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대신 차이로-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7. 장애여성 울리는 이중차별
장애여성 대졸 6% 불과
취업률도 남성의 절반
86%가 최저임금 못받아
이중삼중 ‘복합차별’ 늪
7. 장애여성 울리는 이중차별
장애여성 대졸 6% 불과
취업률도 남성의 절반
86%가 최저임금 못받아
이중삼중 ‘복합차별’ 늪
합리적 이유 없는 모든 형태의 차별을 방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이 기약없이 미뤄졌다. ‘동성애를 조장하는 법안’이라는 보수 기독교계의 조직적 공세가 계속되자, 지난달 24일 민주통합당 김한길·최원식 의원은 각각 발의한 차별금지법안을 공식 철회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일은 이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법무부가 올해 안에 정부의 차별금지법안을 내놓기로 하는 등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차별’을 둘러싼 논란도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한겨레>가 ‘차별에서 차이로’ 기획 시리즈를 중단할 수 없는 이유다.
유난히 바지런한 아이였다. 천방지축 뛰어다니던 7살 겨울, 윤정아(가명·38)씨는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막내딸이 교통사고를 당하자 가족들은 자주 침울했다. 지체장애 2급의 윤씨는 ‘늘 집에만 있는 아이’가 됐다. 중학교 진학을 유예하고 불편한 몸으로 살림을 도왔다.
“몸도 성치 않은 애가 무슨 공부냐?” 20여년 전 고입 검정고시를 통과한 윤씨가 고교 진학 뜻을 밝히자 아버지는 얼굴을 붉혔다. 오빠처럼 대학에 가고 싶었다. 어머니는 “다른 애들처럼 조용히 있다가 시집이나 갈 생각을 하라”고 했다. 윤씨는 고등학교에 가지 못하는 대신 대입 검정고시를 통과했다. “사회에 나와서 남성 장애인들을 만나보니 부모님이 ‘몸이 불편한데 밥벌이라도 해야 한다’며 공부를 시켰다더라고요. 저는 그저 늘 누군가에게 기대서 살아가라고 배운 것 같아요.” 교사의 꿈을 간직한 윤씨는 작은 공장에 다닌다.
장애여성에게 차별은 삶 전반을 옭아매는 촘촘한 그물이다. 장애인이면서 여성이라는, 이중적인 소수자의 경험을 이들은 ‘복합차별’이라는 말로 설명한다. 장애여성만의 문제는 아니다. 비정규직 여성, 10대 성소수자, 저학력 미혼모 등 많은 경우 차별은 중복된다. 이미 남녀고용평등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개별적인 차별금지법이 존재하는데도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통한 통합적인 차별 구제가 필요한 이유다.
장애여성에겐 배움도, 취업도 좁디 좁은 문이다. 보건복지부의 2011년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대학을 졸업한 장애여성은 전체 장애여성 100명 중 6명(5.9%)에 지나지 않는다. 남성 장애인 가운데 대졸 이상 학력자는 그보다 3배(16.5%) 많고 비장애 여성은 5배(32.9%)가 넘는다.
취업의 기회도 적을 수밖에 없다. 15살 이상 장애인의 취업률(2011년)은 여성이 22.7%, 남성이 44.8%다. 고용의 질도 나쁘다. 장애인 노동자 중에 최저임금보다 임금이 낮은 남성 비율은 14.5%지만, 여성은 85.8%나 된다. 장애여성 노동자 대부분은 최저임금도 준수하지 않는 열악한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장애여성은 안전한 삶 속에서 존엄을 누릴 권리도 상대적으로 쉽게 빼앗긴다. 2010년 여성가족부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장애여성은 비장애여성보다 성폭행 피해가 3배 이상 많았다. 여성장애인을 ‘어수룩하고 나약한 존재’로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시각장애를 지닌 차소연(가명·28)씨는 “공공장소에서 도움을 주면서 필요 이상의 신체 접촉을 해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자신들보다 열등한 존재로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애여성공감’의 이진희 활동가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된 뒤 정부가 성별에 따른 장애인 차별실태를 일반적으로 조사한 적은 있지만, 장애여성의 복잡한 정체성과 차별 피해를 구체적으로 조사한 적은 없다. 이중 차별을 막기 위해서라도 포괄적인 차별금지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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