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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일상의 깔때기’ 된 MBTI, 어떻게 해야 벗어날까요?

등록 2022-11-11 22:00수정 2022-11-11 22:12

곽정은의 단호한 관계 클리닉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Q. 엠비티아이(MBTI)에 지나치게 몰입합니다. 흔한 심리 테스트도 잘 안 하던 제가 이런 문제로 고민할 줄은 몰랐습니다. 제 엠비티아이 유형의 특성을 정리한 에스앤에스(SNS) 계정을 여러 개 팔로우하는 건 물론이고요, 자꾸만 주변 사람들을 엠비티아이 유형으로 구분해서 보려 합니다. 예컨대 제 애인은 이에스에프피(ESFP)인데 저는 이엔에프피(ENFP) 유형이에요. 엠비티아이상 서로 궁합이 잘 안 맞다고 하는 말을 본 뒤로 그동안 잘 안 맞았던 게 이 때문인가 싶어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 엠비티아이를 혼자 맞춰보거나 참지 못하고 물어볼 때도 있죠. 엠비티아이가 제 일상의 ‘깔때기’가 되는 느낌이에요. 어떻게 해야 엠비티아이의 올가미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엠비티아이 과몰입자

A. 흔한 심리 테스트도 안하던 당신이 갑자기 이것에 빠져들게 된 까닭은 두 가지로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 엠비티아이는 자기 보고식 검사이기 때문입니다. 문항을 보고 내가 생각하기에 나에게 가까운 상태를 선택하고, 그 결과로 나의 타입이 나오기 때문에 당연히 ‘맞아 맞아’하는 반응으로 이어지지요. 검사 결과가 나의 새로운 어떤 면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내가 이미 알고 있던 모습을 종합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혈액형 테스트보다는 그럴듯하고, 더 복잡한 심리검사에 비해서는 모두가 알기 쉽게 알파벳 8개로 타입을 분류하고 있지요. 빠져들 만 합니다.

둘째, 주변 많은 사람이 이 테스트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관계에서의 궁금함이나 호기심, 불만을 해결하려는 마음이 강해지다 보면 이유를 상대방에게서 찾고 싶어집니다. 나의 타입도 알고, 상대방의 타입도 알면 둘 사이 모든 문제나 걱정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겠다는 착각도 하게 되죠.

사실 엠비티아이는 최근 2~3년 사이 나의 상태를 보여주는 검사이지, 한 사람의 특징을 아예 꿰뚫어볼 수 있는 결과지가 아닙니다.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과 ‘실재하는 내 모습’은 차이가 크게 날 수도 있지요. 당신의 모습이나 성향이 이엔에프피(ENFP) 특성에 맞을 때도 있겠지만, 당신에게 다른 타입의 모습이 전혀 없지는 않을 거예요. 사람을 16개 유형으로 나누어 보는 것이 때때로 기가 막히게 그럴듯해 보일 때도 있겠지만, 따지고 보면 그 틀로 가늠할 수 없을 때가 더 많습니다. 그냥 이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내가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을 더 잘 알고 싶고 상황에 대처하고 싶지만 그것이 어렵다고 느껴 어떻게든 방법을 찾고 싶구나’ 라고요. 엠비티아이의 올가미에서 벗어나는 것이 목표가 될 것이 아니라, 지금 해야 하는 건 ‘내가 그만큼 마음이 급하고 힘든 일이 많구나’ 라는 걸 알아주는 일입니다.

그리고 조금만 공부해 보셔도 알 수 있을 겁니다. 엠비티아이는 수없이 많은 심리검사 도구 중 그저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을요. 그래도 설득이 되지 않았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당신이 엠비티아이로 사람을 계속 판단한다면, 당신은 이런 세상에 동의하는 셈이 됩니다. 당신이 입사 지원을 했는데 ‘아, 엠비티아이가 ○○이에요? 그럼 당신은 우리 회사 분위기에 맞지 않겠습니다. 불합격입니다’라는 말을 들어도 되는 그런 세상 말입니다. 정말 그런 세상에 동의하십니까?

불안함을 없애고 싶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삶을 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나를 다면적으로 볼 기회를 잃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남을 빨리 파악해서 최대한 손해 보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에, 타인을 알아가고, 이해하고, 진심으로 소통할 기회를 잃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당신의 태도는 ‘합리’에 가깝습니까, ‘함부로’에 가깝습니까?

곽정은 작가, 메디테이션 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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