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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새 서비스
디지털 콘텐츠 장터
카카오페이지
작가 지망생들에게 새판 예스24 이북 베스트셀러
100권 중 17권 개인저작물
기존 문단에서 찬밥 대접
장르문학 작가에도 기회 스마트폰에 작가의 꿈이 피었다. 지난 4월9일 열린 카카오페이지에선 신인 작가 데뷔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카카오페이지는 스마트폰 메신저 카카오톡에서 만든 디지털 콘텐츠 장터다. 콘텐츠 유료화를 노리는 카카오페이지는 요리, 취미, 에세이, 잡지 등 1만여개의 전자콘텐츠를 내놓았다. 작가들은 작품마다 500~1000원 정도로 독자에게 직접 글값을 받게 된다. 소설가 정이현, 만화가 허영만 등 몇몇 유명 작가의 글도 있지만, 카카오 쪽은 “결국엔 누구나 자신의 글·사진을 올리고 돈을 받는 저자가 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아마추어 작가들에게도 콘텐츠 사고팔기 시장이 열린다는 것이다. 온라인 도서판매 사이트 ‘예스24’가 집계해보니 지난해 상반기 이북(전자책) 베스트셀러 100권 중 17권이 개인출판물이었다. 마케팅과 만듦새가 중요한 오프라인 시장에서는 얻기 어려운 결과다. 그중에서도 지금 막 날갯짓을 시작한 스마트폰용 전자책은 1군에 등판하지 못한 2군 작가들에게 기회의 땅이다. 그 수혜자가 작가 지망생만이 아닐 수도 있다. 패션·뷰티·요리·전자제품 등에 대해서 남보다 앞선 사용기를 올리던 블로거들이 1인 매체로 성장한 역사를 돌아보면, 지금 첫발을 뗀 전자 이야기 시장은 아마추어 작가가 오르기에 좋은 무대다. 앞서 서비스를 시작한 스마트폰 전자책 ‘앱북’도 지금까지는 주로 기성 작가나 이미 나왔던 종이책이 2차 수익을 올리기 위한 재활용 장터였지만 이제 새로운 작가를 키우는 토양으로 넓어지고 있다.
김무준(25) 작가는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 2008년 말부터 2009년 초까지 꼬박 8개월을 매달려 완성한 소설을 출판사 30곳에 보냈지만 어떤 곳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나마 얼굴을 마주한 출판 관계자에게는 “등단도 안 한 소설가, 학력도 없고 수상 이력도 없는 글쟁이의 책을 내주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3월 자신의 책을 앱북으로 만들어 아이폰 앱스토어나 구글 스토어에 올렸다. 1군과 2군의 갈림길에 선 1.5군 투수의 이야기는 스마트폰으로만 볼 수 있는 모바일 소설로 나왔다. “9회말 2아웃 주자 만루, 투 스리 풀 카운트에서” 그가 던진 건 볼일까, 스트라이크일까. 주변을 돌아보니 작가의 문턱에서 돌아서는 사람이 여럿 됐다. 그들과 함께 ‘인디작가리그’라는 동인을 만들었다. ‘인작리’라는 이름의 애플리케이션(앱)은 앞으로 매달 인디작가리그 동인들이 책을 낼 때마다 하나씩 앱 시장에 올라갈 예정이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이 앱을 내려받으면 책 1권을 0.99달러에 사는 셈이다. “문예지나 큰 출판사를 기반으로 하는 지금의 문학장에 꼭 등단해야 작가가 될 수 있는 걸까요? 1900년대 동인문학처럼 저 같은 사람들이 모여 등단의 벽을 넘을 수는 없을까 생각했습니다.” 김 작가의 앱북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스스로가 비주류 글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10명 정도 모였다. 시·소설·평론 등 분야도 다양하다. 문학평론은 문예지에 실린다지만 게임·만화·애니메이션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생각을 발표할 지면이 없다. 동인지 ‘인작리 앱북’은 여러 분야 작가들을 응원하는 방편이라 하겠다.
애플리케이션 책을 내는 전자책 출판사 ‘안북’ 대표이면서 자신의 책도 전자책으로 출판해온 시인 안근찬씨는 “기존 등단제도를 두고 소수만을 위한 문화라는 점에서 협소하다는 비판도 많았다. 지금 젊은 세대는 등단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듯하다. 전자출판협회에서 하는 강의를 보면, 수강생들 대부분이 등단하지 않고 내 작품을 전자책으로 출판하겠다는 작가들”이라고 전했다. 젊은 세대들은 등단을 하지 않으면 종이책을 낼 수 없다는 딜레마를 온라인에서 해결하려 한다. 안씨는 “문단에서 인정하는 작품을 내야 작가가 될 수 있다는 발상이 문학의 다양성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며 “등단 대신 전자책 출판을 택하는 흐름은 앞으로 점점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주호(필명·28) 작가는 2011년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주최한 좀비문학공모전에서 단편으로 당선됐다. 황 작가는 지금까지 단편 공포물을 써왔다. 5월 둘째 주쯤 카카오페이지에 오를 <미궁>이 그의 첫 장편이 될 것이다. 그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온전한 의미에서 장편이라 하기에는 부족하다. 완성도 있는 장편을 출간해야 하지 않을까”라면서도 “제가 좋아하는 재미있는 글을 계속 쓸 수 있다는 것이 좋다”고 했다. <미궁>은 암벽등반을 하는 주인공이 우연히 납치 사건을 목격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임태운(27) 작가는 2007년 첫 책을 냈지만 지난해까지도 격투전문지 기자로 일하면서 겸업작가로 글을 써왔다.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할 에스에프(SF) 판타지물 <듀팡시아>는 처음으로 그가 자신의 생계를 기대하며 쓰는 작품이다.
독자 입장에서는 어떨까. 만화 쪽에서는 많은 아마추어 작가들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팬을 얻고 수익을 올려왔다. 만화를 잘 그리지 못하는 작가들도 사진과 만화가 결합한 포토툰이라거나 소소한 이야기를 담은 짧은 만화 일상툰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통해 등단했다. 새로운 매체를 통해 새로운 형식을 수혈받고 독자들과 공감대를 넓히는 일이 소설에서도 일어날까?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연재되는 모바일 책들은 대부분 사진이 페이지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미궁> 등 신인 작가들의 작품을 카카오페이지에 올리는 ‘케이(K)스토리’ 연재물은 소설에 동영상과 일러스트, 배경음악까지 곁들여질 예정이다. 1000장 분량의 원고를 8~10회로 나눠 연재할 예정인 임태운 작가는 “웹툰도 스토리보다 일상툰이 유력한 마당에 글 쓰는 작가들은 짬을 내어 핸드폰으로 잠깐씩 짧게 읽는 독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매회 재미와 반전을 곁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황주호 작가는 500장 분량으로 소설을 썼지만 8회로 나눠 연재한다는 소식에 “매회 다음 호로 이끄는 떡밥을 추가하면서 다시 썼다”고 했다. 김무준 작가도 자신의 소설에서 “인물 묘사를 생략하다시피 하거나 인물 이름을 등장시키지 않으면서 사건 서술 위주의 묘사를 해보았다. 앱북으로 출판하면서 표현 실험 정도는 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종이를 벗어난 이야기는 표현에서도 새로움을 찾아 실험중이다.
글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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