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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인스타 친구 챙기느라 절친인 저는 무시, 왜 저럴까요?

등록 2022-10-14 18:00수정 2022-10-14 18:32

곽정은의 단호한 관계 클리닉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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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웬수 같은 인스타그램! 제 절친 얘깁니다. 인플루언서도 아니고, 생업과 관련해 에스엔에스(SNS)를 활용하는 것도 아니고 순전히 킬링타임용인 것 같은데, 왜 그렇게 목을 매나 모르겠습니다. 주말에 어디 놀러 가자 하는 곳이 대체로 인스타그램에서 ‘핫’한 곳인 것 정도는 이해를 해요. 요즘 트렌드이니까요. 그런데 식당에서 뭘 먹으려고 해도 음식이 다 나와 한꺼번에 찍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다 식은 음식 먹고, 새로운 카페라도 문 열었다고 하면 누구보다 먼저 가봐야 하고, 같이 있을 때도 ‘인친’ 메시지에 답하느라 절 투명인간 취급할 때도 있습니다. 도대체 왜 그래야 하는 걸까요? 만족스러워하는 친구의 얼굴을 보면 행복한가 싶긴 한데, 이것 빼고는 소통도 잘되고 좋은 친구라 너무 힘이 듭니다. 인친 아닌 절친

A. 에스엔에스에 지나치게 골몰하는 친구 때문에 고민이시군요. 사실 이 불편감과 거슬리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저는 정확히 알고 있어요. 왜냐하면 저도 사연자분처럼 사진 찍는 것을 그다지 즐기는 편이 아니거든요. 들르는 모든 장소, 모든 음식을 촬영하고 모든 곳에서 인증샷을 남기는 친구와 여행을 한번 갔다가 정말 피곤함을 느꼈던 적이 있어요.

후에 돌아와서 이 피곤함의 정체가 무엇인지 곰곰이 돌아보았어요. 그리고 저는 제 마음을 헤아려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깨닫게 되었어요. 제 마음속에는 이미 이 생각이 있었습니다. ‘돈도 안 되고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닌데 열심히 사진을 찍는 것은 시간낭비다’라는 생각 말입니다. 친구의 행동이 한심해 보이는 것은, 그 행동이 본질적으로 한심해서가 아닙니다. 실질적인 이득이 되지 않는데도 무언가에 골몰하고 열심인 행동이 나에게 이미 ‘한심한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친구의 에스엔에스는 영원히 킬링타임용으로 남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나에게 무의미한 행동이 상대방에게도 무의미한 행동은 아닙니다. 내가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무언가가 타인에게는 무의미한 것일 수도 있음을 인정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죽이 잘 맞고 소통이 잘되는 친구이지만, ‘살아 있다, 즐겁다’고 느끼는 지점이 다를 수도 있는 겁니다. 사진을 찍고 올리는 행위에서라도 살아 있는 기분을 느낀다면, 적어도 친구는 자신의 방식대로 이 시간을 잘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적어도 친구는, ‘왜 사진을 찍지 않느냐’고 당신을 한심하게 생각하지 않지요.

그저 따뜻함을 가지고 ‘관찰’해주길 바랍니다. 나와 같은 방식이 아니라, 친구만의 방식이 있음을 너그럽게 인정해주세요. 이 우정이 정말로 소중하다면 말이죠. 물론 음식이 식을 때까지 매번 기다리는 것은 너무 괴로운 일이니, 저라면 친구와 만날 때 나눠먹는 음식은 주문하지 않고, 1인 1그릇 메뉴를 판매하는 곳으로 가는 정도로 합의를 볼 것 같습니다. 그동안 느꼈던 불편함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그 순간의 현재성을 깊이 음미하기 위해서는 사진을 조금 덜 찍는 것도 방법이라는 이야기를 해주는 것도 좋겠습니다. 밥 먹을 때 나온 단무지 반찬까지 하나하나 촬영하던 제 친구 중 하나는, “왜 그렇게까지 모든 걸 다 찍어?”라는 제 걱정스러워하는 말에 “이렇게 찍어두고 남겨두지 않으면 좀처럼 기억이 안 나. 나 혹시 디지털 치매인가?”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요. 친구는 지난주에 저의 권유로 집중력 검사와 뇌파 검사를 받으러 병원에 갔어요. ‘도대체 왜 그래야 하는 걸까?’라는 질문은 이제 내려놓으세요. 그저 따뜻하게 바라봐주십시오. 그러면 내 마음이 편해지고, 친구도 자기의 행동을 돌아보게 될 겁니다.

곽정은 작가, 메디테이션 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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