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니아 마타르의 새로운 시선
[매거진 Esc] 인터넷 사진여행
http://www.raniamatar.com
좋은 사진을 많이 보는 것이 좋은 사진을 찍는 첫걸음이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사진집 사기에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고 전시회를 찾는 것은 익숙하지 않다. 그럴 때 인터넷 갤러리가 유용하다. 물론 전시회의 감동이나 사진집을 손에 쥐었을 때의 뿌듯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아쉬운 대로 눈요기는 충분할 것이다.
라니아 마타르(Rania Matar). 레바논 출신으로 43살의 여성사진가의 홈페이지다. 내년 초까지 쉴 새 없이 이어진 전시일정을 보면 요즘 활동이 왕성한 사진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로 중동지역의 여성과 어린이들이 사진의 주제이지만 우리가 많이 보아오던 그 지역 사진들과는 다르다. 분쟁 지역의 유혈이 낭자한 사진이 아니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이 담겨 있다. 폐허 속에서 사람을 찾는 그녀의 시선은 세심하다.
그녀는 사진이 취미인 건축가였다. 물론 취미라고 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초보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지난 9월 인터뷰에서 “건축을 하면서 파인 아트나 인물을 취미로 찍어 왔다. 하지만 2002년 팔레스타인 수용소를 방문하고 다시는 건축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그녀는 잊혀진 전쟁의 상흔과 잘못 알려진 그 속의 삶을 기록해 왔다. ‘더 베일’(The Veil)이란 작업은 아랍 여성들이 머리에 쓰는 천이 서방 세계에서 알고 있듯 단순히 여성 탄압의 의미만 있지 않다는 걸 알림으로써 여러 권위 있는 상을 받았다. 전체 구성은 단순하게 만들어져 첫 화면에서 모든 내용을 찾아 들어갈 수 있다.
글 박승화 <한겨레21> 사진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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