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페페는 프로와 아마추어, 객석과 무대의 구별이 없는 축제였다. 음악당 뒤편 잔디밭에서 우쿨렐레를 연주하는 관객들.
[esc] 라이프
국내 첫 대규모 우쿨렐레 축제 ‘우크페페’
인기 가수와 관객이 어울려 휴식 같은 음악 즐겨
국내 첫 대규모 우쿨렐레 축제 ‘우크페페’
인기 가수와 관객이 어울려 휴식 같은 음악 즐겨
9월28일 오후 3시, 경기도 고양 아람누리 노루목 야외극장에서 900여대의 우쿨렐레가 동시에 노래했다. 가수 이병훈씨가 무대에서 우쿨렐레로 ‘여행을 떠나요’를 연주하기 시작하자 객석에 있던 사람들은 환호 대신 우쿨렐레 소리로 답했다. 무대와 객석, 음악당 근처에 둘러서 있던 사람들이 빚어내는 우쿨렐레 합창이 이어졌다. 국내 첫 대규모 우쿨렐레 축제 ‘우크페페’(우쿨렐레 페어 앤드 페스티벌)가 절정을 향해 달리는 시간이었다.
토요일 가족과 함께 소풍 같은 음악축제, 우크페페에 갔다. 음악 축제가 풍년이지만 아이를 데리고선 록페스티벌 같은 곳은 강남의 클럽 옥타곤만큼이나 그림의 떡이었다. 우쿨렐레 축제는 좀 달랐다. 오전 10시부터 야외극장 주변엔 텐트가 세워지기 시작했다. 그 앞으론 돗자리가 펼쳐졌다. 가족, 친구들과 함께 우쿨렐레를 들고나온 사람들이다. 첫 공연을 맡은 플리즈 밴드가 무대에 올랐지만 객석에서 집중해서 듣는 사람보다는 잔디밭에 앉아 무대를 따라 연주하거나 음악을 들으며 한가로이 주변을 걷는 사람이 더 많았다. 야외극장 옆 객석과 무대가 구별되지 않는 작은 공연 장소 ‘해피 스테이지’에서도 아마추어 우쿨렐레 밴드들이 공연을 시작했다.
우크페페는 입장료를 받지 않았다. 소셜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모금을 한데다 우쿨렐레 제조사들이 보태서 기금을 마련했다. 출연자들은 무대에 오르지 않을 땐 축제 진행을 돕는다. 우쿨렐레가 하와이 말로 ‘튀는 벼룩’이라는 뜻에서 힌트를 얻어 축제 자원봉사자들 60명은 한결같이 ‘플리즈(벼룩들)’라고 쓰여진 이름표를 달고 분주했다. 밴드 ‘우쿨렐레 피크닉’ 멤버이면서 음악감독인 이병훈씨도 이날은 우쿨렐레 반주를 맡은 플리즈 밴드로 축제에 참여했다. 햇볕이 있을 때만 열리는 축제, 프로든 아마추어든 두곡씩만 연주하는 축제. 외국의 우쿨렐레 축제도 그렇다고 한다. 우쿨렐레 동호회원들, 문화기획집단 차차차와 함께 우크페페를 기획한 이병훈씨는 “아침 10시에 시작해 낮 2시에 끝나는 하와이 우쿨렐레 페스티벌에 갔다가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노인과 아이들이 함께 연주하는 가족 중심의 축제, 아마추어와 프로가 평등한 무대가 한국에도 있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무대 연주 맞춰 객석도 함께 연주
산책하거나 돗자리 누워 음악감상
한영애, 이상은, 강산에 등 무료출연
“앉아서 들을 필요 없어요,
그냥 편하게 즐겨요” 공연장과 좀 떨어진 곳에는 하얀 천막이 여러개 세워졌다. 우쿨렐레를 처음 만져보는 사람들을 위해 강습 교실이 열리는 곳이다. 7살 아이와 함께 ‘왕초보를 위한 우쿨렐레 워크숍’에 참여했다. 처음으로 잡아보는 우쿨렐레는 멀리서 봤을 때보다 더욱 작고 가벼웠다. 60㎝ 안 되는 길이에 4줄의 현. 어떤 사람들은 이 악기를 작고 사소하게 여기고, 어떤 사람들은 연주하면 할수록 어려운, 무궁무진한 소리의 악기라고 칭찬한다. 우쿨렐레를 처음 배울 때는 기타의 코드와 비슷한 코드를 잡는 것부터 배운다. 초보자들은 쉬운 코드를 치면서 노래를 따라 부르며 악기에 쉽게 친숙해진다. 40분 좀 넘는 수업 시간 동안 연습하다 보니 아이와 함께 단 두가지 코드로 편곡된 ‘열 꼬마 인디언’을 더듬더듬 따라 칠 수 있게 되었다. 기타는 피크로 치지만 우쿨렐레는 오른쪽 엄지손가락과 손톱으로 친다. 오른쪽 손톱을 적어도 1㎝ 넘게 기른 우쿨렐레 선생님은 쉬운 코드에서 시작해 다양한 변주를 들려주었다. 초보 단계에선 기타보단 자리바꿈이 쉬운데다 노래를 함께 부르는 덕분에 우쿨렐레는 진입 문턱이 낮은 악기다. 그 옆 작은 잔디밭에선 하와이 춤 ‘훌라’와 하와이 노래 ‘멜레’를 가르치는 수업이 한 시간마다 열렸다. 수업을 진행하는 동호회 ‘스트럼 앤 스웨이’는 하와이 문화에 빠진 사람들 30여명이 모인 곳이라고 했다. 훌라 수업에선 5분을 배겨나기 어려웠다. 스텝은 어렵지 않은데 골반은 굳은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수업이 없을 때면 그들끼리 훌라춤을 추며 우쿨렐레를 연주하는 모습이 평화로워 보였다. 잔잔하고 사랑스러운 축제다. 오후가 되면서 공연장 쪽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축제는 우쿨렐레와 다른 음악의 궁합을 맞춰보는 자리이기도 했다. 윈디시티의 김반장은 레게, 살사 같은 아프리카 리듬에 우쿨렐레를 보태고, 재즈 보컬리스트 나희경은 우쿨렐레 반주에 실어 보사노바 음악을, 이상은은 반주를 압도하는 목소리로 관객과 함께 ‘언젠가는’을 불렀다. 탤런트 겸 가수 윤손하, 미미시스터즈는 우쿨렐레를 들고 마이크 앞에 섰다. 김반장, 좋아서 하는 밴드, 강산에는 다른 공연처럼 소리를 높여보기도 하고, 우쿨렐레에 맞춰 속삭이기도 해보며 관객과 놀았다. 알려진 한국 가수들 사이사이 아피락 시리난타꾼, 카이무키 등 우쿨렐레 전문 연주자들이 무대에 올랐다. 무료 공연에 맞게 가수들도 전부 출연료를 받지 않았다고 했다. 이병훈씨는 “가수들이 출연료 없이 나와주지 않았다면 이런 축제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달리 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연습용 우쿨렐레 한대로 섭외했다”고 귀띔했다.
가수 한영애도 출연료 대신 우쿨렐레 한대 받고 축제를 찾았다. 공연 전 “살다가 쉬어가기도 해야잖아요. 우쿨렐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서로 인사도 나누고 편하게 이야기하고 쉬어가는데 음악이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라고 했던 한영애씨는 과연 무대에 올라서도 “앉아서 들을 필요 없어요. 편하게 들으세요” 하며 ‘쉬었다 가는 축제’ 분위기를 돋웠다. 마지막으로 하와이 출신 연주자 칼레이 가미아오의 우쿨렐레 소리가 울릴 즈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7시간 공연이 지나간 자리는 평온했다. 우쿨렐레는 연주자나 듣는 사람이나 부담이 없는 악기다.
이날 서울대 우쿨렐레 동호회 ‘알쿨’ 회원 10여명과 함께 축제를 찾은 최란(23)씨는 “록페스티벌에선 시종일관 서 있었다. 거기는 발산하기 위해 지르는 축제라고 한다면 여기는 잔잔한 열정이 있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같은 동호회원 이지아(23)씨는 “우쿨렐레 시작한 지 2년쯤 됐는데 그사이 달라진 분위기를 느낀다. 요즘엔 공원만 가도 옹기종기 모여 앉아 우쿨렐레 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병훈씨는 “국내 우쿨렐레 인구가 10만명이다. 우쿨렐레 공연을 원하는 관객들만 있으면 축제는 지속가능하다. 단, 축제로 돈을 버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 큰 기업이 아니라 개인들, 작은 단체의 후원을 받아 비영리 축제를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쿨렐레를 닮은 축제, 첫번째 ‘우크페페’는 내년을 다짐한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축제 막바지 가수 한영애가 무대에 오르자 관객들의 환호가 커졌다.
아마추어들의 작은 무대 해피 스테이지에서 열린 공연.
산책하거나 돗자리 누워 음악감상
한영애, 이상은, 강산에 등 무료출연
“앉아서 들을 필요 없어요,
그냥 편하게 즐겨요” 공연장과 좀 떨어진 곳에는 하얀 천막이 여러개 세워졌다. 우쿨렐레를 처음 만져보는 사람들을 위해 강습 교실이 열리는 곳이다. 7살 아이와 함께 ‘왕초보를 위한 우쿨렐레 워크숍’에 참여했다. 처음으로 잡아보는 우쿨렐레는 멀리서 봤을 때보다 더욱 작고 가벼웠다. 60㎝ 안 되는 길이에 4줄의 현. 어떤 사람들은 이 악기를 작고 사소하게 여기고, 어떤 사람들은 연주하면 할수록 어려운, 무궁무진한 소리의 악기라고 칭찬한다. 우쿨렐레를 처음 배울 때는 기타의 코드와 비슷한 코드를 잡는 것부터 배운다. 초보자들은 쉬운 코드를 치면서 노래를 따라 부르며 악기에 쉽게 친숙해진다. 40분 좀 넘는 수업 시간 동안 연습하다 보니 아이와 함께 단 두가지 코드로 편곡된 ‘열 꼬마 인디언’을 더듬더듬 따라 칠 수 있게 되었다. 기타는 피크로 치지만 우쿨렐레는 오른쪽 엄지손가락과 손톱으로 친다. 오른쪽 손톱을 적어도 1㎝ 넘게 기른 우쿨렐레 선생님은 쉬운 코드에서 시작해 다양한 변주를 들려주었다. 초보 단계에선 기타보단 자리바꿈이 쉬운데다 노래를 함께 부르는 덕분에 우쿨렐레는 진입 문턱이 낮은 악기다. 그 옆 작은 잔디밭에선 하와이 춤 ‘훌라’와 하와이 노래 ‘멜레’를 가르치는 수업이 한 시간마다 열렸다. 수업을 진행하는 동호회 ‘스트럼 앤 스웨이’는 하와이 문화에 빠진 사람들 30여명이 모인 곳이라고 했다. 훌라 수업에선 5분을 배겨나기 어려웠다. 스텝은 어렵지 않은데 골반은 굳은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수업이 없을 때면 그들끼리 훌라춤을 추며 우쿨렐레를 연주하는 모습이 평화로워 보였다. 잔잔하고 사랑스러운 축제다. 오후가 되면서 공연장 쪽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축제는 우쿨렐레와 다른 음악의 궁합을 맞춰보는 자리이기도 했다. 윈디시티의 김반장은 레게, 살사 같은 아프리카 리듬에 우쿨렐레를 보태고, 재즈 보컬리스트 나희경은 우쿨렐레 반주에 실어 보사노바 음악을, 이상은은 반주를 압도하는 목소리로 관객과 함께 ‘언젠가는’을 불렀다. 탤런트 겸 가수 윤손하, 미미시스터즈는 우쿨렐레를 들고 마이크 앞에 섰다. 김반장, 좋아서 하는 밴드, 강산에는 다른 공연처럼 소리를 높여보기도 하고, 우쿨렐레에 맞춰 속삭이기도 해보며 관객과 놀았다. 알려진 한국 가수들 사이사이 아피락 시리난타꾼, 카이무키 등 우쿨렐레 전문 연주자들이 무대에 올랐다. 무료 공연에 맞게 가수들도 전부 출연료를 받지 않았다고 했다. 이병훈씨는 “가수들이 출연료 없이 나와주지 않았다면 이런 축제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달리 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연습용 우쿨렐레 한대로 섭외했다”고 귀띔했다.
하와이 문화 동호회 스트럼 앤 스웨이에서 하는 훌라춤 공개강습. 우크페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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