하던 이경원(32)씨가 합류했다. 나름대로 전문성을 갖추게 된 셈이다. 이 때부터 만드는 물건도 다양해졌다. 대안생리대 외에 자투리 천으로 만든 친환경 장바구니와 아이들이 학교에 갖고 다니는 천 수저집 등을 만들어 보급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에는 한살림 서울 환경위원회의 제안으로, 구청에서 수거한 현수막 천으로 장바구니를 만들어 한살림 매장에 보급했다. 매장 이용자들이 비닐 봉투 대신 현수막 장바구니를 돌려 쓰도록 하려는 의도였다.

현수막 장바구니를 만들다보니 또 하나의 환경문제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두통을 유발할 정도로 강한 휘발성 잉크 냄새였다. 현수막이 산업 폐기물이라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됐다. 그래서 이들이 생각해낸 것이 친환경적인 현수막이다. 자투리 천을 길게 이어 붙인 뒤, 글씨는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시트지를 활용해 쓰는 방식이다. “한살림에서만이라도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대안 현수막을 쓸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에서 최근 한살림 서울 북부지부에 이렇게 만든 친환경 현수막을 무료로 제공했다. 앞으로 친환경 현수막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이 여러 곳에서 들어오면 ‘목화송이’의 제품 목록에 한 가지가 더 추가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들은 차근차근 ‘사업’을 키워나가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탤 생각이다. 한씨는 “환경을 지키고 몸도 살리는 제품을 계속 개발하고 자체 매장도 확보해 많은 여성 노인들을 ‘워커스’로 참여시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사진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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