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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전기톱 살인마가 돌아왔다…OTT 내손 안의 공포 [ESC]

등록 2022-07-15 11:40수정 2022-07-15 22:55

올여름 OTT 추천 공포물
넷플릭스·티빙 등 오티티 다양한 공포물 내놔
전쟁·인플레·불안…공포물, 혼돈의 시대상 반영
텍사스 전기톱 학살 2022. 넷플릭스 제공
텍사스 전기톱 학살 2022. 넷플릭스 제공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피살 등 100여 년 전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도 같고, 한치의 미래도 예측하기 힘든 시대에 살고 있다. 혼돈의 시대에 호러영화는 더욱 끌린다. 이해할 수 없는 세상, 미래가 없는 절망을 그리는 호러는 불안한 대중의 황폐한 마음을 극단적으로 그려낸다. 스티븐 킹 원작의 <미스트>처럼.

공포의 근원을 찾아서

토브 후퍼의 고전 호러영화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1974)의 속편인 넷플릭스판 <텍사스 전기톱 학살 2022>는 레더페이스의 분노를 파괴적으로 그려낸다. 그동안 많은 속편과 리메이크가 있었던 원작의 스토리를 그대로 끌어온 <텍사스 전기톱 학살 2022>는 과거의 사건을 다큐멘터리로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2022년, ‘인구 소멸’ 상태인 텍사스의 시골 마을 할로에 도시의 인플루언서들이 몰려온다. 멜로디와 단테는 할로의 토지와 건물을 매입하고 재개발하여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상점을 유치하고, 인플루언서들이 주거하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바꾸려 한다.

하지만 아직 퇴거하지 않은 원주민이 남아 있다. 보육원을 경영했던 할머니와 단테 사이에 약간의 충돌이 있었고, 퇴거를 요청하는 경찰의 말에 놀란 할머니는 숨을 거둔다. 할머니를 마지막까지 돌본 청년이 레더페이스를 뒤집어쓰고 복수에 나선다. 기묘한 이야기다. 멜로디의 동생 라일라는 대학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의 트라우마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 조용한 곳이 좋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들이 침입자이고 소란을 일으키고 있다. 자본이 오래된 마을이나 거리에 끼어들면 원주민들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곤 한다.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이 1950년대 이후 대도시와 시골의 격차가 커지면서 좌절감과 차별이 심해지던 배경을 깔고 있다면, <텍사스 전기톱 학살 2022>는 시골·자연을 낭만적 대상으로 바라보며 착취하는 도시인을 비판한다.

아카이브81. 넷플릭스 제공
아카이브81. 넷플릭스 제공

과거를 돌아보는 것은 언제나 중요하다. 추억이나 회고가 아니라 명료하게 팩트를 체크하며 역사적 의미를 되짚어보는 것. 넷플릭스 시리즈 <아카이브 81>의 주인공 댄 터너는 오래된 비디오테이프와 필름 등을 복원한다. 취미도 벼룩시장에서 낡은 홈비디오, 카세트테이프를 구하는 것. 댄은 엘엠시(LMC)라는 대기업에서 어떤 제안을 받는다. 1994년, 대형 화재가 일어난 비저 아파트에서, 멜로디 펜드라스가 찍었던 비디오테이프를 복원하는 일이다. 정보를 유출할 수 없도록, 외진 산속에 지어진 회사의 자료보관실에 격리되어 작업해야 한다. 복원 작업에 들어간 댄은 계속해서 유령 또는 환각을 보게 되고, 멜로디의 테이프에 나오는 아버지를 보고 놀란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반교: 디텐션. 넷플릭스 제공
반교: 디텐션. 넷플릭스 제공

<컨저링>의 감독 제임스 완이 제작한 <아카이브 81>은 도시전설과 괴담을 들려주는 팟캐스트를 출발점으로 만들어졌다. 댄은 사람들이 잃어버린 것, 훼손한 것을 복원한다. 자신의 트라우마에도 연결되어 있다. 댄의 가족은 모두 화재로 죽었다. 혼자 심부름을 간 댄만 살아남았다. 일부러 내보내고, 아버지는 자살한 것일까? 이해할 수 없기에, 댄은 과거에 매달린다. 멜로디의 테이프에 찍힌 비저 아파트는 로만 폴란스키의 걸작 <악마의 씨>의 악마숭배자 맨션 같다. 비밀이 있고, 기괴한 집회를 하고, 사악한 거짓말을 한다. 멜로디는 그들의 제물이 된 것일까? <아카이브 81>은 과거를 재구성하며 현재의 댄과 과거의 멜로디를 연결하고, 고통의 역사를 재해석하여 현재의 세상을 바꿔간다. 과거는 현재와 소통할 때 비로소 생명력을 갖는다. 넷플릭스의 시리즈 <주온: 저주의 집>과 대만 영화 <반교: 디텐션>도 공포의 근원을 역사 속에서 찾아내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이블. 웨이브 제공
이블. 웨이브 제공

웨이브와 티빙의 시리즈 <이블>은 태곳적부터 인간과 함께 존재하는 악마, 악령, 요정 같은 초자연적 존재의 정체를 파헤친다. 드라마 <굿 와이프>를 만들었던 로버트와 미셸 킹이 오컬트로 확장한 <이블>은 심리학자 크리스틴, 성직자 데이비드, 엔지니어 벤이 가톨릭교회의 요청을 받아 초자연적인 사건이나 인물을 조사하는 이야기다. 악마에 들렸다고 주장하는 연쇄살인범, 사망 선고를 받고 두시간 뒤에 깨어난 소녀, 이유 없이 가족을 죽이려는 소년 등이 등장한다. 크리스틴은 심리학적 접근으로 그들이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판단한다.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정신 이상인지, 정말로 무엇인가에 씐 것인지 등등. 벤은 기묘한 사건, 상황의 과학적 이유를 찾아낸다. 밤마다 들리는 괴이한 소리가 낡은 파이프에서 나온다거나, 전혀 독이 없는 두 요소가 합쳐지면 위험한 물질이 된다거나 등등.

<이블>의 세 주인공은 천재나 영웅이 아닌 보통의 인간이다. 그들의 일상은 모두 평범하고, 작은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 불가사의한 사건이 일어나면, 악착같이 달라붙어 원인과 이유를 찾아낸다. 세상 대부분의 일은 과학과 우연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항상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미지의 것이 존재한다. 신을 믿는 데이비드는 긍정하지만, 크리스틴과 벤은 일단 저항한다. 세상에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절대적인 악도 있다. 그럼에도 <이블>은 하나의 입장을 강변하지 않는다. 신비와 과학 사이를 탁월하게 유영하는 <이블>의 균형감각이 놀랍다. 그리고 심란한 사건들을 다루면서도 언제나 유쾌한 일상을 이어가는 점이 좋다.

나이트하우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나이트하우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11년째 이어지는 공포 시리즈도

어쩌면 우리는 항상 미지의 존재와 함께 살아가는 것일 수 있다. 디즈니플러스의 <나이트 하우스>에서, 베스의 남편 오언은 홀로 호수 위에서 권총으로 자살한다. 이유는 알려지지 않는다. 장례식이 끝나고, 오언의 유령이 나타난다. 베스에게 말을 걸고, 거슬리는 소음을 낸다. 이유를 찾던 베스는 오언의 핸드폰에서 모르는 여자들의 사진을 발견한다. 건축가인 오언이 만든 또 하나의 집을 숲속에서 만난다. 지금 사는 집과 반전된, 폐허 같은 집을 오언은 왜 지었을까? <나이트 하우스>는 10년을 넘게 같이 살았던 남편에게서 전혀 알아채지 못했던, 초자연적인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마지막으로 덥고 습한 여름, 무서운 이야기를 끝없이 보고 싶다면 디즈니플러스의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를 추천한다. 미국의 무서운 이야기를 총망라하며, 2011년부터 시즌 13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치와 경제, 사이비 종교, 외계의 존재, 연쇄살인범 등등 세상의 모든 공포를 만날 수 있다.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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