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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잊은 젊은이들의 새로운 놀이터

등록 2014-06-25 19:10수정 2014-06-26 13:55

CJ올리브영 명동점.
CJ올리브영 명동점.
[매거진 esc] 스타일
홍대·강남역 등 20대 밀집 지역에 영토 확장해가는 드러그스토어…차별화된 브랜드 개발과 체험존 강화하며 마케팅 전쟁
토요일 저녁,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서울 홍익대 앞. 가장 번화한 거리와 가까운 지하철 홍대입구역 9번 출구를 중심으로 인파는 물결을 이루며 흘러가고 또 정체된다.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는 광고판을 돌려대며 새로 문을 연 가게를 홍보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의 구호에 섞인다. 그러거나 말거나 ‘꽃집 아저씨’는 좌판을 펴고 ‘떡볶이 아줌마’는 국자를 휘젓지만.

이 ‘핫’하고도 복잡한 거리에서 최근 전쟁을 벌이며 영토 확장을 해나가는 무리가 있다. ‘드러그스토어’다. 9번 출구 바로 왼편에는 ‘씨제이(CJ)올리브영’ 매장이 큼직하게 자리잡고 있다. 오른편에는 지에스(GS)리테일이 운영하는 ‘왓슨스’(Watsons) 매장이 보인다. 동교동 쪽 8번 출구 바로 앞은 롯데가 운영하는 ‘롭스’(LOHB’s) 매장, 그 옆에는 또 올리브영이다. 홍대 앞 ‘삼거리포차’ 부근으로 가면 이마트가 운영하는 ‘분스’(BOONS)가 24시간 문을 열고 있다.

중저가 가격대 제품군 다양
자유롭게 체험해볼 수 있어
20대 여성들 인기 모으며
씨제이 선점에 롯데·신세계 등
주요 유통업체 경쟁 가세

매장 안으로 들어가면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가 ‘쾌적함’이다. 밝은 조명, 적당한 온도의 매장 안에는 화장품부터 의약품, 생활용품, 각종 음료수와 과자까지 가득하다. 지난 21일 토요일 오후, 올리브영 매장에서는 한 젊은 여성이 조명이 달린 메이크업용 거울을 보며 아이라이너 샘플을 발라보고 있었다. 왓슨스 매장에서는 “데이 크림과 나이트 크림 중 어떤 걸 사야 할까”를 묻는 여자친구 옆에 선 남성이 몰래 고개를 돌려 하품을 했다. 롭스 매장에서는 20대 초반의 남성 세 명이 함께 들어와 화장품을 살펴봤다. 어두워져갈수록 거리에는 활기가 돌았고 드러그스토어도 바빠졌다.

우선 올리브영. 입구에 들어서자 얼굴 조명이 부착된 거울이 모여 있는 메이크업존이 나온다. 젊은 여성들이 저마다 샘플을 가져와 거울을 들여다보며 바르고 있다. ‘놀이터 같은 자유로운 쇼핑 공간’을 추구하는 올리브영은 체험 영역을 넓히고 있는 추세다. 2012년 말 문을 연 서울 명동점은 1190㎡(360평)에 이르는 2층 공간에 14개의 ‘콘셉트 존’을 만들어 체험 기능을 강화했다.

롯데 롭스 홍대점.
롯데 롭스 홍대점.
GS리테일 왓슨스 이대점.
GS리테일 왓슨스 이대점.
‘제품 추천’도 전략적이다. 1만개가 넘는 제품 사이에서 드러그스토어의 인기 품목 중 하나라는 클렌징 제품 코너를 찾았다. 용기도 예쁜 폼클렌징, 거품 클렌징, 클렌징 로션 제품들이 즐비하다. 한 제품에는 올리브영이 선정한 ‘2014 상반기 헬스&뷰티 어워즈’ 수상 제품이라는 표지가, 다른 제품에는 케이블 채널 <온스타일>의 미용 프로그램 <겟잇뷰티> 선정 베스트 클렌징 제품이라는 표지가 붙어 있다. 둘 다 1만원이 안 되는 가격. 무엇을 골라야 하나 고민이 시작된다. 클렌징 제품을 살 계획이 없었는데도!

고객 심리를 꿰뚫어 본 올리브영은 이달에 스킨케어, 메이크업, 헬스케어 세 분야에 걸쳐 인기 제품 80개에 ‘2014 상반기 헬스&뷰티 어워즈’를 수여했다. 에센스 부문에 아이소이 불가리안 로즈 흔적세럼, 베이스 부문에 로레알 베이스 매직 프라이머, 파운데이션 부문에 비욘드 앤젤 아쿠아 수분 파운데이션, 립컬러 부문에 페리페라 페리스 틴트워터, 남성 면도용품 부문에 니베아 포맨 센시티브 셰이빙폼, 여성청결제 부문에 유리아주 진피리프레싱젤 등이 뽑혔다. 씨제이 계열사가 소유한 방송과도 협업했다. 케이블 채널 <온스타일>의 미용 프로그램 <겟잇뷰티>가 선정한 좋은 제품을 진열하는 ‘겟잇뷰티 존’, 남성을 위한 방송 채널인 <엑스티엠>(XTM)과 손잡은 ‘엑스티엠 존’도 인기다.

헬스·뷰티 케어 아이템을 내세운 드러그스토어를 국내에 처음 선보인 것은 씨제이다. 1999년 자체 브랜드인 ‘씨제이올리브영’을 만들어 서울 신사동에 1호점을 냈고 2014년 6월 현재 전국에 380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에스리테일은 2004년 12월 홍콩의 ‘에이에스(A.S.)왓슨’과의 제휴로 왓슨스를 설립해 2005년 3월 홍대 1호점을 개설한 뒤 현재 90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드러그스토어 시장이 형성된 이후인 2012년 이마트가 ‘분스’를, 지난해 롯데가 ‘롭스’의 문을 열었다. ‘유통업체 4파전’이 된 셈이다.

이마트 분스 강남점.
이마트 분스 강남점.
위키백과는 ‘드러그스토어’를 “의사의 처방이 필요 없이 판매가 가능한 의약품을 중심으로 건강·미용 관련 상품이나 식품을 파는 소매 업태”라고 정의한다. 약사와 의논할 필요 없이 과자를 사듯 건강보조제 등을 구입할 수 있고 화장품 판매원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실컷 발라보고 뿌려본 뒤 구입할 수 있는 형태여서 ‘가벼운 소비’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선호한다. 동덕여대 비만미용향장대학원의 김미란씨가 발표한 논문을 보면 드러그스토어 이용 경험이 있는 서울, 경기 지역의 20대 여성 273명 중 절반(49.6%)이 “여러 가지 브랜드 제품을 비교할 수 있어서” 드러그스토어를 이용한다고 응답했다.

젊은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 드러그스토어들은 ‘홍대 앞’처럼 젊은이들이 모이는 거리에 1호점을 내거나 여러 개의 매장을 열며 총력을 다하고 있다. 왓슨스와 롭스가 각각 2005년과 2013년에 1호점을 홍대에 내면서 드러그스토어 사업에 진출했다. 올리브영은 ‘홍대’라는 단어가 들어간 지점만 4개에 달한다.

롭스 홍대점에는 널찍한 향초 코너가 눈에 띄었다. 이제 갓 1년을 맞은 롯데의 롭스는 향초 코너, 호신용 제품 코너 등 ‘차별화 포인트’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프랑스 유기농 화장품 ‘종작’,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독일 색조화장품 브랜드 ‘미슬린’, 아이와 부모가 함께 쓰는 유기농 화장품 ‘알파노바 베베’, 미국 유기농 비타민 캔디 ‘야미얼스’ 등 특화 제품을 구비했다. 현재까지 매장 16곳을 운영 중인데 서울 강남 지역인 가로수길점과 홍대점에는 입점하는 브랜드도 다를 만큼 고객 분석을 철저히 하고 있다.

드러그스토어 체험존에서 메이크업을 하고 있는 여성의 모습.
드러그스토어 체험존에서 메이크업을 하고 있는 여성의 모습.
왓슨스는 “아모레퍼시픽, 엘지(LG)생활건강 등 유명 브랜드부터 차앤박, 아름다운나라 등 피부과 전문 화장품까지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 지에스리테일이 직접 만든 자체브랜드(PB) 상품이 매장 전체 상품의 15%를 차지하는 점도 특징이다. 댕기머리 안티헤어로스샴푸, 라끄베르 엘브이(LV)쿨링 선스프레이, 로레알 샤인카레스 글로스틴트 등이 홍대점의 인기 제품이다.

분스는 이마트가 보유한 유통망을 통한 다양한 제품군과 ‘24시간 운영’ 방식으로 승부를 띄웠다. 6개의 매장을 낸 분스는 이마트 계열의 편의점 브랜드인 ‘위드 미’와 합친 매장 형태를 늘리고 있다. 지난달부터 편의점과 결합한 분스 홍대점은 24시간 운영하는 중이다. 강남점의 경우 네일·헤어·메이크업·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전문 매장이 입점해 있다.

홍대 앞의 드러그스토어들은 토요일 밤이 깊도록 불을 밝혔다. 드러그스토어의 최대 난관은 매장의 높은 임대료에 비해 ‘낮은 고객당 매출’이다. 이미 카페베네가 드러그 스토어 ‘디셈버24’를 론칭한 지 1년도 안 된 지난해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그리하여 드러그스토어들은 매장을 더욱 쾌적하게 꾸미고 다양한 제품을 구비해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그 밝은 매장 안으로 밤을 잊은 젊은이들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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