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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라인·아기 피부 비밀 ‘뽀샵’ 안에 있소이다

등록 2009-06-17 20:50수정 2009-06-18 10:02

S라인·아기 피부 비밀 ‘뽀샵’ 안에 있소이다
S라인·아기 피부 비밀 ‘뽀샵’ 안에 있소이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광고 사진에서 미니 홈피 셀카까지 포토샵의 모든 것
“따르릉” 호준연(18·서울 성동구 왕십리동)씨는 지난달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얼짱시대-꽃미남 꽃미녀 인증쇼’(코미디티브이)에 출연해 달라는 연락이었다. 정씨가 티브이 출연을 위해 한 것이라고는 자신의 사진을 곱게 ‘포샵’해서 미니홈피에 올린 것이 전부다. 그 얼굴(사진) 때문에 미니홈피 방문자 수가 수천명씩 늘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서 방송 출연에 이르렀다.

지난 4월, 3집을 낸 가수 윤하는 인터넷에 공개된 화보 사진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사진 속 얼굴이 너무 예뻐서 성형 논란에 휩싸였지만 그 사진은 포토샵을 거친 보정 사진이었다. 그런가 하면 최근 인기 급상승하고 있는 배우 한효주도 한때 “포토샵 사진으로 모델 선발대회에 응모”했다고 밝혔다. ‘눈뜨고 나니 유명해’질 수 있는 기회를 ‘포샵’이 제공한 것이다.

피디에이 동호회 사이트 clien.net 회원들이 ‘포샵 댓글놀이’ 한 사진을 사이트에 올렸다. 왼쪽의 남성이 오른쪽 연인을 없애달라고 글을 올리자, 재미있는 ‘포샵 댓글놀이’가 시작되었다.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포샵’은 포토샵(Photoshop)의 준말로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어도비시스템스사에서 개발한 사진·그래픽 편집프로그램이다. 디지털카메라가 사람들 사이에서 급속하게 퍼지면서 누구나 쉽게 사진을 찍고 포토샵을 통해 수정, 변형이 가능해지면서 ‘포샵’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얼굴이 온통 점투성이인 사람도, 주름이 자글자글한 아줌마도 포토샵을 거치면 몇 분 안에 반들반들하고 윤기 나는 피부를 가진 고전 미인 양귀비로 변신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한 대기업에서는 입사원서 공고문에 아예 ‘포토샵을 한 사진은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몸을 통째로 교체한 최고 광고모델

연예인을 꿈꾸는 청소년들만 ‘포샵’을 하는 것은 아니다. 졸업사진, 웨딩사진, 광고사진 등, 동네 사진관조차 명함판 사진에 간단한 포토샵 작업을 한다.

일반인들이 재미삼아 하는 ‘포샵’이 광고 사진으로 넘어오면 그저 재미로 끝나지 않는다.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포샵’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광고사진 전반에 걸쳐 이루어지는 ‘포샵’은 일명 ‘리터칭한다’고 말한다. 광고사진의 90%가 이 리터칭 작업을 한다.


비주얼 커뮤니케이션회사 ‘커맨드’를 운영하는 김진호(45) 실장은 “광고주가 요구하는 사항을 사진가와 협의해서 이미지 작업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이 작업에는 사진 합성도 포함된다. 외국 풍경사진과 모델을 따로 찍어 절묘하게 합성하거나 폭풍우 치는 해안도로와 자동차를 한 사진 안에 넣기도 한다.

모델을 내세우는 광고사진에서 ‘리터칭’은 중요하다. 김 실장은 “다리는 기본으로 늘인다. 팔뚝, 허리는 가늘게 줄이고 점과 주름도 없앤다. 머리카락은 윤기 나게, 치아는 미백을 하듯 하얗게 한”다고 말한다.

신체 비율을 8등신에서 10등신으로 만들기 위해 실제 모델의 키를 약 10% 정도 늘인다. 살짝 늘인 키는 언뜻 실제 인물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더 매력적인 신체로 바꾸어 놓는다. 여성 모델의 경우 힙은 더 탱탱하게, 가슴은 더 빵빵하게 만들어서 완벽한 에스라인을 만든다. 남성 모델은 근육을 더 도드라지게 만들어 누가 봐도 매력적인 ‘섹시 가이’로 변신시킨다. 이렇다 보니 광고계에서도 심심치 않게 연예인 ‘뒷담화’가 흘러나온다. 몇 년 전 한 유명 전자회사 시이오가 자사 광고사진을 보고 모델의 신체가 너무 볼륨이 없다고 불평을 하자, ‘가슴 크고 힙 빵빵한’ 우크라이나 출신 외국 모델의 몸과 합성한 일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 가수는 눈가의 잔주름이 너무 많아서 전문가들의 땀깨나 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최고 인기 있는 연예인은 피부가 너무 맑아서 거의 “손댈 곳이 없는” 배우다. 선행으로 유명한 배우 A씨와 유난히 작은 얼굴로 시에프에서도 맹활약중인 영화배우 B씨가 대표적이다.

김진호 실장은 작업이 잘된 사진은 “솜털이 잘 살아 있고 리터칭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자연스러운 모습”이어야 하고 “마치 마네킹처럼 보이거나 실물과 달라 보이는 것”은 실패작이라고 말한다. 최고의 전문가들은 사진 한 컷당 200만~500만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고 효과만을 위해 리터칭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사진은 찍는 순간 아르지비(RGB) 상태로 저장되는데 이 데이터가 종이 인쇄로 넘어갈 때는 시엠와이케이(CMYK) 상태로 변환된다. 아르지비로 표현된 색감이 시엠와이케이 상태로 가면 달라진다. 리터칭이 필요하다.

필름 시대에는 리터칭이 전혀 없었느냐, 그것은 아니다. 인물사진에는 곧잘 쓰였다. 우리나라 최고의 인상사진 전문가로 알려진 김헌(65)씨는 리터칭은 재창조 작업이라고 말한다. 그는 코닥사에서 생산하는 사진용 염료를 붓에 발라 필름에 칠했다고 한다. 바늘보다 더 뾰족한 연필로는 미세한 흉터나 점 등을 지웠다. 완성된 사진 위에 다시 붓과 연필을 이용해서 리터칭을 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수정이 아니라 조작이다’라는 비판도 심심치 않다. 세계적인 패션사진가 피터 린드버그는 최근 <엘르> 표지에 리터칭하지 않은 자신의 사진을 실어 포토샵의 위험을 경고했다. 각종 공모전이나 사진대회에서도 포토샵을 이용한 조작이 자주 구설에 오른다. 최근 발표한 제28회 대한민국사진대전에서는 대상 수상작 ‘정담’이 포토샵을 했다는 의혹을 사서 네티즌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포샵’은 여전히 재미있는 일상의 놀이다. 정신과 의사 하지현씨는 “자신의 모습이 더 예쁘게 보이도록 하는 것은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이라며 “수상이나 판매 등 다른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니라면 윤리적 비판을 받을 이유는 없다”고 말한다.

포복절도 포샵 댓글놀이

최근 포토샵이 주는 재미가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포샵 댓글놀이’다. 한 동호회 사이트(clien.net)에서는 네티즌이 올린 사진 뒤로 포토샵을 한 여러 장의 사진이 댓글처럼 올라가 웃음을 자아냈다. 아이디 아이루(あいる)님이 ‘차만 오려서 이쁜 배경 만들어주세요’라는 글과 함께 자동차 사진을 올리자 회원들은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재미있는 사진을 이어 붙였다.

0과 1의 세상, 디지털 시대에 ‘포샵’은 지루할 수 있는 일상을 붉고 파란색으로 칠해주는 마술 지팡이다. 생활의 기쁨을 채워줄 ‘툴’(도구)을 여러 개 가지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포샵’도 그중 하나다.

글 박미향 기자 mh@hani.co.kr·사진 김진호(<커맨드> 대표), clien.net

디자인 이상호 기자 silver3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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