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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빠르고 선명한 여행 추억의 기록

등록 2013-07-31 19:54수정 2013-08-01 10:03

언어의 벽을 넘는 비주얼 소통 덕분에 지구 반대편에서도 이곳의 사진을 순식간에 공유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사진은 란도의 이미지 형식에 핀터레스트 사용자들이 올린 사진을 합성한 세계적인 비주얼 소통 가상도.
언어의 벽을 넘는 비주얼 소통 덕분에 지구 반대편에서도 이곳의 사진을 순식간에 공유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사진은 란도의 이미지 형식에 핀터레스트 사용자들이 올린 사진을 합성한 세계적인 비주얼 소통 가상도.
[esc] 라이프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란도, 바인 등 140자 소통의 벽 깨는 이미지 SNS의 세계
다양한 디지털 효과 만드는 재미
인스타그램

리핀으로 추억을 재구성
핀터레스트

6초 동영상의 강렬한 이미지
바인

가수 존 레넌의 부인이자 행위예술가인 오노 요코는 오래전부터 세계인의 웃는 얼굴을 수집중이다. 수십년 전 쓴 글에서 그는 “언젠가는 전세계인의 웃는 얼굴이 담긴 영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사진을 우편으로 보내줄 것”을 부탁했다. 오노 요코의 수집에 가속도가 붙었다. <스마일 프로젝트>를 알리는 누리집 스마일필름(www.smilefilms.com)엔 인스타그램으로 보낸 2만2918개의 얼굴이 등록되어 있다. 오노 요코가 아니라 누구라도 지구 반대편의 인물이나 풍경 사진을 얻는 것이 어렵지 않다.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하는 이미지 소셜네트워크(SNS)가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인스타그램 갈무리.
누구나, 어디를 가나, 사진을 찍는다. 추억은 순간순간 저장된다. 사진작가 강제욱씨는 주로 인스타그램을 사용한다. 아이폰 기반의 사진 공유 에스엔에스인 인스타그램에는 매일 세계 각지에서 4000만장의 사진이 새로 올라온다. 처음 인스타그램의 인기는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선명하게, 혹은 빛바랜 것처럼 보이게 하는 다양한 디지털 효과 덕분이었다. 쉽게 사진을 보정하고 쉽게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거의 하루종일 스마트폰 셔터를 누른다”는 강씨가 지난 1년간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은 3948장. 강씨는 “사적인 이야기를 쓰지 않고 이미지만 보여줘도 된다는 점이 편하다. 에스엔에스는 내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보았는지, 일상을 통째로 적는 노트이면서 기억력의 한계를 돕는 장치”라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둘러보면 대부분 사진이 찍힌 장소나 시간을 알리는 짧은 글만 달려 있다.

에스엔에스는 여행의 풍경도 바꿔놓았다. 블로거들은 여행을 다녀와서 사진을 정리하며 글을 쓴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사용자들은 여행지에서 짧은 글과 사진을 올린다. 이미지 에스엔에스 사용자들은 사진을 찍어 바로 올리는 것으로 여행의 기록을 대신한다. 페이스북 이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에스엔에스인 핀터레스트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공유하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다. 핀터레스트에 사진을 올리는 것을 ‘핀’ 한다고 하는데 다른 사람이 올린 사진 중 마음에 드는 사진은 ‘리핀’을 눌러 내 보드에 저장한다.

핀터레스트 갈무리.
핀터레스트 갈무리.
핀터레스트에 접속해 보았다. 여행 게시판을 만들어 지난 라오스 여행 때 찍은 사진을 ‘핀’ 했다. 내가 찍은 사진은 몇장 안 되지만 다른 사람들이 라오스에서 찍은 사진을 ‘리핀’ 했더니 내 계정엔 원래 가지고 있던 라오스 사진들보다 몇배 화려한 라오스 앨범이 생겼다. 인스타그램은 실제 풍경에 디지털 효과를 주어 색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면 핀터레스트는 다른 사람들의 이미지를 내 추억에 보탤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인스타그램이나 핀터레스트 모두 자체 네트워크에 올리거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다른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와 연결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

디자인회사 더케이미디어 임호림 대표는 새로운 디자인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 여러 이미지 에스엔에스를 이용한다. 임씨의 핀터레스트를 열어보니 유명한 디자이너도 여럿이지만, 처음 들어보는 다른 나라의 디자이너들도 팔로잉하고 있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글이 중심이 되고 사진이 덧붙는 형식이라면 이미지 에스엔에스는 사진에 초점을 맞춘다. 텍스트는 대부분 단순한 사진 설명에 그친다. 팔로어들도 긴 댓글을 달기보다는 ‘좋아요’를 눌러 간단히 의견을 표시한다. 로아컨설팅 김석기 이사는 “갈수록 모바일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 즉각적이다. 트위터가 나오면서 140자로 줄었다가 페이스북에서는 ‘좋아요’를 클릭하는 걸로만 의사를 표현한다. 이젠 내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를 이미지만으로 표현한다”고 했다. 책 <핀터레스트 완전정복>에선 “에스엔에스에선 자신을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게 하려고 꾸미기 쉬운데 텍스트가 생략된 핀터레스트에선 사진을 모으기만 할 뿐 착한 사람처럼 보이려는 글을 쓸 필요가 없다”고 적혀 있다. 페이스북이 ‘아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중심이 되는 데 비해 핀터레스트나 인스타그램에선 누군지 몰라도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이라면 친구를 맺는다.

바인 화면 갈무리.
바인 화면 갈무리.
소셜큐레이터 김상현씨는 “기록 습관과는 또 다르다. 이미지 공유 서비스에 접속하는 사람들은 전세계와 통하는 자료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사진을 전송하는 스마트폰 앱 ‘란도’는 내가 찍은 사진이 누구에게 가는지 전혀 알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란도를 실행하고 사진을 찍으면 무조건 동그랗게 나온다. 동그란 사진을 보내면 다른 사람이 보낸 사진이 내 스마트폰에 도착한다. 임호림씨가 <한겨레> 신문 1면을 찍어 란도에 올렸더니 일본 북쪽 해안가에 사는 누군가가 받은 걸로 나왔다. 임씨는 러시아에 사는 누군가가 팔뚝에 용을 문신한 사진을 받았다. 란도에선 유리병에 편지를 띄워 보내듯 무작위로 사진을 교환한다. 사진의 인상은 오래 남는다. 미국의 소셜미디어 매니지먼트사인 비트루는 페이스북에서 사진 등의 이미지 게시물은 글로 쓰인 텍스트보다 ‘좋아요’나 공유, 댓글 등을 보통 54% 더 받는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한 일이 있다. 동영상은 22%를 더 받는다.

이미지 표현의 다음 단계는 동영상이기가 쉽다. 얼마 전 트위터가 출시한 동영상 공유 서비스 ‘바인’은 단 6초짜리 동영상을 만들고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올리는 앱이다. 6초가 지나면, 동영상은 첫 화면으로 돌아간다. 6초짜리 영상이 무한 반복 재생되면서 독특한 영상물을 만들어낸다. 여행 이야기를 담기에 6초는 너무 짧은 시간 아닐까. 바인에서 여행을 주제로 검색해보니 동남아시아 한 도시에서 찍은 영상이 눈길을 끌었다. 여행자의 거리에 비가 내리고 빗물이 흘러넘치는 영상이 반복되며 그곳엔 무한히 비가 내리고 있을 것만 같다. “여기가 한국.” 한국의 한 대학가를 비추며 단 한마디를 남기기도 한다. 실제로 어떠한지는 중요하지 않다. 짧은 동영상은 사실을 전달하기보다는 장소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든다. 지난 6월 인스타그램도 15초짜리 동영상 공유 서비스를 시작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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