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ESC

나를 스타로 키운 건 바로 나

등록 2014-10-08 20:31수정 2014-10-10 16:46

다양성이 생명이다. 자신을 작은 방송국으로 여기는 유튜버들은 자신을 소재로 여러 종류의 프로그램을 편성해 방송한다. 위 사진은 양띵의 <초등학교 습격 사건>.   양띵, 씬님 제공
다양성이 생명이다. 자신을 작은 방송국으로 여기는 유튜버들은 자신을 소재로 여러 종류의 프로그램을 편성해 방송한다. 위 사진은 양띵의 <초등학교 습격 사건>. 양띵, 씬님 제공
[매거진 esc] 라이프
게임·뷰티·사생활 채널 등 운영으로 팬 몰고 다니는 유튜브 스타 2인 인터뷰
어른들은 그들이 누군지 짐작하기도 어려웠다. 지난 9월26일 서울 대학로 홍익대 아트센터에서 열린 유튜브 팬페스트 무대에 양띵, 대도서관, 영국남자 등 인터넷 게시판에서 쓰는 닉네임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인기 동영상 제작자들이 무대에 설 때마다 환호가 울렸다. 무료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는 원래 싸이나 소녀시대 같은 스타들의 영상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구조였다. 그런데 올해 처음으로 유튜브 한국 채널 중 상위 20위권에 개인 창작자들이 올랐다. 2013년 7월부터 2014년 6월까지 구독자가 많이 늘어난 상위 20위 채널 중 70%가 개인 창작자가 만든 채널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창작자를 찾아 정기구독하고 댓글을 달고 그들의 얼굴을 보기 위해 오프라인 행사를 찾아다니는 것은 티브이를 보지 않는 10대와 스마트폰을 좋아하는 20대가 만들어낸 새로운 팬덤 현상이다. 자신의 이름을 딴 채널을 만들고 각본, 촬영, 편집까지 혼자서 다 해서 매일 새로운 콘텐츠를 올리는 이들이 빠르게 스타로 크고 있다. 유튜브 스타들을 발굴·관리하는 구글 온라인파트너십 담당 박태원 매니저는 “한국 유튜브 스타 중에선 게임방송 진행자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올해는 뷰티, 패션 영상 제작자들의 성장이 돋보인다. 내년엔 요리와 코미디가 돋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게임과 뷰티라는 장르 특성상 주로 화장을 막 시작하거나 게임을 좋아하는 10대 시청자들이 팬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게임과 뷰티로 10대들의 아이돌이 된 유튜브 스타 두 사람을 만나보았다.


다양성이 생명이다. 자신을 작은 방송국으로 여기는 유튜버들은 자신을 소재로 여러 종류의 프로그램을 편성해 방송한다. 위 사진은 사생활 방송 코너.   양띵, 씬님 제공
다양성이 생명이다. 자신을 작은 방송국으로 여기는 유튜버들은 자신을 소재로 여러 종류의 프로그램을 편성해 방송한다. 위 사진은 사생활 방송 코너. 양띵, 씬님 제공
시청자와의 ‘거리 좁히기’가 관건
침대에서 이불 쓰고
속삭이듯 이야기하거나
친구들과의 수다도 방영

‘뽀로로의 경쟁자’ 양띵

양띵(양지영·25)이 유튜브에서 방송을 시작한 것은 2013년 1월. 유튜브에서 ‘양띵 tv’라는 이름으로 게임 채널과 사생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그가 진행하는 게임 유튜브는 96만명, 사생활 유튜브는 44만명이 구독한다. 일주일에 두번 아프리카 티브이에서 생방송을 진행하고 매일 2개씩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는 그의 직업은 동영상 제작·진행자라고 할 만하다. 아프리카 티브이 정기 시청자는 91만명, 네이버 팬카페(cafe.naver.com/familyyd) 회원은 27만명 정도 된다.

양띵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띵덕’이라고 하는데, 게임을 좋아한다는 것 외엔 다른 20대 여성과 특별히 다른 점이 없어 보이는 그가 띵덕들을 늘린 비결은 무엇일까? 초등학생 팬이 많아서 그를 ‘뽀로로의 경쟁자’라고 소개한 박태원 매니저는 “최근 유튜브 하는 사람들을 보면 방송사처럼 편성에 상당히 힘을 기울인다. 자신들의 주력 방송을 정기적으로 올리는 것은 기본이요, 중간중간 색다른 방송을 계속 끼워넣는다. 양띵은 여기에 <초등학교 습격 사건>처럼 주된 팬층을 오프라인에서 직접 공략하는 방법을 써왔다”고 했다.

다양성이 생명이다. 자신을 작은 방송국으로 여기는 유튜버들은 자신을 소재로 여러 종류의 프로그램을 편성해 방송한다. 위 사진은 사생활 방송 코너.   양띵, 씬님 제공
다양성이 생명이다. 자신을 작은 방송국으로 여기는 유튜버들은 자신을 소재로 여러 종류의 프로그램을 편성해 방송한다. 위 사진은 사생활 방송 코너. 양띵, 씬님 제공
양띵은 처음엔 게임방송으로 시작했다가 먹방을 시작으로 생활용품 리뷰나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를 소개하는 사생활 채널을 따로 만들면서 계속 프로그램의 종류를 늘리고 있다. 팬들이 우리 학교에 와 달라고 요청하자 친구들과 함께 간식을 들고 찾아가선 이를 다시 녹화해 <초등학교 습격 사건>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유튜브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을 유튜버라고 하는데, 유튜버들에겐 ‘거리 좁히기’가 생명이다. 한국 유튜브 쪽은 “브라운관과는 달리 인터넷 방송에선 시청자들이 저 사람이 나한테만 이야기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팬심의 시작”이라고 했다. 양띵 채널에선 매주 방송 내용을 미리 공지하는데 이때 양띵이 직접 침대에서 이불을 쓰고 누워 팬들에게 속삭이거나 자신의 친구들과 나누는 소소한 수다까지 녹화해 내보내기도 한다.

인터뷰에서 양띵은 “열혈 팬들 몇을 뽑아 함께 게임방송을 진행하는 ‘크루’를 만들었다. 그 외에도 팬 50명이 모여서 같이 건물 짓는 방송을 한다거나 시청자가 실시간 참여하는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정기적으로 청소년 팬들과 성인 팬들의 모임을 따로 열고 있다. (평범한 내가 알려지게 된 것은) 소통에 주력한 덕분일 것”이라고 했다. 유튜브 1인 창작자들은 방송 제작과 출연뿐 아니라 스스로를 마케팅하고 매니지먼트 한다.


‘뷰티계의 병맛’ 씬님

씬님 채널에서 방송한 오드리 헵번.   양띵, 씬님 제공
씬님 채널에서 방송한 오드리 헵번. 양띵, 씬님 제공
씬님(박수혜·25)은 원래 코스프레 메이크업으로 유명한 블로거였다. 20살 때부터 일본 만화 주인공처럼 화장하고 옷을 입는 코스프레 메이크업을 시작하면서 그 변신 과정을 블로그로 알려왔다. 채널 티브이엔의 <화성인 바이러스>나 에스비에스 <스타킹> 같은 방송에도 여러번 나왔다. “난 정말 예쁘게 나오고 싶었는데 티브이에서 남이 날 찍으면 예쁘게 나올 확률이 적다는 것을 알았어요. 특정 주제를 지닌 방송에서 일회성으로 소비되고 싶지도 않았고요.” 그래서 올해 1월부터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구독자가 20만명을 후딱 넘겼다. 미용정보나 화장법을 알려주는 보통 뷰티 방송 진행자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캐릭터 때문이다.

씬님 채널엔 엘사나 지드래곤처럼 보이게 하는 ‘변신 메이크업’, 시청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나의 뷰티를 도와줘’, 화장품 가게를 찾아가는 ‘화장품 가게 털기’ 그리고 사생활 채널처럼 다양한 주제의 방송들이 올라온다. 일주일에 세번 이상 새로운 영상을 올리고 올해 1월부터 지금까지 120편 넘는 동영상을 올렸다. 일상 이야기에선 친구들과 돼지 껍데기를 구워 먹으며 특별히 젖꼭지 부위를 잘라서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병맛 일상을 올린다거나 학년이 오를수록 망가지는 새내기 메이크업,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화장하는 법 등을 보여주는 등 개그와 직설 화법으로 인기를 얻었다. 화장품을 소개하면서도 보통 감탄사와 욕을 함께 토해낸다. “이거 짱이야, 찰져.” “개(정말) 좋아. 이거 사.”

<겨울왕국> 엘사 코스프레 메이크업 모습.   양띵, 씬님 제공
<겨울왕국> 엘사 코스프레 메이크업 모습. 양띵, 씬님 제공
하지만 유명해질수록 고민이 커진단다. “저는 안티와 팬이 극명하게 갈리는 것 같아요. 어떤 사람들은 제가 입이 험해서 싫다고들 하니 이제부터 고운 말 써야 하나 고민도 되고요”라면서도 “욕 때문에 뜬 김구라한테 앞으론 욕하지 말라는 것과 똑같다”며 웃었다. 중앙대 예술학부를 휴학중인 씬님은 “솔직히 말하면 팬들 때문에 하는 게 아니다. 내가 좋아서 하는 건데. 사실 사람들 시선을 의식했다면 취업도 미루면서 몇년 동안 블로그부터 방송까지 꾸준히 못 했을 거다. 제작사에서 만들었다면 두주 걸릴 분량을 나는 두시간 동안 후딱 만든다. 다른 생각 하지 않고 몰두한 결과다. 광고주들 덕분에 제작비가 점점 늘어나는 것은 행복하지만 아무래도 앞으로도 내가 좋을 대로 만들 것 같다”고 했다.

마틸다.   양띵, 씬님 제공
마틸다. 양띵, 씬님 제공
스타라는 말도 창작자라는 말도 그들에겐 조금 어색하다. 자신을 표현하기 좋아하는 세대들은 영리하게 손익을 계산하며 ‘좋아서’ 카메라 앞에 선다.

엑소.   양띵, 씬님 제공
엑소. 양띵, 씬님 제공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ESC 많이 보는 기사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1.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2.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3.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4.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5.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