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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여성이 고작 ‘마스크 뾰루지’ 걱정? 총리실 또 성차별 만화

등록 2020-12-15 15:21수정 2020-12-15 20:09

피부 걱정에 짜증 내는 여성 등장시킨 만화
“코로나블루 원인이 겨우 뒤집어진 피부일까요?
2030 여성 자살률, 총리실은 인식하고 있습니까”
안일한 현실인식 비판·항의에 아무 언급 없이 삭제
14일 오전 대한민국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국무총리실) 트위터 계정에 올라왔다가 오후 삭제된 만화. 국무총리실 트위터 갈무리
14일 오전 대한민국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국무총리실) 트위터 계정에 올라왔다가 오후 삭제된 만화. 국무총리실 트위터 갈무리

12월14일 오전 10시49분. 대한민국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국무총리실) 트위터 계정에 다음 문구와 함께 3컷 만화가 게시됐다.

계속되는 코로나로 많이 힘드시죠? 짜증나고 우울한 마음 모두 댓글로 적어주세요

여러분의 답답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풀리셨으면 좋겠습니다

14일 오전 대한민국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국무총리실) 트위터 계정에 올라왔다가 오후 삭제된 트위트. 국무총리실 트위터 갈무리
14일 오전 대한민국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국무총리실) 트위터 계정에 올라왔다가 오후 삭제된 트위트. 국무총리실 트위터 갈무리

만화를 본 이용자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다. ‘뾰루지 걱정’에 짜증을 내는 여성을 등장시켰기 때문이다. 누리꾼들은 코로나19로 취업 등에서 여성이 더욱 가혹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와중에, 국무총리실의 안일한 현실인식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20대 여성의 경우 일자리를 잃어가는 걸 ‘조용한 학살’이라 일컬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2030 여성의 높아진 자살율에 대해서는 총리실에서 제대로 인식하고 있습니까? 여성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코로나블루의 이유가 정말로 마스크로 인해 뒤집어진 피부라고 생각하세요?(@no********)

대국민 사과 필요 #여성존엄 #국민모독(@hm*********)

총리실에서 저딴게 만들어져 나왔다는거 보면은 높은 자살률과 비혼, 비출생 등 여성과 관련된 이슈에 대해 이해도가 전무해보임. 그런 사람들끼리 모여있다는 방증밖에 안 됨(@any************)

국무총리실은 14일 오후 5시30분 해당 트위트를 아무런 언급없이 삭제했다.

여성의당은 15일 성명을 냈다.

“여성의 위기를 여성혐오 콘텐츠로 희화한 국무총리는 즉각 사죄하라. 이런 저질의 만화를 위로라고 내건 총리실 총책임자 정세균 총리는 여성국민에게 즉각 사죄하라. 코로나사태 이후 2030 여성들에 대한 ‘조용한 학살’이 진행되고 있는 비상한 시국에 여성들을 재난 상황에서 취약계층으로 내모는 사회구조를 보지 못하는 총리는 여성국민에게는 그 존재의 가치가 없다.”

국무총리실의 부족한 성인지 감수성이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월25일 총리실은 불법촬영물 근절 캠페인을 하며 만화 형식의 카드뉴스를 제작했다. 이 만화는 불법촬영물 소지를 가벼운 일로 취급해 지탄을 받았다. 만화에선 불법촬영물 저장 폴더를 ‘누구나 한 번쯤 간직했던 비밀’이라고 일컫는다. 또 만화 속 여성이 불법촬영물을 갖고 있는 남자를 ‘오빠 이 짐승’이라고 불렀다. 당시에도 누리꾼들은 “불법촬영물 촬영과 소지는 가벼운 나만의 비밀이 아닌 범죄”라고 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페이스북 게시물 갈무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페이스북 게시물 갈무리

당시 국무총리실은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들께서 불편해하실 수 있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으며 불법촬영 문제를 가볍게 다루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번 코로나19 만화 논란 역시 ‘미처 생각하지 못해’ 피할 수 없었을까? 이런 논란을 피하기 위해 마련된 정부 차원의 예방적 지침을 활용했다면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여성가족부가 올해 초 펴낸 ‘2020년 성별영향평가’ 지침엔 ‘정부홍보사업에 대한 성별영향평가’가 들어있다. 지침 62쪽에 이렇게 쓰여있다.

나 . 성별영향평가 대상의 선정

○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대국민 홍보를 위해 온라인 및 오프라인 통해 제작하는 홍보물

-홍보물의 이미지와 문구에 성 차별적인 요소가 있는지 검토가 필요한 경우

다 . 성별영향평가 점검내용

○ 등장인물의 구성 시 남녀 비율 , 연령 구성이 적절한지 여부

○ 성역할 고정관념 및 편견이 배제되어 있는지 여부

○ 성차별적 표현 , 비하 , 외모지상주의와 관련된 내용이 배제되어 있는지 여부

○ 폭력에 대한 왜곡된 시각이 배제되어 있는지 여부

국무총리실을 비롯한 정부의 홍보물 검토 체계와 절차는 마련되어 있었다. 여성가족부는 정부홍보사업 성별영향평가 서식을 각 기관과 단체에 배포하고, 해당 기관의 홍보담당자가 성별영향평가 실무 담당자에게 홍보물 검토 의뢰를 하는 식이다.

성별영향평가 실무 담당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여성가족부가 구성·운영하는 전문가 컨설팅단에 검토를 의뢰하고 의견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체계·절차와 더불어 ‘홍보물 양성평등한지 점검해봐요!’라는 제목의 구체적인 점검표도 있다. 그러나 정부 홍보물 성별영향평가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국무총리실은 이같은 홍보물 성별영향평가를 거치지 않았다. 국무총리실 쪽은 <한겨레>에 “앞으로 정부 홍보물을 제작할 때 관련 지침과 매뉴얼을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려깊지 못한 내용을 실었다. (3컷 만화를) 올리고 나서 여러 분들이 말씀해주신 지적이 그런 의미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삭제 조치했다. 앞으로 잘 살피고, 주의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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