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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가 뽑은 올해의 ‘빵꾸똥꾸’

등록 2009-12-30 23:05수정 2009-12-31 09:50

esc가 뽑은 올해의 ‘빵꾸똥꾸’
esc가 뽑은 올해의 ‘빵꾸똥꾸’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미워했지만 외면할 수 없었고,
사랑했지만 곁에 둘 수 없었던
2009년 애증의 열쇳말들
사랑해서 미워하고, 좋아해서 갖고 싶고, 그렇지만 미운 건 어쩔 수 없고, 그래도 어떻게든 옆에 두지 않으면 안 되는, ‘애증’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이 복잡다단한 감정을 정의할 만한 적당한 말을 드디어 찾았다. ‘빵꾸똥꾸’다. 문화방송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의 해리는 사람들을 ‘친구’ 아니면 ‘빵꾸똥꾸’로 분류한다. 이름 모를 학교 친구들이 ‘친구’에 들어가긴 하는 것 같지만, 해리와 실질적인 인간관계의 범위에 있는 이들은 모조리 ‘빵꾸똥꾸’에 속한다. 해리와 대표적인 빵꾸똥꾸 신애의 관계를 보자. 해리는 신애를 싫어한다. 신애가 먹는 것을 다 빼앗는다. 그런데 신애가 없으면 심심하다. 가끔은 그립기도 하다. 신애가 없으면 안 된다. 그렇다고 신애에게 잘해주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빵꾸똥꾸를 그저 철없는 해리만의 분류법이라고 넘겼는데, 회가 지나면 지날수록 그 의미를 곱씹게 된다. 세상 모든 관계는 결국 빵꾸똥꾸로 귀결되며, 모두에게는 각자의 빵꾸똥꾸가 있다는 것. 그래서 esc는 올 한 해를 이렇게 정리해 보기로 했다. “올해의 빵꾸똥꾸는?”

⊙ 1위 | 노무현 전 대통령

“대통령 할아버지, 진짜 빵꾸똥꾸야….”

그렇게 열심히 사랑했고, 사랑한 만큼 미워했던 사람이 또 있을까. 노 전 대통령과 함께했던 7년여의 시간 동안 노 전 대통령과 국민은 쉴 새 없이 서로를 사랑하고 미워했다. 서로에 대한 사랑과 미움, 기대와 의심, 믿음과 분노가 마구 뒤엉켜 있던 어느 봄날 그는 말없이 훌쩍 떠났다. 노 전 대통령은 국민의 가슴에 커다란 ‘빵꾸’를 남기고 떠난, 말 그대로 올해의 빵꾸똥꾸다.

⊙ 2위 | 킬힐과 키높이 구두

“키 작은 빵꾸똥꾸들아, 그런다고 진짜 커 보일 거 같니? 꾸질꾸질 신신애 너도 키높이 신었지?”

2009년은 발의 수난시대였다. 아무도 모르게 높이고 싶었지만, 이제 모두가 다 알아버린 키 크는 마술, 킬힐과 키높이. 160㎝ 이하의 언니들은 12㎝ 굽의 킬힐을 신고 자존감을 높였고 키 170㎝ 언저리의 오빠들은 굽 5㎝의 키높이 구두를 신고 자존심을 세웠다. 이 자존감과 자존심을 한 방에 무너뜨린 ‘루저’ 발언. 루저 발언은 남자들을 향해 발사됐으나 12㎝ 킬힐 위에서 발목과 허리 부상에 시달리는 여성들도 피해갈 수 없었다.


esc가 뽑은 올해의 ‘빵꾸똥꾸’
esc가 뽑은 올해의 ‘빵꾸똥꾸’

⊙ 3위 | 아이폰

“똑똑한 척하는 빵꾸똥꾸, 근데 알고 보면 제일 멍청이인 거 아니? 그래도 그거 다 내 거야!”

‘온다, 안 온다’ 말이 많았던 아이폰이 지난 11월 드디어 상륙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이폰은 우리의 ‘친구’였다. 너도나도 아이폰을 예약했다. 그런데 개통과 함께 시작된 각종 문제와 기기를 둘러싼 온갖 불만이 폭발하면서 아이폰은 ‘가까이하기엔 너무 피곤한 당신’ 처지가 됐다. 문제는 마음을 접었다가도 가진 자들의 자랑이 5분 이상 이어지면 또 갖고 싶어진다는 거.

⊙ 4위 | 광화문 광장

“광화문 광장이 뭐야? 아, 그 넓은데 할 건 없는 빵꾸똥꾸? 아빠, 사진이나 좀 찍어.”

높으신 분들의 ‘광장 놀이’는 청계천과 서울 광장으로도 부족했나 보다. 멀쩡한 광화문에 광장을 만들겠다는 애초의 발상부터 난감했다. 광화문 광장이라고 만들어놓고 한가운데를 꽃동산으로 꾸미더니 번쩍이는 세종대왕 동상도 세웠다. 스노보드 슬로프도 참 볼만했다. 광화문 광장만 보면 가슴이 답답한데, 그 답답한 가슴을 안고 또 광화문 광장에 가서 사진을 찍고 있는 나는 뭐냐고요.

⊙ 5위 | 장동건-고소영 커플

“1등으로 잘생긴 빵꾸똥꾸랑 1등으로 예쁜 빵꾸똥꾸랑 연애하는 더러운 세상!”

충격과 혼돈, 그 자체였다. 장동건과 고소영이라니. 이들의 열애설이 뜨고 이어 공식 커플 기사가 떴을 때 19살 이상 40살 이하 성인 남녀라면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을 거다. “진짜? 말도 안 돼. 어쩜, 그게 사실이야? 믿을 수 없어. 부러워 죽겠잖아. 그래, 잘생기고 예쁜 애들끼리만 사귄다 이거냐. 그래도 둘이 서로 좋다는데, 어쩌겠어. 축, 축, 축하… 아니, 지켜보겠습니다!”

문화방송 제공, 연합뉴스
문화방송 제공, 연합뉴스

5위 안에 들지 못했지만 ‘올해의 빵꾸똥꾸’가 되기에 충분했던 순위 밖 후보들도 있다. 먼저, 문화방송 드라마 <선덕여왕>의 미실.(왼쪽사진) 악역이 분명한데도 미실에게 자꾸만 끌리는 이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김연아발 트위터 열풍도 빼놓을 수 없는 빵꾸똥꾸다. 잘나가는 사람은 모두 한다고 해서 시작은 했는데 어쩐지 지루하고 외롭다. 그렇다고 계정을 지우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프로야구가 그 어느 해보다 뜨겁게 전개됐던 올해, 에스케이 김성근 감독(오른쪽)은 야구계의 빵꾸똥꾸였다. 그의 승부욕과 집념은 대단했다. 잘했고 열심히 했고 이길 만했다. 그런데 얄미운 걸 어떻게 해. 한 반에 한 명씩은 꼭 있는 얄미운 1등, 김성근 감독이다. 연애하는 연예인 잡아내는 파파라치 연예사진은 클릭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빵꾸똥꾸다. 이런 거 보면 나쁜 어린이인 거 아는데 클릭질을 멈출 수가 없다. 마지막 빵꾸똥꾸는, esc다. 쓰고 또 써도 계속 돌아오는 마감과 재미있는 아이템 찾느라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미워 죽겠다가도, 신문이 나오면 또 다음주 기사를 잘 쓰고 싶어서 이리 뛰고 저리 뛴다.

올해의 빵꾸똥꾸를 정리하다가 묘한 쾌감을 느꼈다. 마음 한구석에 일년 동안 쌓아놓은 사랑과 미움을 함께 털어놓아서일까. 그래, 가끔은 하늘을 보고 이렇게 외치자. “야, 이 빵꾸똥꾸야!”

글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표지디자인 이상호 기자 silver3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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