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아저씨의 대중문화 분투기
일부 누리꾼들이 집요하게 제기한 가수 타블로의 스탠퍼드대학 졸업 논란은 1일 방송된 문화방송 <엠비시스페셜>의 ‘타블로, 스탠퍼드 가다’로 일단락되는 듯하다.
나는 이번 타블로 사태의 뿌리에 두가지가 있다고 본다. 한쪽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끝없는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면, 다른 한쪽은 고학력 연예인에 대한 대중들의 선망과 질시라는 복잡한 감정이 맞닿아 있는 듯하다.
종교적 경지에까지 이른 한국의 학벌숭상은 연예계까지 영역을 넓힌 지 오래다. 타블로는 물론 김태희, 개그맨 서경석·이윤석 등 이른바 명문대 출신 연예인은 대중들의 관심을 단박에 얻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는 일부 연예기획사의 학벌 마케팅, 방송과 일부 인터넷 매체의 황색저널리즘도 크게 작용한 게 사실이다.
문제는 실력이다. 간판에 걸맞은 실력을 보여주지 못할 때 간판은 오히려 독약이 될 수 있다. 김태희는 추석 명절 때 개봉된 영화 <그랑프리>에서 연기력 논란을 불식시키지 못한 채 세번째 영화 흥행에 실패를 기록했다. 타블로도 어느 시점에서 스탠퍼드대 졸업이라는 간판을 포기하는 홍보 전략을 펼쳤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간판을 병역 연기의 수단으로 이용할 때 대중들의 반감은 더욱 커진다. 주식 먹튀 논란에 휘말린 가수 비(정지훈)는 최근 대학원 재학중을 이유로 입대일자 연기를 신청해 병무청의 허가를 얻기까지 했다. 진짜 공부를 위한 것이라면 문제는 다르지만 그럴 개연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서태지와 보아 등 대학 문턱도 가지 않았지만 재능을 꽃피운 연예인은 얼마든지 있다. 얼마 전 보아가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내용을 보면 의미심장하다.
“사실 내 직업(가수)이 학벌을 중요시하지는 않는다. 학벌보다는 사람의 감성이나 능력을 중요시한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도 못 가고 검정고시 끝냈는데 대학 가봤자 출석도 안 되고 유령학생이 될 게 뻔하지 않나? 그런 공부는 의미가 없다. 나중에 여유가 되고 시간이 주어진다면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
김도형 문화부문 편집장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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