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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직장생활 11년 차인데도 쉽지 않네요. 저는 직장 동료 뒷담화를 잘 하지 않습니다. 입이 무겁다기보다는 뒷말의 필요성을 잘 못 느낍니다. 남 얘기해봐야 내 기분 찝찝하고 내가 그보다 나은 인간인가 싶기도 하고요. 그런데 제 직장 동료 에이(A)는 다른 사람 얘기하는 게 직장생활을 하는 동력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에이가 저의 몇 안 되는 절친한 회사 동료란 겁니다. 다른 건 너무 좋은데 뒷담화 장단 맞추기가 너무 힘듭니다. 불편하다 얘기해도 일주일 정도 잠잠하다 도돌이표예요. 뒷말도 습관일까요? 새해엔 이 친구와 좋은 말만 하며 지내고 싶어요.
대나무숲이 되기 싫은 직장인
A. 사실 직장생활 하면서 뒷담화를 하지 않는 사람으로 사는 것,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일하다 보면 불만을 갖지 않기 어려운 것이 조직생활이고, 그때 가장 손쉽게 시작하게 되는 것이 바로 뒷담화인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하소연이나 상담의 형태로 시작되지만, 결국은 대화에 참여한 사람 모두의 적을 만들고서야 이야기가 끝이 나곤 하지요. 게다가 사소하거나 사적인 소문이나 억측도 뒷담화의 주된 소재가 되고요. 이렇게 여러 소재가 섞이다 보면, 어디부터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악의적인 의견이나 소문 부풀리기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집니다. 우리는 한 편, 그 사람은 나쁜 편, 이런 이중 구도는 어쩐지 안전하게까지 느껴지지요. 점심시간의 단골 반찬이 되어버린 뒷담화는 그래서 일종의 길티 플레져(guilty pleasure)에 비유합니다. 다 하고 나면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지만, 일시적으로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듯한 느낌이 들게 되니까요.
이런 방법을 써 보세요. 대화의 주제가 아니라 방향을 틀어 보는 겁니다. ‘내가 불편해’라고 말해봤자 동료의 머리에는 입력이 안 되니,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 부분은 말하지 말자’라고 명시해 주는 것입니다. 이런 식은 어떨까요? ‘힘든 이야기를 서로 들어주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다른 누군가에 대해서 안 좋은 이야기를 듣는 것은 나에게 괴로운 일이야.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머리도 아프고 소화도 안 되는 것 같아. 앞으로 다른 사람 이야기는 빼고 그냥 너의 힘든 것을 이야기하면 어떨까?’라고요. 앞으로 그 동료가 또 하소연하며 다른 사람 이야기로 넘어가려고 할 때, 당신은 그저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아니, 다른 사람 이야기는 빼고, 그때 너는 어땠어?’ ‘너는 어떻게 하고 싶은데?’ 이렇게요. 다 듣고 나서 불편하다고 말하지 마시고, 이야기가 시작되려고 할 때 좋은 맘으로 브레이크를 거세요. 그 동료가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당신을 배려하는 사람이라면 조금씩이라도 바뀔 겁니다. 몇 번은 저항이 있겠지만, 이것이 모두의 평화와 존엄을 지키는 길이 될 겁니다. 조금도 변하지 않거나, 오히려 당신을 정 없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비난한다면 그때는 생각해보셔야겠죠. 같이 점심 먹는 숫자를 절반으로 줄여서라도 내 스트레스를 감소시킬지, 아니면 이 동료와의 관계를 서서히 멀리할 지를요. 상대방을 우리가 원하는 식으로 조절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이렇게라도 해 본다면 적어도 어떤 식으로든 소용은 있을 겁니다.
우리가 정말 나누고 싶은 것은 제 3자에 대한 불만과 험담이 아니라, 그저 우리 자신의 이야기와 감정이지요. 당신의 바람처럼 늘 좋은 말만 하고 살 수 없는 것도 직장생활이기도 하고요. 결국 우리는, 일터에서의 어려운 것들을 처리하면서 더 좋은 존재가 되어 가는 것이 아닐까요? 친한 동료이지만 나를 불편하게 하는 친구, 더는 맞춰주지 마시고 의견을 잘 전달해 보세요.
곽정은 작가, 메디테이션 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