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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채널 tvN

등록 2009-09-02 21:02수정 2009-09-04 14:57

문제적 채널 tvN
문제적 채널 tvN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막장 케이블 대명사에서 앞서가는 오락 채널로
웃음도 눈물도 이곳에서는 재미로 통한다
“결혼은 하셨습니까?” 통합신당(현 민주당)의 김재윤 의원은 이 말로 심문을 시작했다. 한 손에는 비키니 차림 여성들의 사진 패널을 든 채다. “지켜봐 주시면 개선하겠습니다.” 대답한 이는 케이블 방송사 티브이엔(tvN)의 송창의 대표. 케이블 방송의 선정성과 프로그램 조작 논란으로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의 증인으로 소환된 것이다. 이때가 2007년 10월18일. 티브이엔 개국 축하 쇼가 방영된 지 만 1년째 되는 날이었다. 이처럼 ‘막장 케이블’의 상징과도 같았던 채널 티브이엔이 독특한 감성으로 재무장하고 가족 오락채널로의 이미지 쇄신을 모색하고 있다.

케이블 채널 티브이엔이 심상치 않다. 7월부터 새롭게 시작한 코미디 프로그램 <재밌는 티브이 롤러코스터>(이하 ‘롤러코스터’)는 방송 3회 만에 1.5%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의 중심에 놓였다. 특히 남녀의 차이를 소개팅, 쇼핑, 목욕 등 일상을 통해 비교하는 코너 ‘남녀 탐구생활’은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높은 입소문의 반향을 낳고 있다. 과거의 코미디 트렌드였던 콩트 연작 포맷을 감각적인 연출 기법으로 일신하고, 거기에 인터넷 세대의 감성과 코드를 성공적으로 버무린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인터넷 세대 감성까지 포착

케이블 채널 티브엔 프로그램
케이블 채널 티브엔 프로그램
이외에도 독특한 성향의 일반인을 패널로 초대하는 토크쇼 <화성인 바이러스>나 과거 문화방송(MBC)의 히트 시트콤이었던 <세 친구>의 느슨한 속편 <세 남자 2009> 등도 매회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일찍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던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와 토크 프로그램 <택시>, 뉴미디어 대상을 받은 다큐멘터리 <월드 스페셜 러브>도 여전히 순항중이다. 선정성 논란과 조작 논란의 한가운데에 있었던 <리얼스토리 묘>는 자극적인 소재에서 탈피하여 시청 등급을 15살로 낮추었다. 최근 프로그램 개편과 함께 ‘지상파와 경쟁하겠다’는 호언대로 티브이엔은 케이블 자체 제작 프로그램들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속속 지워 나가는 중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케이블 채널이란 공중파 프로그램의 재방송 채널이나 다름없었다.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 보면 <무한도전>이나 <개그콘서트>, <진실게임>을 하룻밤에 서너 편은 너끈히 볼 수 있었다. 케이블 연예 채널들로서는 자체 제작 콘텐츠가 부족해 공중파 프로그램의 재전송으로 편성표를 메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케이블 콘텐츠의 내용물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2006년 무렵이었다. 하지만 지상파의 제작 규모를 쫓아갈 수 없는 케이블 방송사들이 이 무렵 선택할 수 있는 노선은 대략 두 가지였다. 저예산으로도 제작 가능한 리얼리티 쇼나 지상파에서는 다루기 힘든 소재인 섹스를 부각시키는 것. 온스타일의 <아이앰어모델>, 동아티브이의 <스타메이커>, 오시엔의 <가족연애사>, 슈퍼액션의 <시리즈 다세포소녀> 등 2006년까지 제작된 케이블 자체 제작 프로그램의 면면이 이를 대변한다.


리얼리티 쇼와 19금 드라마로 자체 콘텐츠 제작에 발을 내딛기 시작한 케이블 업계는 2006년 가을 티브이엔의 개국과 함께 전환기를 맞았다. 드라마(<하이에나>)는 물론 지상파에서나 볼 수 있었던 르포르타주 프로그램(<리얼스토리 묘>), 페이크 다큐멘터리(<독고영재의 스캔들>), 연예 보도(〈E뉴스〉), 리얼 버라이어티(<티브이엔젤스>) 등 다양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케이블에 수혈되었다. 티브이엔의 다양한 시도는 곧 경쟁 채널들에도 자극으로 이어졌고 스토리온의 <이 남자를 고발합니다>나 <박철 쇼>, 코미디티브이의 <조민기의 데미지> 등 다양한 형태의 케이블 자체 제작 콘텐츠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자체 제작 붐에 처음 돌아온 반응은 선정성과 조작 논란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놓인 방송사가 다름 아닌 티브이엔. 비키니 차림의 여성들이 게임을 진행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티브이엔젤스>는 선정적인 춤동작과 과도한 노출을 이유로 방송위원회로부터 수차례 제재를 받았다. 방송되는 내용이 조작된 것임을 충분히 알리지 않은 페이크 다큐멘터리 <독고영재의 스캔들>과 지하철 성추행의 실태 취재를 조작하여 방영한 <리얼스토리 묘> 역시 논란에 휩싸였다. 다큐 드라마라는 새로운 기법을 통해 20~30대 여성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던 <막돼먹은 영애씨>나 시한부 환자의 삶과 그 가족의 이야기를 조명한 휴먼 다큐멘터리 <소풍> 등 티브이엔의 유의미한 시도들은 거센 논란의 틈새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고 오히려 ‘두 얼굴의 채널’이라는 오명만을 더했다. 그리고 마침내 개국 1년 만에 방송사 대표가 국회 문광위에 증인으로 소환되기에 이르렀다.

막장 케이블의 첨병, 두 얼굴의 방송사, 그리고 가족채널로의 변신. 지난 3년간 티브이엔을 규정짓는 말들의 내용은 점차 달라졌지만 사실 자체 제작 프로그램들에서 보여준 그들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바로 언제나 티브이엔은 ‘새로움’과 ‘재미’라는 가치만을 지상과제로 삼고 맹렬히 매진해 왔다는 점이다.

이것은 티브이엔의 숱한 연예오락 콘텐츠뿐만 아니라 한국방송 1채널에 편성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소풍>이나 <에어포트>, <월드 스페셜 러브> 등 교양 프로그램에 가까운 프로그램에 대한 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재미’라는 말을 너무 협소하게 해석한다. 눈물이나 안타까움도 모두 재미의 영역에 포함될 수 있다. <차마고도> 같은 다큐멘터리를 보라. 얼마나 재미있는가”라는 티브이엔 송창의 대표의 말이 이를 대변한다. 이처럼 재미와 새로운 것에 대한 티브이엔의 극단적인 추구는 <티브이엔젤스>, <스캔들>, <엑소시스트> 등 논란의 프로그램들을 통해 곧바로 비난의 화살을 받기도 했다. 아무리 케이블이라 할지라도 시청자들에게 ‘방송은 공공재’라는 인식의 뿌리가 깊다는 사실을 간과한 탓이다.

오락도 교양도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

가족 오락 채널이라는 티브이엔의 노선 변경도 결국 재미라는 키워드에서 나왔다. 송 대표 역시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인 프로그램이 아니라, <택시>나 <막돼먹은 영애씨> 같은 프로그램을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하더라. 그렇다면 우리가 가야 할 길도 그런 프로그램을 더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노선 변경을 통해 티브이엔은 최근 광고 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케이블 방송사로서는 유일하게 경영 계획을 초과 달성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끊임없는 논란과 비난에도 아랑곳없이 더욱 자극적인 콘텐츠가 재생산되고 있는 케이블 환경에서, 시나브로 이루어지고 있는 티브이엔의 변화상을 주목해야 한다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다시 보는 개국 1년차 티브이엔의 흑역사

⊙ 2006.10.26 개국 첫째 주. <리얼스토리 묘> | ‘은밀한 세계 룸살롱’ 편으로, <라이크 어 버진>은 속칭 ‘귀족녀’를 출연시켰다는 이유로 해당 프로그램 중지 제재를 받았다.

⊙ 2007.3.7 <시크릿 파티> | 여성 관객이 남성 출연자의 유두에 키스하는 모습을 선정적으로 묘사하고, 남녀 파트너를 차지하기 위해 카지노 칩을 사용하는 등 건전한 생활기풍을 저해.

⊙ 2007.5.2 <리얼스토리 묘> | ‘러시아 윤락녀 성매매’ 편에서 관련 서비스 및 가격 정보를 상세히 소개. 〈E뉴스〉는 ‘베드신을 분석하라’는 주제로 ‘베드신 별별장소’ ‘베드신 진기명기 베스트 5’ 등 자극적 소재를 방송.

⊙ 2007.9.18 <리얼스토리 묘> | ‘성추행범의 실태’ 편에서 재연배우를 촬영한 화면을 ‘현장기록’이라는 자막과 함께 방송. ‘시청자 사과 및 프로그램 관계자 징계’ 조처.

⊙ 2007.10.16 <위험한 동영상 사인>, <독고영재의 스캔들> | 다큐멘터리 기법을 차용해 실제 상황인 것으로 오인하게 했다는 이유로 ‘시청자 사과’, ‘해당 프로그램의 중지’, ‘해당 프로그램 관계자에 대한 징계’ 등 3종 중징계 처분.

⊙ 2007.11.22 | 방송심의 규정 중 같은 조항을 5차례 위반하여 등록취소 위기. 3000만원의 고액 과징금 부과 및 엄중 경고 처분.

글 조민준 객원기자 zilch321@empal.com

사진제공 씨제이미디어·표지디자인 이상호 기자 silver3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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