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바트의 모듈형 수납장 ‘나무 플러스 드레스룸’.
[매거진 esc] 라이프
잡동사니 쌓아두며 버려지기 십상인 작은 방 활용법…인테리어 업체들마다 아이디어 경쟁 치열
잡동사니 쌓아두며 버려지기 십상인 작은 방 활용법…인테리어 업체들마다 아이디어 경쟁 치열
한국인들은 한가구당 평균 78.1㎡(23평)의 공간에 산다.(<2012년 주거실태조사>, 국토해양부)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 방을 따로 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대부분 20평대 아파트에서 살더라도 방 3개를 선호한다. 2014년 8월 한샘에서 1년 동안 매장을 방문한 고객 1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신혼부부들은 24평형 방 3개짜리 아파트에 전세로 사는 경우가 38%로 가장 많았다. 한샘 홍보팀 쪽은 “그러나 실제로는 커다란 가구 하나도 제대로 들이기 어려운 작은 방은 용도를 찾지 못한 채 창고처럼 쓰이고 있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고 분석한다. 좁은 집, 방 하나도 그냥 두긴 아깝다. 우리 집에서 제일 작은 방을 알차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씨랩, 인테리어다, 리움디자인 등 홈스타일링 업체와 한샘, 이케아, 리바트 등 가구 브랜드들과 찾아봤다.
규모의 경제가 가장 중요
가구를 최소화하고
책장도 대형보다 모듈형 추천
침대 겸 수납장, 티브이 놓으면
부부침실로도 만점
작은 방 개조할 땐 용도를 명확히
이달 초 까사미아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홈스타일링 브랜드 ‘씨랩’ 샘플하우스 2호점을 열었다. 실제 가족이 살고 있는 방 3개짜리 아파트를 리모델링한 이 집에서 가장 시선을 붙잡는 공간은 바로 제일 작은 아이 방이다. 침대 하나만 들여놓으면 꽉 차는 14㎡ 넓이의 작은 방을 아이 방으로 쓰려니 놀이공간은 물론 수납공간도 마땅치 않았다. 샘플하우스에선 작은 방 붙박이장 문을 떼어버리고 장롱 속 공간을 아이 놀이터 겸 수납장으로 개조했다. 벽장이던 곳에 낮은 의자를 들여놓고 천장에 별도 조명을 달았더니 아이만의 독서와 휴식 공간이 됐다. 의자 아래쪽과 벽에 미니 수납장을 마련하면 아이 살림을 정리하기도 쉽다. 작은 집은 1㎝가 아쉽다. 벽장 뒤쪽은 현관인데, 원래는 현관 왼쪽에 있던 신발장을, 아이 벽장을 넓히고 남는 오른쪽 공간으로 옮겨서 공간 활용도를 넓혔다.
‘한국형 아파트’ 평면은 으레 집에서 가장 큰 방을 침실로 삼는 습관을 들였지만 한샘은 “침실은 큰방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고 전한다. 안방을 서재나 드레스룸으로 꾸미는 경우도 있고, 아이 방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늘면서 자연스레 작은 방이 침실이 되어가는 추세다. 살림집 인테리어 시공을 주로 해온 리움디자인도 얼마 전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한 아파트를 개조하면서 제일 작은 방을 침실로 꾸몄다. 69㎡ 남짓한 이 작은 집에서도 현관 옆에 붙어 있는 9㎡ 넓이의 방은 특히 작았다. 리움디자인은 방 크기에 맞게 부부 침대를 짜넣고 머리맡에는 옷가지나 생활용품을 모양과 크기에 맞게 넣을 수 있는 수납장을, 침대 밑에는 계절에 맞지 않는 옷과 이불을 넣을 수 있는 대형 서랍장을 넣었다. 문 옆에는 벽걸이 티브이를 붙여둔 이 방은 작지만 안방에 있어야 할 것을 모두 갖춘 침실이다. 리움디자인 박준성 대표는 “작은 방을 안방으로 쓰면 큰 방을 가족실로 쓸 수 있다. 20평대 아파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납이다. 수납 기능을 갖춘 제작가구를 꼼꼼히 활용하면 넓게 쓸 수 있다. 이때 밝은색으로 가구를 맞추고 방마다 한가지 색깔을 포인트로 활용하면 더 넓게 보인다”고 했다.
인테리어다(www.interiorda.com) 김미영 대표는 얼마 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아파트에 자신의 신혼집을 꾸미면서 아예 제일 작은 방을 넓게 트는 쪽을 택했다. 79㎡ 넓이의 방 3개짜리 아파트는 안방을 빼면 모두 작았다. 김 대표는 주방 바로 옆에 위치한 작은 방 벽을 아예 터서 다이닝룸으로 개조했다. 김 대표는 “인테리어 시공을 하다 보면 방 3개 중 하나는 안 입는 옷이 가득 찬 서랍장, 택배 상자들, 골프용품이나 안 쓰는 카펫 등으로 채워진 집들이 많았다. 방의 성격을 구획해야 한다. 침실과 드레스룸은 명확하게 구분하고 나머지 방 하나는 멀티룸처럼 계획하는 것이 좋다”며 “20평대 아파트는 주방도 작아서 보통 4인용 식탁을 많이 쓰는데 방을 다이닝룸으로 개조했더니 가로세로 1m짜리 6인용 식탁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 신혼부부가 미리 아이 방을 따로 마련하느라 고심하는 경우도 많은데 우리는 아이가 태어나도 이 방을 가족실처럼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조가 어렵다면 다목적 수납가구
지난해 12월18일 문을 연 스웨덴 가구 브랜드 이케아의 광명전시장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작은 방을 면적에 따라 꾸며놓은 쇼룸이었다. 7㎡부터 시작하는 작은 방 인테리어는 이케아의 다목적 가구 쓰임새를 홍보하기 위한 전시장이다. 이케아 광명점 인테리어디자인 매니저 안톤 허크리트는 작은 방을 위한 가구로 침대 밑을 활용할 수 있는 로프트 침대(벙커 침대)와 소파베드, 손님이 올 땐 펼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 등을 추천한다. 또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접이식 테이블과 겹겹이 쌓아 보관할 수 있는 스툴형 의자를 활용해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방을 변신시킬 수 있는 가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도 덧붙였다.
한샘은 침실에도 서재에도 놓을 수 있는 다목적 수납장을 내놓았다. 한샘 홍보팀 이지예 대리는 “신혼부부들이 보통 야심차게 서재를 꾸미지만 웨딩앨범부터 자잘한 문구용품, 골프채, 남편의 온갖 수집용품까지 쌓여 창고처럼 되는 경우가 많다”며 원하는 만큼 문을 닫아 감출 수 있는 수납장을 추천했다. 자질구레한 제품은 수납장에 넣어 문을 닫아 감춰주고, 피규어 같은 수집품은 열린 공간에 진열해 인테리어 효과를 노린다.
리바트에선 2015년 신제품으로 모듈형 수납장 ‘나무 플러스 드레스룸’을 내놓았다. 기성제품으로 드레스룸을 만들 때는 다 채워지지 않아 남는 면적이 나오기 쉬웠지만 이 가구는 한칸 한칸 분리되어 공간에 맞게 짜맞출 수 있으며 신혼 때는 드레스룸으로 사용하다 아이가 태어나면 다시 분리·조립해 아이 방 수납장으로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작은 방을 위해선 무엇보다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다. 인테리어다 김미영 대표는 “작은 방을 위해선 우선 가구를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슈퍼싱글 침대가 유행이지만 중고생에게 굳이 넓은 침대는 필요 없다. 20㎝ 차이가 작은 방엔 크다. 책장도 대형 책장보다는 작고 이동이 쉬운 모듈형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각 회사 제공
가구를 최소화하고
책장도 대형보다 모듈형 추천
침대 겸 수납장, 티브이 놓으면
부부침실로도 만점
작은방 벽을 헐어 식당으로 만든 인테리어다 김미영 대표의 아파트.
아이방 벽장을 놀이터로 개조한 씨랩 샘플하우스 2호점.
이케아는 부엌 뒤 작은 방을 접이식 테이블과 의자, 선반 등으로 꾸몄다.
방 크기에 맞게 침대를 짜 넣은 리움디자인의 상계동 아파트.
다목적 수납장을 이용한 한샘의 서재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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