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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리테일 사장 인사까지 뒤흔든 ‘집게손 포스터’, 어디까지 가나

등록 2021-05-31 16:35수정 2021-05-31 16:51

‘남성 성기 크기 비하’ 억측에 임직원 보직해임·징계
수정 전 GS25 홍보 포스터.
수정 전 GS25 홍보 포스터.

지에스(GS)리테일이 ‘집게 손 모양’을 쓴 포스터 제작과 관련된 임직원들을 징계하고 보직해임했다. 편의점 지에스25 홍보물이 한국 남성 성기 크기를 비하했다는 일부 억측을 적극적으로 수용(포스터 수정·삭제)한 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발적으로 후속 인사조처까지 한 것이다. 지난해 매출액 8조8623억원짜리 기업의 인사를 일부 누리꾼이 좌우한 셈이다.

31일 지에스리테일에 따르면, 편의점 사업부장과 플랫폼비즈니스유닛(BU)장을 겸직 중인 조윤성 지에스리테일 사장은 오는 1일 예정된 정규인사에서 편의점 사업부장 자리에서 물러난다. 논란이 된 포스터를 만든 디자이너는 징계를 받았고, 마케팅팀장은 보직에서 해임됐다. 지에스리테일 관계자는 “(보직해임 등의) 구체적인 사유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달 초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지에스25 캠핑 식품 홍보 포스터에 담긴 ‘집게 손 모양’이 남성 성기 비하 목적으로 사용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부 누리꾼은 포스터에 사용된 손 모양 이미지가 지금은 문 닫은 온라인 사이트 ‘메갈리아’에서 한국 남성을 비하할 때 쓰였던 그림과 유사하다며 청와대 청원을 올리고 불매운동을 벌였다.

조윤성 사장은 논란 직후 지에스25 가맹점주 게시판에 글을 올려 “이번 사건에 대해 저를 포함한 관련자 모두 철저한 경위를 조사하고 사규에 따라 합당한 조치를 받도록 하겠다”며 사과했다. 조 사장은 문제가 된 ‘집게 손 모양’에 대해서 “캠핑을 주제로 한 포스터 제작을 위해 유료 사이트에서 ‘캠핑’, ‘힐링’이라는 키워드로 다운 받은 이미지를 사용했으나, 디자인 요소에 사회적 이슈가 있는 부분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지에스25는 포스터를 수정한 뒤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해당 포스터를 삭제했다.

일부 누리꾼들이 국방부 홍보 포스터에서 군인 캐릭터가 집게 손 모양으로 거수경례를 했다며 ‘남성 비하’라고 문제 삼았다. 국방부 페이스북
일부 누리꾼들이 국방부 홍보 포스터에서 군인 캐릭터가 집게 손 모양으로 거수경례를 했다며 ‘남성 비하’라고 문제 삼았다. 국방부 페이스북

손희정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는 “실제로 기업의 매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종의 놀이가 되어버린 ‘메갈 상징 찾기’가 구체적인 노동자들의 삶을 해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지에스리테일의 경우 정규직 직원이니까 보직해임 정도로 마무리됐지 비정규직이었으면 계약해지가 되었을 것이다. 선동에 부딪혔을 때 중심을 잡고 있어야 할 기업, 정부기관, 공기업 등이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홍보물에 ‘집게 손 모양’을 쓰면 남초 커뮤니티 이용자 중심으로 이를 문제 삼는 사례가 많다. 이런 문제제기에 사과문을 올리고 해당 홍보물을 수정하는 기업과 정부기관도 여럿이다. 지난 27일 국방부는 일부 누리꾼들이 홍보물 속 군인들의 거수경례 자세가 ‘집게 손’ 모양을 닮았다고 지적하자 “앞으로 홍보 콘텐츠를 제작할 때 유의하겠다”며 사과했다. 경기 평택시는 지난 17일 주민참여예산 공모전 홍보 목적 포스터 속 ‘집게 손’ 모양이 문제가 되자 포스터 200장과 전단지 4000장을 모두 수거하기도 했다. 서울경찰청과 경기북부경찰청 역시 손가락 이미지를 사용한 도로교통법 개정 관련 홍보물을 수정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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