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 인원이 많으면 훈련 분위기도 살아난다. 볼 돌리기 훈련 중인 알레그리아에프에스.
훈련에 ‘복귀’했다. 이게 도대체 몇 번째 복귀더라. 나는 원인불명의 무릎 통증을 느끼기 시작한 지난해 9월부터 복귀-휴식-복귀-휴식의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증상이 시작된 초반에는 3~4개월 쉬다 복귀한 것에 비해 최근엔 휴식기가 한달쯤으로 줄었다는 것이 그나마 긍정적이라면 긍정적인 일일까. 운동장을 떠나있는 시간이 길어진 덕에 우상향만을 원했던 실력 성장의 그래프는 그 각도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구력(시간)이라는 엑스(X)축과 거의 평행선을 그리며.
운동장을 떠나있던 사이 내 실력의 성장세는 줄었지만, 우리 팀 신입 인원은 늘어났다. 이제는 팀 단체 대화방 인원이 감독님을 포함해 무려 17명이나 된다. 사실 우리 팀 감독님은 처음 팀을 꾸리면서 최종 인원을 12명에서 14명 정도로 구상했다고 했다. 애석하게도 그 인원을 다 채우고도 훈련이나 대회에 출전할 때 어김없이 인원 부족이 반복되자 조금씩 사람이 늘어났다.
다른 풋살 동호회 에스엔에스(SNS)를 보고 있으면, 참석 인원이 많아 다섯명씩 팀을 쪼개 3파전이나 4파전을 했다는 소식을 왕왕 접한다. 팀 훈련에 15명 이상 출석한다는 소리다. 우리 팀은 어떤가? 3파전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골키퍼 없이 4 대 4 게임이라도 가능하면 좋겠다 싶은 기간이 창단 이후 오래 이어졌다.
훈련 참가 인원이 많아야 6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탓에 우리의 훈련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피치 위에서 움직임 훈련을 할 때도 ‘피보(전방 공격수)’ 위치에는 사람을 두지 못한 채 ‘픽소(최후방 수비수)’와 ‘아라(미드필더)’ 위치에서만 움직임을 익혀야 했다. 그 때문에 피보 포지션을 맡은 친구들은 막상 경기에 나가면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몰라 ‘멘붕’ 상태가 되곤 했다. 훈련 막바지에 연습경기라도 하면 좋을 텐데, 게임을 하지 못하니 골대 앞에서 골을 넣는 연습도 많이 부족했다. 골 결정력은 대회에 나갈 때마다 우리 팀의 최대 약점으로 느껴졌다.
팀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충원이 필요했다. 반년 사이 6명이 늘었다. 나는 휴식기를 거치면서도 한명 한명 충원됐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든든했다. 오랜만에 참가한 훈련에 총원이 8명이 돼 있으면 신이 났다. 인원이 많은 날엔 훈련 내용도 달라졌다. 피치 위에서 4명이 합을 맞추며 움직임 훈련을 할 수 있었고, 4 대 4로 게임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됐다’ 싶은 순간들이 한 번씩 찾아왔다. 그런데 문제는 ‘됐다’ 싶다가도 ‘아닌가?’ 하고 김이 새는 시간이 찾아왔다는 거다. 생각보다 자주.
첫번째 이유는 부상이었다. 내가 무릎 부상으로 훈련에 참석하지 못한 것처럼 올해는 우리 팀에 유독 부상으로 인한 휴식이 많았다. 유리 언니의 쇄골 골절, 혜린이의 무릎연골 수술. 피로 골절로 인한 긴 휴식을 마치고 곧 복귀할 수 있겠다 싶었던 유정이의 갑작스러운 발목 수술,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발목 인대를 다친 자연이까지. 줄줄이 부상자가 발생했다. 오랜 시간 발을 맞춰온 인원부터 새 멤버까지 부상으로 빠지게 되자 참석률은 다시 저조해졌다. 그래도 부상자는 잘 회복한 뒤 돌아오면 되니 괜찮았다. 통증의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복귀와 휴식을 반복하던 내가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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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대 5 경기를 할 수 있을 만큼 팀원들이 많이 나왔던 날. 팀원들이 감독의 말을 듣고 있고, 골키퍼 2명은 따로 골키퍼 코치와 함께 있었다.
두번째 이유는 저조한 출석률. 반년 사이 팀 인원은 거의 두배로 늘었지만, 참석률은 절반 정도였다. 부상자 제외하고 현생의 일로 우선순위가 밀려 훈련에 불참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단체대화방 참석·불참 투표 때부터 예견된 결과였다. 신입 회원의 경우엔 입단 초기에 자주 만나 얼굴을 트고 발도 맞춰야 팀에 녹아들기가 쉬울 터인데 자주 나오지 않으니 만남 초반의 어색함이 계속됐다.
올해 자주 자리를 비웠던 나조차 기대(‘완성도 높은 팀이 됐다’)와 실망(‘아닌가?’) 사이에서 부침을 느끼고 있었는데, 주장인 은비의 고민은 꽤 오래 이어져 온 듯했다. “인원이 늘었는데 참석자 수는 거의 그대로니까 김이 팍 새요. 대회 때도 마찬가지고요. 지난 8월 철원컵 대회 때도 처음에 다 된다고 해서 참가 신청했던 건데 결국 원래 팀원은 4명밖에 못 나가고. 저는 우리가 같이 훈련한 만큼 알레그리아에프에스라는 팀으로 결과를 만들고 싶거든요.”
팀으로서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것. 그게 뭘까? 유명한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의 명언을 떠올려 본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지금의 나로서는 퍼거슨 감독을 만날 수만 있다면 ‘팀보다 위대한 선수. 그거 있는 거 같던데요? 감독님’하고 묻게 될 것 같다. 우리가 발맞추며 해온 플레이보다 외부에서 영입한 선수 한두명의 번뜩이는 플레이가 결과를 만들었을 때를 떠올려 보면 그렇다. 그런데, 그렇게 결과를 내고 나면 잠깐의 기쁨 뒤에 몰려오는 찜찜함을 지울 수 없다. ‘우리가 지금까지 훈련해 온 건 뭐지’라는 생각이 저절로 따라오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줄이려면 결국 팀으로서 더 성장해야 한다. 한두명에 의존하는 플레이가 아닌, 섬세하고 탄탄한 팀플레이로 결과를 만드는 경험을 늘려야 한다.
우리 팀은 ‘즐풋(즐겁게 풋살한다)’에만 머무르려고 하는 팀이 아니다. 이기고 싶고, 부딪치고 깨져도 좋으니 결과를 내고 싶고, 사라진 여자풋살 에프케이(FK)리그가 부활하면 출전하고 싶다. 그렇기에 훈련에 참석하는 일이 선택이 아닌 필수인 팀에 가깝다. 개개인의 부족함을 보완할 방법은 팀플레이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뿐이다. 그렇게 함께 집중하고 달려서 팀으로서 만든 결과를 두고 ‘오 정말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군요, 퍼거슨 경!’하고 공감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 (그러니 제발 훈련에 참석합시다!)
글·사진 장은선 다큐멘터리 감독
온라인 매체 ‘닷페이스’에서 사회적 이슈를 담은 숏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현재는 영상 제작사 ‘두마땐필름’을 운영한다. 3년 전 풋살을 시작한 뒤로 인스타그램 @futsallog에 풋살 성장기를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