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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집사’는 밀당중 ‘개엄마’는 산책중

등록 2014-12-03 20:34수정 2014-12-11 14:26

[매거진 esc] 라이프
개·고양이 키우는 애호가들은 왜 ‘개엄마’ ‘냥집사’라는 별명이 붙었나…애견·애묘인 922명 설문조사
고양이 애호가들의 커뮤니티에선 고양이를 키우는 자신들을 ‘냥집사’(고양이 집사)라고 부른다. 고양이의 매력에 낚여 기꺼이 도도하고 까다로운 고양이들의 시중을 드는 사람들을 부르는 우스갯소리다. 냥집사 처지와 비교해 강아지를 엄마처럼 알뜰살뜰하게 돌보는 사람들은 ‘개엄마’라고 불린다. 반려동물 인구가 늘기 시작한 2000년 초엔 어떤 동물을 키울 것인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두고 ‘개과’와 ‘고양이과’를 나누는 질문이 유행했다. 반려동물과 같이 살기 시작한 지 15년, 어떤 사람은 집사가, 다른 사람은 엄마가 되었다. 새로운 호칭은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변해버린 주인들의 생활과 성향을 보여준다.

그림 순(soon) 작가.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그림 김준.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한겨레>는 반려동물 에스엔에스(SNS) 펫북과 함께 애견인, 애묘인을 대상으로 11월14일부터 20일까지 ‘개엄마와 냥집사들에게 묻습니다’란 설문조사를 벌였다. 응답에 참여한 회원 922명 중 애견인은 756명, 애묘인은 166명이다. 두 주인은 확실히 동물에게 끌리는 점부터 달랐다. 애묘인들의 86%는 “낯을 가리다가도 알게 모르게 곁을 주는 점”(86%, 중복응답 포함)을 첫째 매력으로 꼽은 반면, 애견인들은 “생활공간과 정서적으로 느끼는 일체감”(69%, 중복응답 포함)을 중요하게 여겼다. “자신과 반려동물의 관계는 내가(주인이) 주도한다”는 응답은 애견인(38%)이 애묘인(16%)보다 2배 넘게 많았다.

개엄마와 냥집사는 반려동물과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도심에서 살아가는 반려인들은 대부분 만지고 안고 쓰다듬으며 시간을 보내지만 애견인들은 “시간과 공간이 자유롭다면 밖에 데리고 나가거나 다른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를 주고 싶다”(85%, 중복응답 포함)고 했고 애묘인들 절반인 50%는 “틈나는 대로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주겠다”(중복응답 포함)고 했다. 애견인 입장에서 애묘인과 자신들의 차이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애묘인들은 손에 상처가 많고 조용한 사람들?” “애교를 갈구한다는 느낌” “도도하고 시크할 것 같은 인상”을 들었다. “고양이들이 새침해할 때 그 서운한 마음을 어떻게 참는지 궁금하다”는 애견인도 있었다. 애묘인들은 “애묘인은 고양이를 동거인, 애견인은 강아지를 가족 중 하나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은근히 자기 강아지들의 충성도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마음” “야외 활동이 많다는 것” “강아지들은 사람이 놀아줘야 하는데 고양이는 그들이 우리와 놀아주는 듯하다”고 대답했다. 개와 고양이를 다 키운다는 한 회원은 “강아지와 있을 땐 동작이 활발해지고 고양이와 있을 땐 작게 움직이는 듯하다”면서도 “반려동물을 사랑하고 아끼는 생활에 큰 차이는 없다”고 덧붙였다.

애묘인은 고양이를 동거인으로
애견인은 개를 가족으로 여겨
무엇을 키우느냐에 따라
사람과 관계 맺는 방식도 달라져

펫북 쪽은 설문에 나타난 결과 말고도 개엄마와 냥집사의 결정적인 차이로 ‘쇼핑 방법’을 꼽는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 필요한 물건들을 살 때 고양이 주인들은 거의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고, 애견인들은 동물병원이나 가게를 많이 이용한다는 것이다. “고양이 주인들은 펫페어 박람회에 오더라도 조용히 참여하는데 강아지 엄마들은 오프라인에서도 활발하다. 반려동물 주인만 봐도 어떤 동물을 키우는지 짐작할 수 있을 때가 많다. 대신 냥집사들은 수의사 수준의 정보력을 가지고 있어서 고양이에 대한 일이라면 모르는 게 없다는 게 특징이다.” 펫북 문지혜 대표의 말이다.

부산 다솜고양이메디컬센터 김성언 원장의 해석은 좀 다르다. “온라인-오프라인 차이는 두 동물의 입양 경로가 다르기 때문에 생겨난다. 개를 입양할 땐 대부분 값을 치르고 계획적으로 데려오지만 고양이는 길냥이들을 우연히 만나 돌보게 되는 경우가 많은편이다. 거리에서 입양하다 보니 여러 정보를 온라인에서 구하고 자가진단·자가치료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그 정보 중엔 사실과 틀린 위험한 내용도 많다. “예를 들면 고양이에게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든 감기약을 먹였다가는 토하고 심하면 죽게 되는데도 온라인 정보만 믿고 사람이 먹는 감기약을 먹이는 사람들이 많다. 접종 안 해도 괜찮다거나 이런저런 약을 먹여서 나았다는 다른 사람들의 경험담만을 믿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다. 또 김 원장은 “고양이 주인은 고양이에게 어떤 것도 바라지 않고 그저 돌봐주려고만 한다. 그에 비해 서열을 중시하는 강아지를 키우면 자연히 자신이 엄마, 아빠라는 느낌이 강해진다. 종의 특성에 따라 엄마 혹은 집사의 길을 걷게 된다”고도 풀이했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만드는 백과사전 엔하위키 미러에선 “집사라는 말은 애묘인 본인이 자신을 그렇게 부를 때만 쓰는 것이 좋다. 조소나 비하하는 표현으로 써선 안 된다”고 당부한다. ‘개엄마’란 말도 마찬가지다. 순(soon) 작가는 만화 <탐묘인간>(애니북스 펴냄)에서 두 마리 고양이와 동반하는 능숙한 집사 생활을 그려 애묘인들의 공감을 얻었다. 순 작가는 “고양이를 키워보지 않은 사람들은 왜 동물을 모시고 사냐는 식으로 ‘집사’라는 말 자체에 거부감을 갖기도 하지만 정작 애묘인들은 이 말장난을 즐긴다”며 “냥집사란 말엔 사람의 강요가 먹히지 않는 동물에 대한 존중, 싫은 것은 하지 않으며 감정 표현이 확실한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다. 집사니 시종이니 해도 고양이는 결국 사람보다 약한 동물이다. 이렇게 약하니까 세심히 먹이고 챙겨줘야 하는 활동을 사랑스럽게 묘사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냥집사들이 일상적으로 해야 하는 일엔 먹이고 건강을 돌보는 것 말고도 기분을 세심히 살피거나, 놀아주고 적절히 만져주는 스킨십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도 했다.

레진코믹스에서 반려견 웹툰 <마루의 사실>을 연재하는 김준 작가(필명 ‘의외의 사실’)가 ‘개엄마’로서 하는 주요 노동은 역시 산책이다. 2011년부터 반려견 마루를 키우면서 단 하루도 산책을 거르지 않았다고 한다. “스스로를 개엄마라고 여기진 않지만 그렇게 부르는 데 저항감을 느끼지도 않는다. 항상 나만 보고 나만 기다리는 강아지를 보면 과연 육아와 비슷할 것 같긴 하다”는 김준 작가는 “개를 데리고 다니면서 사람들이 인사를 해오고 먼저 말을 걸기 시작했다. 매일 그러다 보니 이웃에 아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했다.

<탐묘인간> 순 작가도 “고양이를 오랫동안 키우다 보니 거리두기와 밀당에 익숙해졌다. 필요할 때만 나를 찾는 것 같다가도 내가 힘들 때면 어느샌가 옆에 와서 다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애묘인으로 살면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다정다감해지고 애정 표현을 더 잘하게 됐다”고 했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달라지는 것, 집사와 엄마 노릇의 보람이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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