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 헤이리 ‘작가의 집’. 사진 에어비앤비 제공
[매거진 esc] 스타일
서울 디자인위크 맞아 숙박 공유 사이트 에어비앤비가 선정한 ‘서울 수도권의 아트 테마 숙소 9’
서울 디자인위크 맞아 숙박 공유 사이트 에어비앤비가 선정한 ‘서울 수도권의 아트 테마 숙소 9’
화가 유영희(65)씨가 자신의 집이자 작업실인 ‘레몬하우스’의 한쪽을 사람들에게 내주기로 마음먹은 것은 지난 2월이다. 자신의 집을 여행자들에게 빌려주는 외국 문화를 경험한 딸이 권했다.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의 골목 맨 안쪽에 있는 화가의 집은 불곡산 한 자락을 고스란히 품은 3층짜리 단독주택이다. 일본 건축가 구도 구니오의 작품이기도 하다.
10개월 남짓한 시간 동안 많은 이들이 이 집을 방문했다. 네덜란드에서 온 커플은 5일 동안 다른 곳에 가지 않고 집에서만 지냈다. 그들은 “한국 여행은 이 집 하나면 충분하다”고 했다 한다. 테라스에서 산을 보며 커피를 마셨고 레몬 모양 창문 앞 침대에서 잠을 잤다. 화가의 그림이 곳곳에 걸려 갤러리 같은 집에서 지내며 어떤 이는 작곡을 했고 누군가는 디자인 구상을 하기도 했다.
자신의 집을 숙소로 내준 화가, 그 문화 공간을 즐기는 이들. 최근 이런 ‘문화 숙소’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하나의 흐름을 이루고 있다. 지난 17일 시작한 ‘2014 서울 디자인위크’를 맞아 숙박 공유 사이트인 에어비앤비가 ‘서울과 수도권의 디자인적인 영감이 가득한 아트 테마 숙소’ 9곳을 선정했다. 대부분이 화가, 디자이너, 작가 등이 직접 살거나 운영하는 문화 공간이다.
이런 수요와 공급이 만날 수 있는 것은 전세계인을 이어주는 숙박 공유 사이트의 출현 덕분이다. 200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 에어비앤비의 경우 최근 1년 사이에 이 사이트를 통해 한국의 숙소를 정한 여행객이 342% 늘었다고 한다. 자신의 공간을 숙소로 내놓겠다는 이들이 등록한 곳도 11월 현재 5500개가 넘는다. 그중 4300곳이 서울에 있다.
숙박 공유 사이트 출현하며
자신의 공간을 내놓는 사람들 늘어
단독주택에 아름답게 꾸민 방
외국인에게도 인기 많아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김리아 갤러리’ 위층에는 ‘리빙랩’이란 이름의 공간이 있다. 방과 거실, 부엌과 화장실. 단출하다. 바닥에 회색 시멘트 페인트를 바른 모던한 공간에는 흑백의 요와 이불이 독일 작가 오트마어 회를의 ‘가디언 에인절’이란 금빛 동상 작품과 어우러져 있다. 벽장 안은 사방을 거울로 덮고 ‘미러볼’ 느낌의 둥근 조명을 달았다. 갤러리가 직접 운영하는 숙소답다. 페인트부터 조명까지 ‘김리아 갤러리’의 살림을 맡고 있는 김세정(32) 실장의 손길이 닿았다. 김리아씨의 딸이기도 한 김 실장은 미국에서 건축을 전공했다. 갤러리 위층 공간을 전시를 위해 서울에 온 작가들에게 내주다가 지난해 2월부터 일반인들에게도 개방했다. “갤러리나 미술관에 갇혀 있는 예술이 아니라 누구나 실생활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그는 말했다.
17일부터 2주 동안 진행하는 ‘서울 디자인 스팟 투어’ 기간에는 이 숙소에서 젊은 작가들이 머물며 대중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열 계획이다. 최승윤 작가가 추상화 그리기 수업을, 임지민 작가가 가족 사진을 활용한 드로잉 수업을 할 예정이다. 이렇듯 일반에 공개한 뒤에도 이 공간에는 예술가들이 자주 머문다. 화가가 머물며 화랑가를 돌아보기도 하고 소설가가 글을 쓰기도 한다.
일러스트레이터 이은미(34)씨도 자신이 살고 있는 서울 종로구 청운동 건물을 숙소로 내놨다. 지난 9월에 첫 손님을 받기 전까지 “집에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집 꾸미기에 전념했었다고 한다. 북악산과 인왕산이 내다보이는 창문에는 화가인 친구가 손으로 직접 그린 흰색 꽃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씨는 백화점 디스플레이 작업을 했던 경험을 살려 시즌마다 집의 분위기를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가을엔 연두색 러그부터 연보랏빛 벽까지 밝은 느낌을 살려 꾸몄다. 요즘은 크리스마스 인테리어를 준비하고 있다. 이 집의 자랑인 테라스의 작은 정원에는 벌써 크리스마스트리가 서 있다.
17일 오전 그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그의 전화기가 울렸다. 오후 3시 입실을 앞둔 말레이시아 손님들이 교통편을 묻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서였다. 집 빌려주기에 나선 지 두달째, 평일에도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전공을 살려 직접 집을 꾸민 셈인데 손님들이 우리 집의 인테리어에 만족할 때면 너무도 큰 자부심이 느껴진다”고 한다. 이외에도 경기도 파주 헤이리에 있는 여행작가 이안수씨의 집인 ‘모티브원’과 젊은 건축가가 지은 ‘작가의 집’, 서촌 한옥인 기비 하우스, 용산구 이태원의 백해영갤러리 게스트하우스, 디자이너 ‘앨리스앤폴’이 살고 있는 서울 용산구의 나무로 된 2층 집, 영국의 앤티크 분위기를 살린 삼청동의 ‘에이.비앤비(A.BNB)가 ‘아트 테마 숙소’ 9곳에 포함됐다.
이런 숙소들을 이용할 때는 공간을 내준 이와 ‘마음이 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 잡아놓고 부어라 마셔라 하는 분위기나 밤늦도록 시끄럽게 놀며 방을 어질러놓는 행동은 어울리지 않는다. 대부분의 숙소는 금연 또는 깊은 밤 조용히 하기, 추가 인원 제한 등의 조건을 상세하게 적어두고 있다. 가격대도 1박에 9만~30만원으로 저렴하지 않고 그나마도 1박은 안 되는 곳이 많다.
“제가 이 공간을 얼마나 사랑하는데요. 이 집은 저와 끝까지 같이 갈 집이에요. 술 마시고 시끌벅적 즐기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디자인과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와서 함께 문화를 즐겼으면 좋겠어요.” 화가 유영희씨는 집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요즘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예술적인 하룻밤’을 향한 몸과 마음의 갈증을 느낀다면 화가의 집을 찾아가보는 것은 어떨까.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서울 용산구 ‘디자이너의 홈스윗홈’. 사진 에어비앤비 제공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레몬하우스’. 사진 에어비앤비 제공
서울 서촌 ‘기비 하우스’. 사진 에어비앤비 제공
자신의 공간을 내놓는 사람들 늘어
단독주택에 아름답게 꾸민 방
외국인에게도 인기 많아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김리아 갤러리’ 위층에는 ‘리빙랩’이란 이름의 공간이 있다. 방과 거실, 부엌과 화장실. 단출하다. 바닥에 회색 시멘트 페인트를 바른 모던한 공간에는 흑백의 요와 이불이 독일 작가 오트마어 회를의 ‘가디언 에인절’이란 금빛 동상 작품과 어우러져 있다. 벽장 안은 사방을 거울로 덮고 ‘미러볼’ 느낌의 둥근 조명을 달았다. 갤러리가 직접 운영하는 숙소답다. 페인트부터 조명까지 ‘김리아 갤러리’의 살림을 맡고 있는 김세정(32) 실장의 손길이 닿았다. 김리아씨의 딸이기도 한 김 실장은 미국에서 건축을 전공했다. 갤러리 위층 공간을 전시를 위해 서울에 온 작가들에게 내주다가 지난해 2월부터 일반인들에게도 개방했다. “갤러리나 미술관에 갇혀 있는 예술이 아니라 누구나 실생활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그는 말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에이.비앤비(A.BNB)’. 사진 에어비앤비 제공
서울 종로구 청운동 ‘메이하우스’. 사진 에어비앤비 제공
경기도 파주 헤이리 ‘모티브원’. 사진 에어비앤비 제공
서울 종로구 통의동 ‘김리아 갤러리’의 ‘리빙랩’. 사진 에어비앤비 제공
서울 용산구 이태원 ‘백해영갤러리 게스트하우스’. 사진 에어비앤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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