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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북병산이 나의 ‘최애’가 된 순간

등록 2021-09-09 10:16수정 2021-09-09 10:20

김강은의 산 네게 반했어

북병산 전경을 담은 그림. 사진 김강은 제공
북병산 전경을 담은 그림. 사진 김강은 제공

거제도 북병산

높이: 465.4m

코스: 심원사-북병산-망치재-망치마을

거리: 약 3㎞

소요시간: 약 2~3시간(올라가는 시간 40분)

난이도: ★★

하이킹을 즐기는 동행들과 함께 오른 북병산. 사진 김강은 제공
하이킹을 즐기는 동행들과 함께 오른 북병산. 사진 김강은 제공

한번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곳을 여행한다는 것? 두근두근, 생각만 해도 설레는 일이다. 그래서 이왕이면 새로운 곳을 선택한다. 그런데 다녀왔던 곳을 다시 방문하는 것 역시 특별한 일이다. 한번의 경험이 두번, 세번으로 겹쳐지면 그 장소와 나와의 관계에서 애틋함이 자라난다. 우정과 같은 친근함과 끈끈함도 생긴다.

한달 전, 우연히 방문한 산이 있다. 거제도 북병산. 통영을 방문했다가 지나는 길에 별 기대 없이 오른 북병산의 의외성(?)에 요즘 말로 나의 ‘최애’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마치 무엇에라도 홀린 것처럼, 한달도 채 지나지 않아 버스를 타고 약 5시간이나 이동해야 하는 그곳을 다시 찾았다. 이번에는 하이킹을 즐기는 동행들과 함께.

볕이 뜨겁고 습한 날이면 길고 험한 산행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거제시 동남쪽 동부면과 일운면, 삼거동 경계에 있는 북병산은 그런 때에 오르기 좋은 산이다. 운동화를 신고 여행하다가 잠시 들러도 좋다. 그렇다고 낮고 별 볼 일 없는 산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북병산은 거제도 10대 명산 중 하나이다.

여러 코스 중 가장 짧고 수월한 심원사 코스를 선택했다.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는 어려워서, 개인차량이나 택시를 타고 시작하길 추천한다. 작은 절 심원사를 지나자마자 선선한 숲 그늘에 들어섰다. 들풀이 바람 따라 흔들리는 길을 지났다. 6~7살 남짓 되어 보이는 아이와 동반한 가족이 오를 정도로 코스는 평이하다.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옮기니 마음 수련을 온 듯 금세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제 조금 힘들어질까 하는 생각이 들자 북병산이라는 이름이 크게 새겨진 정상석이 나타났다. 그리고 방심한 사이, 정상석 너머의 풍경이 시야를 점령했다. 거제의 분위기를 한번에 보여주는 청정한 바다 풍경이 훅 치고 들어왔다. 푸른 바다를 병풍처럼 둘러 포근히 감싸 안은 듯한 망치항의 정경은 누구라도 반할 풍경이다.

정상석 근처의 넓은 바위 터로 이동했다. 친구들과 함께, 새로이 준비한 종이와 수채화 물감을 펼쳤다. 새하얀 도화지는 평소에 사용하는 것보다 면 함량이 높은 것이었다. 면 함량이 높을수록 물을 많이 머금고, 건조 시간이 길기 때문에 수채화 물감 특유의 앙금 표현을 하기에 좋다. 특히 이런 바다 풍경을 표현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

종이에 먼저 물을 잔뜩 묻혔다. 하늘색, 짙은 파란색, 보랏빛이 도는 울트라마린색 물감을 풀었다. 티 없이 맑은 하얀 구름은 물감을 칠하지 않고 하얀 도화지로 남겨두었다. 망치항의 모습이 소다색 칵테일을 담고 있는 커다란 그릇처럼 보였다. 뭉게구름이 지나가며 능선이 짙은 초록빛이었다가, 옅은 연둣빛이 되기도 했다. 이 종이에 순간의 장면이 아닌, 시간까지 함께 담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작은 화폭에 자신만의 칵테일을 채워 넣으며 그림에, 이 시간에 취했다.

밑도 끝도 없이 푸른 바다 위에 윤돌도, 외도 등의 섬들이 봉긋 솟아있는 모양새를 보고 친구들에게 이야기했다. “제주도가 돌고래라면, 거제도는 바다거북 같아.” 제주도는 어쩐지 에메랄드빛 바다가 어울리고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는 돌고래와 같은 낭만의 섬이라면, 거제도는 때 타지 않은 깊은 바닷속에서 헤엄치는 바다거북처럼 신비로운 존재 같다. 그림을 그리던 친구들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망치 해변으로 하산하는 길 몇번이고 발길을 붙잡는 조망터가 나타났다. 거칠게 파도치는 망치 해변에서 시원한 음료를 벌컥벌컥 마시며 산행을 마쳤다. 처음부터 끝까지 알찬 산이다. 북병산은 이제 내게 ‘애정하는 산’이자, 각별한 친구가 되었다. 앞으로 북병산, 그리고 거제도와 맺어갈 끈덕진 관계가 기대된다.

김강은 벽화가·하이킹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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