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ESC

명품 스타일 옷도 내 손으로 뚝딱

등록 2016-01-20 20:24수정 2016-01-21 11:57

디아프의 판초 만들기 강좌에 참여한 조혜정 기자(왼쪽)와 이시연(오른쪽)양이 이혜라 교수(가운데)의 도움을 받아 옷의 가장자리 부분에 버튼홀 스티치를 하고 있다.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디아프의 판초 만들기 강좌에 참여한 조혜정 기자(왼쪽)와 이시연(오른쪽)양이 이혜라 교수(가운데)의 도움을 받아 옷의 가장자리 부분에 버튼홀 스티치를 하고 있다.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매거진 esc] 스타일
패션전문학교 디아프 판초 만들기 특강 참가기
가구도 뚝딱 내 손으로 만드는 디아이와이(DIY) 전성시대, 옷이라 해서 예외일 건 없다. 사자니 비싸거나, 사이즈가 잘 안 맞거나, 디자인이 맘에 안 든다거나, 하여튼 뭐라도 흡족하지 않다 여기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그냥 내가 만들어볼까?’ 생각해보곤 한다. 실제로 만들어 입지 말라는 법도 없다.

지난 13~15일 패션전문학교 디아프에서 열린 판초(소매 없는 상의) 만들기 특강에 참여했다. 판초는 망토, 케이프 등으로도 불리며, 편하게 막 입어도 멋스러워 보여 최근 몇년 동안 가을·겨울 외투로 인기를 끌고 있다. 디아프와 같은 계열사인 케이블방송 <동아티브이>에선 외국 유명 디자이너들이 컬렉션에서 선보인 패션을 재해석해 직접 옷을 만들어보는 <혜라 양장점>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는데, 이 프로그램에서도 디스퀘어드2 스타일의 판초 만들기를 진행했었다. 판초는 재단과 재봉이 다른 옷에 비해 간단해, 옷 만들기 초보자도 도전해볼 만하다는 장점도 지닌다.

외국 유명 브랜드의 컬렉션에서 선보인 다양한 판초.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외국 유명 브랜드의 컬렉션에서 선보인 다양한 판초.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이번 특강에선 디스퀘어드2뿐만 아니라 에트로, 버버리 프로섬 등의 브랜드가 내놓은 다양한 판초의 사진을 보며 각자 만들 옷의 디자인을 구상했다. 사람이 10명이면 10개의 이야기가 있다고 했던가. 누구는 가운 스타일, 누구는 원피스 스타일, 누구는 숄 스타일…. 수강생 7명 가운데 똑같은 디자인을 고른 이는 한 사람도 없었다. 나는 몸을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듯한, 무릎 아래까지 치렁치렁 내려오는 에스닉한 분위기의 원피스 스타일 에트로 판초를 모티프로 골랐다. 원단은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을 주는 짙은 회색의 모직을 선택했다.

원피스 스타일 ‘에트로’ 판초 구상
짙은 회색 모직 원단 골라
준비된 옷본 따라 자르고 재봉질
다 만들고 나니 조끼 스타일
그래도 내 맘에 들면 그만이지

조 기자의 판초 디자인을 보고 이 교수가 그린 일러스트.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조 기자의 판초 디자인을 보고 이 교수가 그린 일러스트.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조 기자가 시도한 일러스트.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조 기자가 시도한 일러스트.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원단까지 골랐으면, 머릿속 디자인 구상을 그림으로 그려볼 차례다. 패션 일러스트를 그릴 땐 몸의 비율이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 11등신을 기본으로 한다. <혜라 양장점> 진행자인 이혜라 디아프 교수가 알려준 대로, A4용지에 폭 2.5㎝의 가로선 10개를 그은 뒤 맨 위칸에 머리통을 그리고 났더니 머릿속이 하얘진다. 미술 시간이 없어진다는 이유로 고3 된 걸 좋아했을 정도로 그림이라면 소질도, 흥미도 없는 탓에 이젠 뭘 어떻게 해야 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이혜라 교수가 다가온다. “어깨선, 가슴선, 허리선, 골반선을 먼저 그리는데, 어깨·가슴선과 허리·골반선을 반대 방향으로 그려야 몸이 입체적으로 표현돼요. 그다음엔 다리를 그려 중심을 잡아주고, 골반에서 어깨 순으로 그리면 됩니다. 원피스 스타일로 하기로 했죠? 몸통은 이렇게 그려주고, 주름 부분은 색을 덧칠해 입체감을 주세요.” 설명 참 쉽다. 플러스펜을 잡은 이 교수의 손도 거침이 없다. 나와는 달리 슥슥, 그리는 대로 몸이 되고, 색을 입히는 대로 옷이 된다. ‘잘 그리니까 전공도 하고, 교수님도 하는 거지. 나도 재단부터는 잘할 수 있을 거야.’ 정신승리라도 하고 싶다.

디자인 일러스트가 끝났으면 옷본을 그리고 재단을 해야 한다. 사흘 동안 옷 한벌 만드는 모든 과정을 정식으로 밟기는 시간이 모자라기에, 옷본은 디아프 쪽에서 미리 준비해줬다. 인터넷을 뒤져보면 ‘능력자’들이 공유해주는 옷본도 많으니, 옷은 만들고 싶은데 본 그릴 자신이 없어도 걱정할 필요 없다. 재단 과정은 학과장인 박지영 교수가 진행했다. 내가 입을 옷이니 우선 내 치수를 재야 한다. 화장(뒷목점에서 소매 끝에 이르는 부분) 길이, 허리둘레, 옆목점에서 무릎까지의 길이 등을 재고, 생각해둔 통의 넓이와 옷 전체의 길이만큼 여유분을 더하니 마침 디아프 쪽에서 준비한 옷본과 치수가 똑같다.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이 옷감 위에 본을 대고 그대로 따라 그린 뒤 잘라내기만 하면 된다. 이 과정이 바로 재단이다.

재단을 할 땐 몇가지를 주의해야 한다고 박 교수가 설명했다. “식서 방향(원단의 세로 방향)을 맞춰서 재단을 해야 옷이 틀어지거나 늘어나지 않아요. 고가 브랜드의 옷이 ‘폭탄 세일’로 나올 땐, 원단의 자투리 부분을 아끼려고 이 식서 방향을 맞추지 않은 채 만든 옷일 경우가 많으니 잘 살펴보셔야 해요. 결이 있는 원단일 땐, 쓸어봤을 때 결이 향하는 쪽이 아래쪽이 됩니다. 옷본을 대고 그릴 땐 옷감을 식서 방향으로 반으로 접되, 겉과 겉이 마주 보도록 해야 해요.”

식서 방향이라니, 중학교 때 가정 시간에 들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쉽게 말해, 원단의 세로 방향이 옷의 세로 방향이 돼야 하고, 안쪽에서 재봉질 등을 한 뒤 뒤집어야 완성이니 가로세로와 안팎을 잘 구별해야 된다는 얘기다. 알려준 대로 옷감을 접고, 시침핀으로 옷감을 고정한 뒤 파라핀으로 본을 따라 그렸다. 요즘은 자국이 남는 초크보다, 다림질에 바로 녹아 흔적이 없어지는 파라핀을 많이 쓴다고 했다. 무거운 재봉 가위로 잘라내니 뒤판, 같은 과정을 한번 더 반복했더니 앞판이 나왔다. 원단은 2마(180㎝·약 1만4000원)가 들었다.

가봉을 할 차례다. 앞판과 뒤판의 겉과 겉을 마주 댄 뒤, 시접 1㎝를 남기고 완성선을 따라 시침핀을 꽂았다. 옷을 뒤집어, 시침핀에 찔리지 않게 조심하며 입어봤더니 제법 그럴듯하다. 이렇게 입었을 때 마음에 들지 않거나 어색한 부분은 수정을 하게 된다. 통이나 길이는 그대로 두는 대신, 앞쪽의 목 부분을 더 파고, 끝까지 재봉하기로 했던 팔 부분은 중간 부분부터 트기로 했다. 양쪽을 허벅지 중간부터 트기로 했던 통은, 과감하게 골반부터 트기로 결정했다.

재봉은 박 교수가 도맡았다. 재봉틀 다루는 법을 제대로 익히려면 2주 정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재봉질까지 끝내고 보니, 어딘가 허전해 보인다. 다른 수강생들의 옷은 다 예뻐 보인다. 숄을 만드는 이시연(19)양이 버튼홀 스티치(단춧구멍 만드는 법과 같은 자수기법)를 하고 있는 걸 보니 눈이 번쩍 뜨였다. 채도가 낮은 검푸른 실을 내 옷에 대보니, 색상도 잘 맞다. 재봉질을 하지 않은 목선, 어깨선, 몸통 옆선과 아랫단 전부 돗바늘로 버튼홀 스티치를 하기로 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완성하려면 혼자서는 어림도 없다. 이혜라 교수가 옆에 앉아 빛의 속도로 수를 같이 놓아준 덕에 하루 만에 수놓기가 끝났다.

조 기자가 강좌에서 완성한 조끼 스타일 판초.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조 기자가 강좌에서 완성한 조끼 스타일 판초.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다시 입어보니 덩치가 너무 커 보인다. 잘못 보면 앞치마 같기도 하다. 실용성을 높이려고 주머니도 달기로 했는데, 주머니까지 달면 영락없이 앞치마가 될 것 같다. “원래 옷 만들 때 한번에 안 끝나요. 가봉할 땐 괜찮아 보여도, 실제로 만들어보면 이상해서 두세번 수정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에요.” 이 교수가 위로해준다. 박 교수, 이 교수와 함께 앞주름을 잡을까 뒷주름을 잡을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 지켜보던 신기영 교수가 “통을 줄이는 게 근본적인 해법일 것 같아요. 자수 놓은 부분이 아깝긴 하지만, 그거 살리려고 주름 잡는 건 너무 어색해요” 하며 시침핀으로 수정선을 잡아준다. 신 교수 말이 전적으로 옳다. 하루치의 노동이 물거품이 되는 듯했다.

그의 조언대로 옷의 통을 줄이고, 재봉질과 수놓기를 다시 했다. 손에 익어 그런지, 수놓는 속도가 빨라졌다. 잘라낸 헤링본 스티치 조각을 쳐다보다, 목 부분에 대봤더니, 훨씬 느낌이 좋아졌다. 재봉질과 손바느질로 자수 부분을 고정했다. 주머니는 인조가죽을 대고, 입구 바로 아래쪽에 자수 조각을 대 통일감을 줬다. 다시 입었더니 이번엔 ‘옷’ 같다. 처음 구상했던 원피스 스타일이 아니라 버버리 프로섬의 조끼 스타일이 됐지만, 내 맘에 들면 그만이다. 다른 수강생들의 만족도도 높아 보였다. 3월부터 디아프에서 정식으로 패션 디자인 2년 과정을 수강하는 이성범씨는 “정말 재밌어요. 빨리 재봉틀을 배워서 내가 만들고 싶은 옷을 만들고 싶어요”라고 했다. 나도 원단과 부자재를 고르러 동대문종합상가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ESC 많이 보는 기사

“연애하러 ‘러닝 크루’ 모임 하냐”는 이들은, 대부분 달리지 않아요 [ESC] 1.

“연애하러 ‘러닝 크루’ 모임 하냐”는 이들은, 대부분 달리지 않아요 [ESC]

[ESC] 사랑·섹스…‘초딩’이라고 무시하지 마세요 2.

[ESC] 사랑·섹스…‘초딩’이라고 무시하지 마세요

홍콩 밤거리 질주해 바에서 얻은 위로와 탐닉 [ESC] 3.

홍콩 밤거리 질주해 바에서 얻은 위로와 탐닉 [ESC]

쩍쩍 갈라진 발뒤꿈치…비법은? 4.

쩍쩍 갈라진 발뒤꿈치…비법은?

나만의 도안으로 차르르…인테리어 소품에서 ‘별다꾸’까지 [ESC] 5.

나만의 도안으로 차르르…인테리어 소품에서 ‘별다꾸’까지 [ESC]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