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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육류·술 섭취…바람만 스쳐도 아플 수 있다 [ESC]

등록 2023-09-16 07:00수정 2023-09-16 08:48

[ESC] 건강 통풍

비만·고지혈증 ‘생활습관병’ 연관
남성 압도적…20·30 발병도 늘어
적정 체중 유지하고 절주해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관절의 통증은 보통 노년층에서 많이 나타난다. 관절이 유연하게 움직이도록 하는 연골이 나이가 들어 닳아 없어지면서 관절염이 생기면서 통증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40대 전후에 주로 발쪽 관절에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는 질환도 있다.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고 호소할 정도로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통풍’이다. 과거에는 육류 소비가 많은 부유층에서 많아 ‘귀족병’으로 불리기도 했다.

통풍은 피 속의 요산 농도가 높아져 생긴 요산염 결정이 관절의 연골이나 인대 등에 침착되면서 생기는 질환이다. 최근 비만·고지혈증 등에 걸리는 사람들이 크게 늘면서 환자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지난해 통풍으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은 환자 수가 처음으로 50만명을 넘겼다. 2018년 약 43만4천명에서 지난해 50만8천명으로 5년 새 17% 가량 늘어난 셈이다. 코로나19 유행으로 병원 방문 환자 수가 전체적으로 감소한 추세를 고려하면 실제 환자 수 증가 폭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비정상 요산 농도’ 20년 지나야

지난해 기준 통풍 환자의 90% 이상이 남성이었다. 남성 환자가 약 47만2천명으로 여성 환자수 약 3만7천명보다 13배가량 많았다. 남성 환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데에는 육류나 술 섭취 등 식습관과 비만·고지혈증 등 생활습관병의 증가와 관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 통풍 환자를 연령대로 보면, 40대의 비중이 23.7%로 가장 많다. 50대 20.9%, 30대 18%, 60대 17.3%, 20대 6.5% 차례다. 최근 비만·고지혈증이 늘고 있는 20~30대 남성의 통풍도 증가하고 있다. 20대 남성의 경우 2018년 2만1천명에서 2022년 3만1천명으로 5년 사이 48%, 30대 남성도 같은 기간 25% 늘어 전체 증가율보다 높았다.

여성은 60대가 22.1%, 50대가 18.5%, 70대가 17.1%를 기록하며 60대 이후 환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 여성호르몬의 영향이 꼽힌다. 여성의 경우 폐경 이후에 환자수가 크게 증가하는데, 폐경 전 충분히 분비되는 여성호르몬이 요산의 배출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산이 잘 배출되면서 피 속 요산 농도가 정상 범위를 유지해 통풍 발생을 막아준다는 것이다. 여성은 통풍을 예방하려면 폐경 전후 육류·술 섭취 등의 식습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통풍은 피 속 요산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기간이 20년 가까이 지나야 이른바 ‘통풍 발작’이 생긴다. 그 전에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대부분 모르고 지낸다. 물론 피 속 요산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도 모두가 통풍 발작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대부분은 아무런 증상이 없다.

통풍 발작은 손·발 관절에서 매우 심한 통증이 나타나는 상황을 뜻하는데, 주로 엄지발가락 관절에서 많이 생긴다. 통증과 함께 관절이 붓고 피부가 붉게 변하며 열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증상은 주로 밤에 시작되는데, 극심한 통증 때문에 잠에서 깨어나기도 한다. 아침에 일어나 발을 딛거나 신발을 신을 때 통증이 수반되기도 한다. 통증은 수 시간 뒤 사라지기도 하나, 경우에 따라서는 수일에서 수주 동안 계속되는 사람도 있다.

한번 통풍 발작이 시작되면 수개월에서 수년 사이에 다시 나타나며, 관리를 하지 않을수록 빈도가 잦아진다.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하면 여러 관절에서 통증이 나타나고 통증 시간도 오래 지속된다. 통풍 발작이 나타난 뒤 10~20년이 지나면 관절에 덩어리가 생기는 ‘통풍 결절’로 진행되기도 한다. 이 통풍 결절은 팔다리 어느 관절에서나 생길 수 있지만, 귓바퀴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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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체중 감량’은 역효과

통풍 발작이 나타났을 때 효과가 좋은 약은 콜히친, 스테로이드제, 비스테로이드 소염제 등이다. 이들 약제는 약효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환자가 겪을 부작용 등을 고려해 결정하면 된다. 발작이 나타났을 때 빠르게 투여할수록 효과가 좋다. 통풍 발작이 나타난 뒤로는 콜히친과 같은 약물을 쓰면 통풍 발작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통풍 치료의 적기가 언제냐’는 질문이 적지 않다. ‘증상이 없어도 피 속 요산 농도가 높을 때부터 치료해야 하는 거 아니냐’, ‘발작이 나타나면 이미 늦은 것 아니냐’는 등의 의문이다. 통풍 관련 학회에선 ‘의사와 충분히 상의한 뒤 결정하라’고 권고한다. 술을 자주 많이 마시거나 비만이나 고지혈증, 대사증후군 등을 가지고 있으면서 생활습관 개선으로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통풍 발작이 나타날 수 있는 조건이 되므로 치료를 받는 게 좋다. 통풍이 많이 진행돼 결절이 생긴 단계라면 더는 요산이 우리 몸의 여러 조직에 쌓이지 않도록 피 속 요산 농도를 조절하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통풍은 일종의 생활습관병이다. 이 때문에 통풍을 예방하려면 평소 건강 관리가 중요하다. 적정한 몸무게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 비만한 경우라면 정상 범위로 줄여야 하는데, 이때 단식 등으로 갑자기 감량하면 오히려 통풍 발작을 부를 수 있어 피해야 한다. 섭취 열량을 줄이되 식단에서 육류를 줄이고 저지방 우유나 유산균 음료, 치즈 등으로 바꾸면 좋다. 동물의 간, 췌장, 신장 등 내장 부분은 요산으로 분해되는 퓨린이라는 성분이 많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술에도 퓨린이 들어 있는데, 특히 맥주에 많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물론 소주나 포도주도 많이 마시면 통풍 발작을 일으킬 수 있어 모든 술 섭취를 줄이는 절주가 필요하다.

땀을 많이 흘리거나 물을 적게 마셔도 피 속 요산 농도가 높아져 통풍 발작의 위험을 높이므로 운동 중에도 물을 꼭 챙겨 마셔야 한다. 고등어와 같은 등이 푸른 생선에도 퓨린이 들어있기는 하지만 아예 먹지 말아야 할 정도는 아니다.

김양중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근평가위원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경북의 한 시골 마을에서 공중보건의로 일했다. 한겨레 의료전문기자로 재직하면서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위한 기사를 썼고, 지금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의료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업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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