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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박원순 시장 힘들때 달래주기는 여성 직원 몫이었다”

등록 2020-07-23 05:01수정 2020-07-23 11:05

[위력은 어디에나 있다]
①권력형 성폭력

[인터뷰 서울시장실 근무했던 남성 공무원]
“그래야 조직 잘 돌아간다는 논리”
“당시 시장실 수평적 분위기였는데
유독 여성 비서 역할엔 둔감했다”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부터 1년 남짓 서울시장실에서 근무했던 ㄱ씨는 22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여성 비서들이 주로 박원순 시장의 ‘심기 보좌’를 떠맡아왔다고 밝혔다. 남성인 ㄱ씨는 근무기간 동안 자신과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겪었던 일들을 그대로 전했다.

그는 “여성 비서들은 박 시장을 만나러 온 방문객의 퇴장을 유도해야 할 때 그들이 불쾌해하지 않도록 ‘상냥하게’ 응대하는 역할을 요구받았다”며 “시장이 피로해할 때는 그를 달래고 응원하는 역할도 이들의 몫이었다”고 말했다. “여성 비서들이 일정 관리 등 통상적 비서 업무 외에도 ‘성 역할’에 기반한 감정노동과 돌봄을 요구받았고, 이를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지속됐다”는 것이다. 시장의 업무 수행에 웃으며 호응해주거나 그를 치켜세워주는 식이었다. 시장의 휴식 시간마다 과일을 깎아 제공하는 등 공식 업무 외에 챙겨야 하는 일도 빈번했다고 한다. ㄱ씨는 “박 시장이 체력적, 정신적으로 힘들 때 짜증이나 투정이 섞인 의사표현을 하곤 했는데 사적인 관계에서나 할 만한 행동이었다”며 “여성 비서들은 마치 심통이 난 아이를 타이르는 부모처럼 격려와 응원을 해야 했고, 남성 직원이 이렇게 해야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조직 문화가 개선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ㄱ씨는 “‘시장의 기분이 좋아지면 각종 결재를 받기 수월해지고 이를 통해 조직이 잘 돌아간다’는 논리가 조직 전반에 퍼져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시장실의 분위기가 특별히 위계가 강한 조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이전에 경험했던 다른 조직에 견줘 상대적으로 수평적인 분위기였다”면서도 “유독 여성 비서에게 주어진 역할에 대해선 둔감한 측면이 있었다”고 돌이켰다. 여성 비서들이 시장의 심기를 보좌함으로써 조직의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주는 걸 “고마워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이를 두고 “공사 구분이 없는 업무를 수행한다는 인식”은 강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ㄱ씨는 “시장에게 얼마나 살갑게 대할 수 있는지 여부가 암묵적으로 ‘비서’란 직무에 대한 역량 평가 기준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업무 구조에선 위력이 은밀한 방식으로 작동할 여지가 크다. 엄혜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지위, 연령, 성별 등이 반영된 불평등한 관계에서 노동이 어떻게 성차별적으로 구성되는지 진단하고 노동의 영역을 재편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특히 기관장처럼 직위를 가진 사람이 권한 행사를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어디까지를 공적인 업무 영역으로 볼 것인지 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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