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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너와 함께 잠들고 싶다

등록 2014-02-12 20:03수정 2014-02-13 15:40

스마트폰 앱의 건강분야에서 수면 관리·도우미 앱들이 빠른 속도로 늘었다. 명상 원리와 저주파, 동작 감지 센서 등 첨단 장치도 동원됐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스마트폰 앱의 건강분야에서 수면 관리·도우미 앱들이 빠른 속도로 늘었다. 명상 원리와 저주파, 동작 감지 센서 등 첨단 장치도 동원됐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매거진 esc] 라이프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인기 많은 수면 관련 애플리케이션 체험기
지금 스마트폰의 화두는 잠이다. 미국 아이폰 앱 스토어에서 ‘잠’(sleep)을 주제로 검색하면 2200개의 관련 앱이 나온다. 애플코리아가 ‘2013년을 빛낸 유료 앱’ 1위로 뽑은 굿슬립, 뉴욕대 학생들이 누가 정말 잠을 가장 적게 자는지를 알기 위해 만들었다는 슬립봇(SleepBot), 그리고 음향과 화면으로 도움을 준다는 수면 앱들이 인기다. 지금 5명 중 1명은 수면장애라는 조사도 있다. 잠 못 드는 기자 3명이 수면 유도나 잠버릇을 분석해주는 인기 수면 앱들을 직접 사용해 봤다. 수면제만큼 강력하진 않았지만 오늘도 더 효과 좋은 수면 앱을 찾아 스마트폰을 뒤적인다. ‘꿀잠’이 그립기 때문이다.

(왼쪽부터)굿슬립, 슬립봇
(왼쪽부터)굿슬립, 슬립봇

수면 유도 앱 ‘굿슬립’

내가 불면증을 안 것은 열서너살 때쯤인 것 같다. 불을 끄고 이불을 덮고 사위가 조용해지면 시계 소리가 들렸다. 시계 소리를 듣지 말자는 의식의 한쪽에서, 의식을 하지 않으려는 의식이 시계 소리를 붙들고 있었다. 환장할 노릇으로 잠들기 어려운데 이상하게도 아침엔 꼭 제시간에 깼다. 그래서 더 환장할 노릇이었다.

숙면 유도 앱 ‘굿슬립’은 시계 소리를 지우는 소리를 제공한다. 바이노럴 비트다. 한쪽에 300㎐(헤르츠)의 소리, 다른 쪽 귀에 310㎐의 소리를 들려주면 그 차이인 10㎐의 파동으로 뇌파가 조절된다고 한다. 엠씨스퀘어 등의 집중력 유도 기계도 이 원리를 사용한다. 이 소리가 정확하게 두 귀로 전달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어폰을 사용한다.

굿슬립은 아이패드에서 되지 않는다. 아이폰용으로만 나온 것은 아이폰용 이어폰에 맞춰서 개발되어서일 것 같다. 바이노럴 비트 위에는 자연의 소리를 덧입힌다. 앱에 있는 설명을 보면, 자연의 소리는 모든 주파수 소리가 포함된 백색 소리로 안정감을 가져다주고, 파도 소리 등은 심호흡 간격과 비슷해서 자연스럽게 잠으로 빠져든다. 굿슬립은 동굴, 도시의 비, 물방울, 벼락, 파도 소리, 빗소리 등 31가지 자연의 소리를 선택할 수 있다.

이어폰을 꽂고 잠이 들어야 하므로 천장을 보고 자는 정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뒤척이기 위해 스피커로 굿슬립을 재생하면 자연의 소리밖에 안 들린다. 밤잠은 30분, 낮잠은 15분 동안 소리를 내는데 배터리가 빨리 닳기에 전원을 연결하고 잘 것을 권한다. 술을 먹고 자면 잠이 잘 온다는 또다른 숙면법을 터득한 사람에게는 턱없이 까다로운 조건이다.

맑은 정신으로 누운 어느 날, 나는 자연의 소리 아래에 있는 바이노럴 비트를 옛날 시계 소리처럼 붙들고 있었다. 그리고 이 앱에 대한 리뷰를 써야 한다는 생각도 내가 언제 잠이 드냐를 지켜보고 있었으니 잠이 드는 데는 최악이었다. 밤잠 30분 두 번을 동작시켜야 했고, 조용하던 뇌파는 자연의 소리(천둥소리)에 깜놀했다. 어쨌든 잠은 들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백색소음으로 수면 유도하는
굿슬립, 이어폰 없이 쓸 수 있다면
잠버릇과 수면 패턴 분석하는 슬립봇
잠자기 2시간 전 폰 잠가지는 기능도
수면 앱으로 분류


수면 분석 앱 ‘슬립봇’(SleepBot)

내게 잠은 소중하다. 나의 ‘숙면기’ 때라 할 수 있는 대학 새내기 시절에는 뜻이 통하는 친구와 나란히 한 침대에 누워 ‘오래 자기’ 시합을 벌인 적도 있었다. 한번은 내가 이기고 한번은 내가 졌다. 내 자취방에서는 이겼고, 적진(그 친구 집)에서는 졌다. 참으로 분한 패배였다. “너희들은 대체 왜 그 모양이냐, 잠 좀 그만 처자고 나가서 여자라도 꼬시지 않고”라며 벌컥 문을 열어 닦달하는 친구 어머니만 아니었어도 승산은 충분했다. 전남 해남으로 혼자 여행 갔을 때의 일이다. 오랜 밤기차 여행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정오 무렵 민박집에 기어들어갔다. 잠깐 눈만 좀 붙이겠다며 누웠는데, 내처 밤까지 자버렸다. ‘죽었느냐, 살았느냐’며 문을 두드리는 민박집 아주머니의 오지랖 탓에 깼다.

40대에 접어든 뒤 ‘불면기’를 맞았다. 이제는 민박집 아주머니도, 친구 어머니도 나의 숙면을 방해하지 않는데 자다가 벌떡 깰 때가 많다. 코를 골았던 것인지, 호흡이 어려워 ‘지금 정신차리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기분을 느낀 적도 있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슬립봇’은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신체적 원인을 찾아주는 수면분석 애플리케이션이다. 스마트폰에 있는 가속도 센서로 내가 얼마나 뒤척이며 잤는지 추적하고, 녹음 기능을 활용해 코를 골았는지 등을 파악해낸다. 일어나야 할 시간대를 30분 범위로 설정해놓으면, 수면 패턴을 분석해 가장 적절한 시점에 ‘똑똑하게’ 깨워준다. 얼마를 잤는지도 분초 단위로 보여주는데, 대신 잠잘 때와 일어날 때 일일이 머리맡에 놓은 스마트폰을 터치해야 한다. 지난 일요일 밤 나는 새벽 2시8분 잠에 들어 오전 6시56분에 깼다. 곤히 잘 자다가 일어나기 한 시간 전부터 ‘몸부림’을 쳤다. 무의식 속의 나는 월요병을 앓고 있었던 게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왼쪽부터)릴랙스 멜로디, 슬립 버그
(왼쪽부터)릴랙스 멜로디, 슬립 버그

수면 도우미 앱 ‘릴랙스 멜로디’ ‘슬립 버그’

잠드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 평균 2시간, 새벽 4시면 어김없이 깨서 2시간 동안 잠들지 못한다. 명백한 수면장애자로서 찾아본 수면 앱은 잠이 오지 않을 때면 헤아리는 양들보다 많아 보였다.

수면 앱 개발은 잠자리 음악에서 시작해, 수면 습관 분석, 저주파, 최면 등으로 가지를 쳤다. 가장 먼저 이 중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는 ‘릴랙스 멜로디’를 내려받았다. 이미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나와 같은 처지의 수면장애자 100만명 이상이 내려받았단다. 릴랙스 멜로디엔 50여가지쯤 되는 수면에 도움이 되는 음향들이 있는데 빗소리, 청소기 소리,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 같은 백색 소음이나 피아노, 뮤직박스처럼 명상음악에 가까운 조용한 노래들이다.
레인, 레인
레인, 레인
‘생명의 파동’을 담고 있는 덕분에 우리의 마음을 평온하게 이끌어준다고 하는 이런 소리들은 다른 수면 앱에서도 단골이다. 아이폰 앱 스토어에선 ‘레인, 레인’이라는 아예 여러 종류의 빗소리만을 담은 수면 앱도 인기다. 그러나 생명의 소리가 디지털화된 탓인지 잠이 들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아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무료 버전에서는 시간 맞춰 꺼지는 기능이 없어 밤새 비렘수면(얕은 잠) 상태에서 빗소리에 시달린 기분이다.

아이폰에서 사용하는 ‘슬립 버그’는 편안한 화면과 음향이 함께 나온다. 잠벌레라는 이름만큼이나 선명한 화면과 다른 미디어로는 구현할 수 없는 맑은 소리가 매력적이다. 뱃고동 소리와 새, 벌레 소리가 원근감을 가지며 연주하는 것이 오케스트라에 가깝다,고 감탄하느라 어제도 자정을 넘겼다.

요즘 수면 앱은 화면과 빛으로 진화중이다. 다음 단계는? 지난해 나온, 잠자기 2시간 전부터 스마트폰이 자동으로 잠기는 ‘일찍 자기’(Early to bed) 앱도 수면 앱으로 분류된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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